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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윤석열이 칭찬한 그 검사, 징계만 받고 형사처벌은 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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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책으로도 출간된 뉴스타파 <죄수와 검사>, 그 중에서도 세 번째 시즌의 원톱 주연은 단연 김영일 부장 검사였습니다. 1조 사기범인 IDS 홀딩스 전 회장 김성훈을 수십 차례 검사실로 불러 편의를 줬고, 검사실에서 다른 브로커 죄수들이나 공범을 만나게 해줌으로써 2차 범죄와 범죄수익은닉을 모의할 장소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보도했었죠. 브로커 죄수들은 수천만 원씩 주고 다른 죄수의 사건을 사서 김영일 검사에게 상납하기도 했습니다. 브로커 죄수가 김영일 검사실 전화 번호로 외부통화를 한 녹취파일까지 나왔으니 증거도 ‘빼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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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수와 검사> 세 번째 시즌의 주인공 김영일 검사. 뉴스타파의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김영일 부장검사, 진정 1년 반만에 드디어 징계
그 김영일 부장 검사가 드디어 징계를 받게 됐습니다. 참 오래 걸렸습니다. IDS 사건 피해자들이 김영일 부장검사를 징계해달라는 진정서를 검찰에 넣은 게 2019년 11월 27일이니까 1년 반 정도 걸린 셈이죠. 검찰은 내내 피해자들의 진정을 뭉개고 있다가 지난해 뉴스타파 보도 이후 다시 조사를 시작했고 8개월 만에 징계 건의라는 결론을 내린 겁니다.

이 사건을 조사한 서울 중앙지검 형사1부(담당검사 권내건)는 지난 9일자로 진정인 측에 통지서를 보냈는데, 통지서에서는 “피진정인 김영일은 검사실에서 수감자들의 사적인 통화나 면담 등이 다수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 이 부분에 대한 징계를 대검찰청에 건의, 징계절차가 이루어졌다”고 되어 있습니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사실의 극히 일부지만, 검찰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이 된 셈이죠. 물론 아직 징계를 받은 것은 아니고 이제 곧 징계를 위한 절차들이 시작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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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일 검사를 징계해달라고 진정한 IDS 홀딩스 사건 피해자들이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받은 통지서
김영일 검사가 징계를 받게 됐으니 이제 정의가 실현된 걸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뉴스타파가 보도한 광범위하고도 심각한 의혹에 비해 검찰이 징계 건의의 근거로 삼은 부분은 너무 왜소합니다. 김영일 검사실의 재소자 불법 출정과 편의 제공만 인정했을 뿐 더 중요한 의혹, 즉 김영일 검사실을 둘러싼 사건 거래와 2차 사기 방조, 범죄수익 은닉 협조 의혹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으니까요. 본격적인 수사가 아니라 그저 징계를 위한 조사였으니까 한계가 있었던 걸까요?

검찰 “징계는 하겠지만 형사처벌은 불가”
그것도 아닙니다. IDS 홀딩스 사건의 피해자들은 검찰에 진정만 넣은 게 아니라 형사 고발까지 했거든요. 2019년에는 증거가 명확하지 않아서 진정서만 넣었지만 지난해 뉴스타파가 브로커 죄수들과 김성훈의 출정 기록을 입수해 보도하자 이를 근거로 지난해 10월 김영일 검사를 형사고발했습니다. 혐의는 직권 남용과 직무유기였습니다. 즉 검찰은 수사 권한을 이용해 사건을 파헤칠 기회가 충분히 있었던 거죠.

그런데 검찰은 이번에 김영일 검사에 대한 징계를 건의하는 동시에 그 형사 고발 사건을 각하, 즉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징계는 하겠지만 형사 처벌은 안돼”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검찰은 충분하고 광범위하게 수사를 해보고 불기소 처분을 내린 걸까요?

고발인인 IDS 홀딩스 사건의 피해자들은 검찰이 고발 7개월이 되도록 고발인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고발장이 접수되면 우선 고발인 조사를 가장 먼저 하는 게 일반적인 순서인데 그에 비하면 매우 이례적이죠. 고발인 조사조차 하지 않았으니 의혹을 제대로 밝히기 위한 계좌 압수수색 등의 강제 수사도 전혀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렸으니 고발인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겁니다.

윤석열이 칭찬한 특수부 검사
그런데 얼마 전 김영일 검사에 대한 매우 의미심장한 일화가 공개됐습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죄수와 검사> 책을 읽고 나서 페이스북에 독후감을 두 차례나 올렸는데요, 두 번째 독후감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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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죄수와 검사>를 읽고 작성한 페이스북 게시글
2020년 2월 법무부 대변인실의 서초동 출장소라고 할 수 있는 의정관 개소식이 있었습니다. 서초동 고검청사에서 열린 개소식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참석했습니다. 서초동에 간 김에 윤석열 검찰총장과 15분 가량 독대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시는 공교롭게도 김영일 검사실에서 벌어진 재소자 불법 출정과 2차 사기 의혹이 언론에 일부 보도가 되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은 '검사에 대한 지휘 감독을 어떻게 할 것인지'라는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윤 총장이 김영일 검사에 대해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의 뇌물 혐의를 인지하는 등 매우 유능한 특수부 검사”라며 칭찬을 자자하게 했다는 겁니다.

뭔가 맥락이 이상하죠? 검사의 비위에 대한 보도가 나왔고 그래서 검사들을 어떻게 지휘 감독 할 건지 대화를 나누는 중에 갑자기 비위 의혹을 받고 있는 검사를 칭찬하다니 말이죠. 어찌보면 대담하게도 자신과 가까운 ‘특수부 라인’ 검사는 절대로 징계하거나 감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상급자인 장관 앞에서 대놓고 천명한 것처럼 보입니다. 역시 대쪽 검사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윤석열 총장이 칭찬한 바로 그 사건 즉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의 뇌물 사건을 제보한 게 바로 IDS 홀딩스 사건의 주범 김성훈입니다. 1년에 수십 번씩 출정을 시켜주고, 외부 음식을 먹게 해주고 공범과 만나게 해주고, 다른 죄수들과 2차 범죄를 모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대가로 말이죠. 전형적인 특수부 수사 방식입니다. 이런 거래를 통해 만들어진 구은수 전 청장의 뇌물 혐의는 재판에서는 민망하게도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특수부 사건의 무죄율이 일반 사건보다 훨씬 높다는 걸 감안하면 역시 전형적입니다.

이제 왜 IDS 홀딩스 사건의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원이 1년 반 동안 ‘뭉개졌는지’ 추측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왜 하필 검찰총장이 바뀌자마자 그나마 징계 건의라도 이루어졌는지도요. 아, 어디까지나 추측입니다.

IDS 홀딩스 사건 피해자들, “공수처가 수사해달라”
IDS 홀딩스 사건 피해자들은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공수처법 25조 2항에 따르면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의 장은 사건을 수사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되어 있거든요. 이 조항만 보면 공수처 이첩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죠. 김영일 검사의 범죄 혐의가 '발견'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법 조항에서 ‘발견’이라는 말을 두고 양 기관의 해석이 서로 다릅니다. 공수처는 그야말로 사전적인 의미에서 발견, 즉 범죄 혐의를 알게 된 순간 곧바로 이첩을 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고요, 검찰은 사건을 어느 정도 조사하다가 입건을 할 때, 즉 ‘형제번호’ (검찰 사건번호)를 부여할 때 비로소 ‘발견’을 한 것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IDS 사건 피해자들은 공수처의 논리에 따라 범죄 혐의가 일부라도 확인되었으니 바로 공수처에 넘겨달라고 요구를 한 것이고, 검찰은 자기 조직의 논리대로 어느 정도 조사를 해봐서 입건이 될 정도의 혐의가 있으면 넘기겠다고 버틴 것이죠.

IDS 홀딩스 사건을 복기해보면 피해자들이 검찰에 대해 갖게 된 불신을 이해 못할 바가 아닙니다. 우선 김영일 검사는 위에서 적은 대로 마치 김성훈의 공범인 것처럼 행동했고, 다른 수사팀 역시 김성훈의 은닉 자금을 찾는 데 매우 소극적이었기 때문이죠. 김영일 검사를 감찰해 달라는 피해자들의 요구도 1년 넘도록 묵살해왔고, 그 사이 김영일 검사는 주요 보직을 거치며 영전을 해왔습니다. 이번에 또다시 김영일 검사에 대한 형사 고발건을 검찰이 불기소하면서 불신은 더욱 커졌을 겁니다.

그래서 IDS 사건 피해자들은 오늘 (16일) 공수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에 새롭게 고발장을 접수했습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검사 집단은 김영일 검사를 끝까지 비호할 것이라는 암담한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며 “공수처가 김영일 검사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공수처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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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16일) 오후 IDS 홀딩스 피해자들은 김영일 검사를 공수처에 고발한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수처, 김영일 검사 사건 수사할지 심사 중
김영일 검사 사건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사실 김영일 검사에 대해서는 공수처에 이미 사건이 접수되어 있습니다. <죄수와 검사> 세 번째 시즌의 주요 제보자였던 죄수K를 기억하시나요? 죄수K는 김영일 검사실을 중심으로 벌어진 사건 거래 의혹과 죄수들 사이의 형집행정지로비 의혹을 뉴스타파에 제보했는데, 제보를 한 다음 곧바로 경찰에 자수를 했죠. 경찰은 이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고 공수처가 신설되자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습니다. 공수처는 현재 해당 사건이 공수처 관할 사건인지를 심사하고 있습니다.

공수처가 만약 김영일 검사 사건을 제대로 수사한다면, 그동안 암암리에 이어져 내려오던 특수부 검사들의 어두운 수사 관행에 드디어 빛을 비출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과연 공수처는 검찰의 가장 더러운 하수구를 열어볼 수 있을까요?

뉴스타파 심인보 inb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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