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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공군 부사관 사건 쾌속 수사…격하게 추락하는 군 사기 ·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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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이 지난달 31일 세상에 공개된 이래 이제 3주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지난 12일 2차 가해 의혹을 받고 있는 노 모 준위와 노 모 상사가 구속되면서 1차 가해자 장 모 중사까지 합쳐 3명이 구속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공군참모총장은 경질됐습니다. 대통령은 분향소를 조문하고 유족들을 위로했습니다. 국방장관은 거듭 머리를 숙였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공군 군사경찰과 군검찰의 수사, 국선변호인의 피해자 조력, 양성평등센터의 사건 인식과 지휘부 보고, 공군 지휘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즉 공군의 성폭력사건 대응 시스템도 국방부 합동수사단에 의해 해부되고 있습니다. 군 내 성폭력사건 대응의 미비점을 식별해 개선하는 계기가 될 테고, 더불어 이번 사건에서 제 직무를 충실히 못한 이들은 크고 작은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런들 숨진 이 모 중사가 살아 돌아올 수 없으니 이 중사와 유족들의 아픔은 치유될 리 만무합니다. 제2, 제3의 이 중사 사건을 예방함으로써 이 중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을 것이란 다짐도 이 중사와 유족들에게는 공허합니다. 군은 이 중사와 유족들에게 큰 죄를 지었음이 명백하기에 앞으로 두고두고 갚아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꼭 짚었으면 하는 안타까운 점은 이런 사건이 불거지면 군을 싸잡아 탓하는 우리네 인심입니다. 대중의 견고한 반군의식은 성추행 사망사건을 기화로 더욱 날카로워져 군을 백안시하고 있습니다. 병사 급식 논란에 이어 이번 사건이 터졌으니 군 전체가 욕받이 신세입니다.

손가락질 받으면서도 군인은 하늘·땅·바다의 최전선에서 불철주야 임무에 매진해야 하는 운명입니다. 절대 다수 군인들이 지금 현재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군을 비판할지언정 흔들어선 안 됩니다. 환부만 정확히 그리고 엄정하게 외과수술적 처치를 하되 군 전체를 향한 비난은 좀 잦아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방부와 합참, 각군 지휘부는 바깥 바람이 어떻든 정신 바짝 차리고 심기일전해 장병들의 사기를 추스릴 때입니다.

우리 군 전체를 비난해야 하나



2020년 국방백서 기준으로 우리 군의 병력은 55만 5천 명입니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의 직원 수라고 해봐야 11만 명이고, 현대자동차도 7만 명입니다. 군과 비할 바가 아닙니다. 군 조직이 이렇게 크다 보니 바람 잘 날 없습니다. 죽음 무릅쓰고 살상무기로 적을 무력화하는 것이 목적인 특수집단이어서 조직문화와 윤리도 울타리 밖과 많이 다릅니다. 게다가 엄격한 위계가 작동하고, 고도의 보안을 위해 폐쇄적으로 운용되다 보니 사건은 부조리하기 십상입니다.

세계 최강 미군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 훨씬 더 심합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작년 한 해 성범죄 피해를 입은 남녀 미군을 2만 명으로 추정했습니다. 미군 병력이 우리 군의 3배 수준인 점을 감안해도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입니다. 밀리 의장은 이를 '아군에 대한 아군의 공격'으로 규정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취임하자마자 대안을 내놓으라고 국방부를 재촉했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독립된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위원회는 성범죄 예방과 군문화 개선, 피해자 보호 및 지원 관련 권고안을 마련할 참인데 지휘관의 군 성범죄 기소 권한을 박탈하는 방안을 우선 제시했습니다. 군은 이를 수용했고 입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군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통수권자와 장관이 나서 분주히 개선책을 찾고 있지만 미국 사회는 미군 전체를 매도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제복에 대한 존중은 흔들림 없습니다. 성범죄 가해자, 부실한 제도, 부실한 지휘관은 세계 최강 미군의 대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곪은 상처를 도려내고 치유하는 것과 별도로 미국 안보의 첨병 미군의 위상은 달라질 바 없기 때문입니다.

구속 부사관 3인방과 부실 수사 관계자들은 국군의 대표가 아닙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 군 상황을 보면 공군은 말할 것도 없고 육군, 공군, 해병대 간부들 어깨도 함께 처졌습니다. 언론과 정치권이 군 전체의 규율, 윤리, 문화가 엉망인 양 질타하니 버틸 재간이 없습니다. 안부 물을 겸 전화해본 장교들은 하나같이 "답답하다", "부끄럽다", "국민들이 군을 믿겠나"라며 한숨을 내쉽니다. "따가운 시선 날아올까 두려워 군복 입고 밖에 나가기가 꺼려진다"는 장교도 있습니다. 공군 성추행 사망사건을 계기로 군의 사기와 신뢰가 함께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군인 절대다수는 헌신 중



우리 군의 55만 5천 명 현역들은 병사부터 장교까지 북한을 비롯한 막강한 군사력의 주변국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장교와 부사관들은 처우가 합당하지 않아도 유사시 사선(死線)을 지키는 일을 업과 명예로 알고 군인을 직업으로 택했습니다. 부귀영화가 아니라 조국, 안보, 헌신 등의 가치를 중히 여겨 군인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입니다.

군사적 충돌, 유사시가 아니더라도 그들은 늘 비상에 준하는 상태를 유지합니다. 자연재해, 인재 할 것 없이 험하고 궂은 현장은 군인들 몫입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 자유를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합니다. 언론에 크게 소개되지 않지만 대다수가 병사들을 자식, 동생처럼 여깁니다. 시민들을 구한 선행도 많습니다. 쿠데타와 군부정권에도 가담한 적 없는, 과거와 다른 비정치적 군인들입니다. 미군처럼 존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연금 보장된 철밥통 공무원일 뿐이라는 비아냥도 있지만, 직업군인들은 1~2년마다 이사해야 하는, 고달픈 떠돌이 인생입니다. 부대별로 이삿짐센터를 상시 계약해둘 정도입니다. 장교들 전역할 때 보면 수십 번 이사 전력은 기본입니다. 가족과 떨어져 생활한 기간도 상당합니다. 그래도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감내합니다. 연금은 최소한의 보상입니다.

예비역까지 따지면 대한민국 거의 모든 가정은 일가친척 멀리까지 찾을 필요도 없이 피붙이 직계 3대 안에 전현직 군인이 있기 마련입니다. 군이 좋든 싫든 분단된 한반도에 살려니 우리는 군인이었거나, 군인이거나, 군인 가족입니다. 그래서 군인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얼마나 충실히 훈련하며 유사시에 대비하고 있는지 두루 압니다.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을 명명백백 수사해서 환부를 도려내고 성폭력 근절 문화의 새살을 돋게 하는 것은 군의 당연한 책무입니다. 허나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이번 사건 연루자들은 국군의 대표가 아닙니다. 국군의 대표는 묵묵하게 하늘·땅·바다를 지키는 이름 없는 절대다수의 군인들입니다. 그들의 사기는 보존돼야 합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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