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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친구를 노예처럼…기막힌 '마포 감금살인'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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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간 감금·학대…노동·소액결제 등 600만원 갈취

영등포서, 강요로 작성된 피해자 문자만 믿고 '불송치'

연합뉴스

'마포 오피스텔 감금 살인사건' 피의자들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문다영 기자 = 마포 오피스텔 감금 살인사건은 고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를 노예처럼 끌고 다니며 금품을 갈취하고 학대한 끝에 목숨까지 앗아간 '인면수심'의 범죄로 밝혀졌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1일 언론 브리핑을 열고 피의자 안모(21)·김모(21)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범죄 혐의 등으로 22일 구속 송치할 예정이라며 상세한 범행 전말을 밝혔다.

이들의 범행으로 피해자 A씨는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기댈 곳을 찾지 못하고 지난 13일 저체온증과 심각한 영양실조로 결국 생을 마감했다.

◇ "감금·학대 속 일용직 노동시키고 급여 탈취"

경찰은 안씨 등이 피해자 A씨를 감금한 시점을 4월 1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이후 A씨가 숨진 채로 발견된 이달 13일까지 약 석 달 동안 피해자를 갖은 방법으로 학대했다. 실제로 피의자들은 별다른 직업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A씨를 괴롭히는 모습을 지속해서 촬영했으며, 지난달 말까지 학대 행위를 휴대전화 카메라 등으로 찍는 '엽기성'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이 이들과 피해자 A씨 등 3명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확보한 자료는 문자 메시지 8천400건, 동영상 파일 370여개 등이다.

경찰은 이 자료의 상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여러 강요·학대 상황이 담겨 혐의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수사를 방해하는 한편 A씨에게서 금품을 빼앗고 고소당한 데 보복하려는 목적으로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씨와 김씨는 A씨를 경제적으로도 탈취했다. 이들은 A씨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소액 결제 등의 방법으로 대략 600만원 상당을 뺏어 생활비로 사용했다.

이들 중 1명은 지난 4월에서 5월 사이 A씨와 함께 2차례 물류센터에 나가 일용직 노동을 했다. A씨는 이같이 일한 뒤 급여 20만원을 받았지만, 이 역시 가해자들이 가로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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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법 들어서는 연남동 오피스텔 사망 사건 피의자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사진은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 A씨를 감금해 살인한 혐의를 받는 B씨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A씨에게 일용직 노동은 외부 사람을 접촉할 기회였지만, 이미 장기간에 걸친 감금 등으로 심리적 강압 상태에 놓여 있어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망치지는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전했다.

피의자들은 감금이 시작된 4월부터 6월까지 A씨와 함께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 3차례 경제적 목적으로 이사를 하기도 했는데, A씨는 이때도 주변에 도움을 구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감금된 기간) 가해자들을 제외한 또 다른 사람과 유의미한 만남을 가질 수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또 이들이 A씨를 감금하기 전에 '조력자' 역할을 한 또 다른 고교 동창 B씨도 이번 경찰 수사에서 포착돼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질 예정이다.

B씨는 대가 없이 가해자들에게 A씨의 동선 정보를 제공했는데, A씨가 감금 상태로 있었던 것은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경찰은 A씨와 고교 동창인 가해자들이 학창 시절에도 A씨에게 학교 폭력을 저질렀는지에 관해서는 확인된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A씨는 지난 13일 오전 6시께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몸무게 34㎏의 저체중 상태로, 폭행당한 흔적을 남긴 채 소방당국과 경찰에 발견됐다.

◇ 가출신고 2회·피해자 7차례 통화에도 놓친 '골든타임'

이번 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대처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적지 않다.

우선 A씨의 부친은 지난해 10월 17일과 올해 4월 30일 2차례에 걸쳐 대구 달성경찰서에 가출 신고를 했다.

특히 두 번째 신고 때는 '아들 명의로 휴대전화 3대가 개통됐다'고 알렸으며, 앞서 A씨가 지난해 11월 피의자들을 상해 혐의로 고소한 사실까지 전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20대 성인 남성이라는 이유로 '두 사람과 함께 있지 않다. 잘 지낸다'는 A씨의 말만 믿었다.

사망 9일 전인 이달 4일 이뤄진 마지막 연락 당시 A씨는 평소보다 말을 심하게 더듬어 대화가 어려울 정도였으나 경찰은 이유를 묻지 않고 문자메시지로 대화했다.

달성경찰서 관계자는 "이전에 함께 살면서 서로 감정이 안 좋은 상태에서 헤어졌는데 또 같이 지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상해 사건은 따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가출 신고는 절차대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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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실질심사 출석하는 연남동 오피스텔 사망 사건 피의자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사진은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 A씨를 감금해 살인한 혐의를 받는 C씨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A씨의 상해 고소 처리 과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11월 피의자들에게서 벗어나 부친과 함께 대구에 온 A씨는 전치 6주의 갈비뼈 골절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부친은 상해 피해 사실을 자세히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이 A씨에게 대질조사를 위해 출석하라고 연락한 것은 그로부터 3개월 가까이 지난 4월 17일이었고, 이미 피의자들의 강압하에 있던 A씨는 출석을 거부하거나 고소를 취하한다고 말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영등포경찰서도 보강 수사 없이 지난달 27일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영등포서가 불송치한 상해 사건은 본건(살인)과 병합해 송치할 예정"이라며 "부실 수사 등 처리 적정성에 대해서는 서울경찰청에서 수사 감찰 중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 등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실종 신고를 받은 뒤 수사가 적정했는지 여부도 감찰하고 있다.

ze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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