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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된 거래소의 '잡코인 청소' 작전…정작 쓸려나간 건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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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코인 솎아내기'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일방적인 상장폐지 결정에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상장폐지 과정을 놓고 암호화폐 발행사와 거래소 간의 진실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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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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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에 대한 무더기 정리 작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거래 규모가 큰 업비트와 빗썸 등 업계 상위 거래소들이 정리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포문은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가 열었다. 지난 18일 코인 24종의 상장 폐지를 발표했다. 지난 11일 이미 상장 폐지한 5개 종목과 합치면 이달 들어 29개의 코인을 상장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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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이후 상장폐지 대상 암호화폐 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거래규모 기준 2위인 빗썸도 17일 코인 4종을 상장 폐지했다. 3위 업체인 코인빗도 15일 코인 8개를 상장 폐지하고 28종을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코인빗에서 거래되고 있는 전체 암호화폐 70종의 절반에 해당한다.

거래대금 규모로 국내 5위 안에 드는 프로비트는 지난 1일 무려 145개 코인을 상장 폐지했다. 지난달 상장 코인 개수(365개)와 비교하면 66%가 거래 목록에서 사라졌다.

무더기 상장 폐지가 이어지며 투자자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상장폐지가 결정된 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다. 업비트에서 상장 폐지된 엔도르의 경우 지난 10일 종가 기준 55원이던 가격이 21일 오후 3시 기준 10.6원에 거래되고 있다. 상장폐지 절차를 밟기 시작한 뒤 가격이 80%가량 떨어졌다.

거래소의 일방통행식 상장 폐지에 따른 급락으로 피해를 본 개인 투자자들은 커뮤니티 등에 "거래소가 심사를 통해 상장을 결정해놓고 내부 규정만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상장폐지를 결정해도 되냐"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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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상장폐지 코인 등락.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깜깜이 상장'과 전격 상폐, 불량코인 상장도 빈번



현재 암호화폐는 각 거래소가 자체 기준으로 상장과 상장폐지를 결정한다. 이번 상장폐지 때도 “내부 기준에 미달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상장 기준도 내부 보안 등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백서(사업 계획서)가 부실하거나 백서를 수시로 변경한 암호화폐의 상장이 결정되는 등의 문제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상장된 코인이 많을수록 거래 수수료를 많이 챙길 수 있다. 6월 전 총 178개 코인이 거래됐던 업비트가 지난 1분기 수수료 등으로 거둔 영업이익은 5400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인 업비트는 다른 거래소가 취급하지 않은 코인을 상장시켜 업계 1위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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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가 21일 공지한 내용. 상장 수수료 등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피카 프로젝트 측에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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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업비트와 상장 폐지된 암호화폐를 발행한 한 프로젝트팀 사이에서 상장수수료(상장피)를 비롯한 등 상장 과정을 둘러싼 진실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팀이 업비트가 마케팅을 위해 제공한 암호화폐를 처분해 수익을 올렸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며, 양측의 대립은 형사 고발과 민사 소송 등으로까지 비화할 조짐이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투자자 보호 등을 빌미로 명확한 기준을 밝히지 않은 채 수많은 암호화폐를 상장 폐지하는 행위가 오히려 투자자 피해를 키우고 있다”며 “코인 개수를 줄이는 게 투자자 보호가 아니라 상장과 상장 폐지 등에 관련된 규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투자자 보호”라고 말했다.



은행 실명계좌 심사…코인 정리 작업 계속될 듯



거래소의 코인 솎아내기로 인한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코인 정리 작업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거래소 폐쇄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어서다.

특금법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는 ①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②시중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제휴 등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관건은 시중은행의 실명 계좌 발급이다. 현재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 4곳(빗썸ㆍ업비트ㆍ코빗ㆍ코인원)도 재계약을 위해 시중은행의 ‘가상자산 사업자 자금세탁 위험평가’를 받고 있다. 나머지 거래소들은 위험평가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의 반발에도 대형 거래소들이 코인을 대량 상장 폐지하는 것은 그만큼 현재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뜻”이라며 “코인을 대량으로 줄이는 등의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상장된 코인 개수가 많을수록 (암호화폐 거래소)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특금법에는 금융당국이 상장 등 암호화폐 시장을 직접 규제할 근거는 마련돼 있지 않다. 그나마 시행령을 통해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만든 암호화폐를 직접 상장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 추가됐다.

당국, 직접 규제에 나설 계획은 아직 없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융당국이 직접 암호화폐 상장이나 상장폐지 과정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자산교환 가치가 있는 암호화폐만 인정하고 암호화폐 관련 항목을 직접 꼼꼼하게 규율하는 싱가포르 방식의 규제를 검토하고 있는 거로 안다”고 말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불량 코인을 정리하는 건 시장의 건전한 자정작용이라는 점에서 방향은 맞지만 문제는 속도”라며 “암호화폐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이 나서 일정 기간 유예기간을 주고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당분간은 직접 규제의 칼날을 들이댈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게 좋을지, 업계에서 셀프규제를 하는 게 나을지 등에 대해서는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의 입법 과정에서 치열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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