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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칼럼]특허가 왜 중요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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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전화기에 처음 특허를 낸 사람은 누구일까? 익히 알려져 있듯이 주인공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다. 그런데 여기에 큰 아쉬움을 느낄 사람이 있다. 같은 날 전화기 특허를 내려고 특허청에 갔으나 벨보다 몇 시간이 늦어 특허의 주인이 되지 못한 엘리샤 그레이이다. 겨우 3시간 정도의 차이로 역사가 기억하는 이름은 벨이 됐다. 이 일화는 특허 출원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많이 인용되는 일화이기도 하다.




3시간 차이로 특허권을 놓친 엘리샤 그레이도 아쉬움이 크겠지만 그보다 아쉬운 사람은 따로 있을 것 같다. 안드레아 무치다. 아마 이 이름은 처음 듣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안드레아 무치는 전화기를 처음 발명한 사람이다. 인류의 소통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은 기술을 처음 발명했지만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허권자는 역사의 주인공이 됐고, 안드레아 무치는 2002년이 되어서야 최초의 전화기 발명가로 인정받게 됐다.

특허는 기술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는 일이다. 누군가가 음악을 들었을 때 그에 대한 저작권료를 작곡가가 받게 되는 것처럼, 개발자가 특허를 낸 기술을 누군가 사용하게 되면 그에 대한 사용료나 기술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특허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전화기 특허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어떤 기술을 내가 처음 발명했더라도 다른 사람이 먼저 특허를 내게 되면 그 기술에 대한 권리는 특허를 낸 사람에게 돌아간다. 이것을 선출원주의라 한다. 기술은 내가 먼저 개발했지만 다른 사람이 먼저 특허를 냈을 경우, 내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 특허권자에게 특허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기술에 대한 나의 권리를 정당히 인정받기 위한 특허 출원은 기술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새로운 과학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출연연에서도 특허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출연연에서는 최근 5년 간 4만 여 건의 특허가 출원되었고 그중 2만6000여건이 특허로 등록되었다. 특이한 것은 해가 갈수록 특허 등록률은 높아지고 있는 반면, 특허출원 건수는 소폭 줄어들고 있었다. 왜일까?

기술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특허를 최대한 많이 출원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하지만 특허를 유지하기 위해 드는 비용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래서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출연연은 특허의 양적 성장보다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무분별한 특허 출원을 방지하기 위해 특허출원심의를 강화하고, 산업계 수요가 높은 기술을 중심으로 특허를 출원하여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활용률이 미흡한 특허에 대해서는 무상으로 기술을 공개하는 등 특허 유지에 예산이 낭비되는 것을 방지해 나가고 있다.

출연연에게 특허는 기술에 대한 권리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특허를 통한 기술료 수입이 연구개발에 재투자되어 새로운 기술과 가치를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는 2019년 항암제 개발로 벌어들인 기술료를 암치료제 연구에 재투자하고 있고, 한국기계연구원에서도 2020년 플라즈마 기술을 통해 벌어들인 기술료를 기계구조물 내진검증 연구에 재투자하고 있다. 좋은 연구가 새로운 연구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출연연의 기술료 수입이 작년 한해 1200억원을 넘어섰다. 금액만으로도 높은 가치이지만 이를 통해 어떤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질지 기대를 걸어본다.

이인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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