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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통통] 파란만장한 쓰촨 대지진 '영웅 돼지'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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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36일만에 구출돼 '천수' 누려

비만에 호의호식 비난 시달려

숨지자 '재난 희망 상징' 애도

연합뉴스

2008년 쓰촨 대지진 당시 36일만에 구출된 돼지 '주젠창'
[텅쉰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2008년 쓰촨(四川)성 대지진으로 일약 영웅이 됐다가 살찐 애물단지로 살다간 돼지 주젠창((猪堅强)'

흔히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중국에는 '돼지 팔자가 최고'라는 말을 실현한 돼지가 있다.

바로 쓰촨 대지진 당시 36일 만에 살아서 구출된 아기 돼지 '주젠창'이다.

쓰촨 지진 당시 36일 동안 매몰돼 있었지만 기적적으로 구출돼 중국인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150㎏에 달했던 몸무게가 구출 당시 50㎏으로 줄었지만 발에 상처가 난 것을 빼고는 건강에 문제가 없었다.

쓰촨성 주민과 누리꾼은 구출 소식이 알려지자 '이 돼지는 먹어선 안 된다'며 구명운동을 벌였다. 결국 젠촨(建川)박물관이 돼지를 사서 축사를 지어놓고 자연사할 때까지 기르기로 하면서 '천수'를 보장받았다.

당시 젠촨박물관을 운영했던 판젠촨(樊建川)은 돼지에게 '강인한 의지의 돼지'라는 뜻의 '주젠창'이라는 이름을 지어줘 중국의 국보인 판다 못지않게 중국인의 사랑을 받게 했다.

포털사이트 홍망(紅網)이 2008년 시행한 조사에서 '가장 감동을 준 동물'로 뽑혔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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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 대지진 구조 뒤 살찐 주젠창
[텅쉰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이후 주젠창이 호의호식을 하면서 살이 찌고 게을러져 심지어 축사 주변마저 걸으려 하지 않는다는 보도들이 쏟아지면서 중국인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져갔다.

주젠창은 구출 직후 전문 사육사를 두고 한약재로 기력을 보충하며 정기 건강 검진을 받는 호사 생활을 누려왔다.

모 사료회사가 무제한 사료 제공을 약속해 먹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또 다른 후원 업체의 도움으로 5천 위안(한화 88만원)짜리 보험까지 가입했다.

그 어떤 돼지도 누리지 못하는 호사를 누린 덕에 구출 당시 50㎏에 불과했던 주젠창은 2년 만에 400㎏으로 몸무게가 불어나 '뚱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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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 대지진 구조 후 주젠창의 생활
[텅쉰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일부 누리꾼은 "주젠창 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가난한 농민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돼지에게 열광할 것이 아니라 빈곤 구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주젠창의 구출 사례가 악용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2015년 대형 산사태로 75명이 실종된 선전(深천<土+川>)의 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닭을 구조하자 주젠창에 빗대어 지젠창(鷄堅强)이라고 별명을 붙이며 영웅적 행동이라고 부각했다가 "사람이나 제대로 구하라"며 큰 비난을 받았다.

이런 파란만장한 생활을 했던 주젠창이 태어난 지 14년이 된 지난 16일 노환으로 자연사했다.

주젠창이 사망하자 중국 누리꾼들은 이 돼지가 쓰촨 대지진을 경험한 사람들에겐 상징과 같은 존재였다면서 "큰 재난에도 죽지 않으면 반드시 복을 받는 날이 온다"는 희망을 줬다고 애도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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