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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오늘의 사건·사고

친구 딸 결혼식 몰려가 “빚 갚아라”… 제약사 2세의 축의금 강탈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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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장한 남성 등 8명 데려와 접수대서 880만원 퍼담아

작년 2월 15일, 오후 4시쯤 서울 송파구의 한 결혼식장. 국내 유명 제약사 창업자의 딸이자 고위 임원을 지낸 A(57)씨와 건장한 남성 6명 등 일행 9명이 식장에 들어섰다. 이들은 식장을 둘러보다가 신부 측 접수대로 향했다. 그리고는 준비해 간 쇼핑백에 축의금 봉투를 퍼담기 시작했다.

당황한 혼주 B씨 부부와 친지들이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축의금을 퍼담던 일행 중 한 명이, 이 장면을 촬영하던 혼주 측 가족 멱살을 잡으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A씨 일행이 챙긴 축의금은 총 880여만원. 결혼식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A씨는 혼주에게 “나 돈 많거든요, 그깟 돈 포기해도 돼, 그래도 당신들 끝까지 괴롭힐 거야”란 말을 남기고 결혼식장을 떠났다.

둘 사이에 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축의금 강탈 사건'이 벌어진 것일까.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A씨와 B(여)씨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오랜 우정을 이어 온 사이였다. 목사 남편을 둔 B씨는 보험업을 하면서 A씨로부터 5년에 걸쳐 7억3000만원을 빌렸다. 이 중 원금 1000만원을 갚았고, 이자로 3억7000만원을 줬다고 한다. 원금 상환이 늦어지자 둘 관계가 틀어졌다.

A씨는 결혼식 한 달 전인 작년 1월, 돈을 갚지 않은 B씨를 사기 혐의로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에 고소했다. 피해 금액이 5억원이 넘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됐다. 고소를 당해 전전긍긍한 채로 딸 결혼식을 올리던 날, A씨 일행이 결혼식장까지 들이닥쳐 축의금을 뺏어가는 소동을 벌인 것이다. B씨 측은 “딸 결혼식장에서 A씨 일행 때문에 사돈댁과 하객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고 했다. 당시 A씨 일행은 B씨에게 ‘축의금을 채무 변제용으로 준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들이밀면서, ‘축의금을 주지 않으면 난동을 부리겠다’는 식으로 협박했다는 것이 B씨 측 설명이다. B씨는 결혼식을 망칠까 봐 합의서에 서명했지만, B씨 남편은 ‘딸 결혼 축하금으로 받은 돈을 내줄 순 없다’며 끝까지 버텼다고 한다.

이 소동 이후에도, A씨 측에선 B씨에 대한 사기 고소를 취하하지 않았다. 그러자 B씨도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올 2월 서울 강남경찰서에 A씨와 당시 일행 중 1명을 공동공갈, 공동강요, 채권추심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B씨 측은 “돈을 갚지 못한 죗값은 마땅히 치르겠지만, 마찬가지로 딸 결혼식을 망친 대가는 그쪽에서도 치러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던 지난 4월 B씨는 빚을 갚지 못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B씨의 남편은 이달 초 A씨 일행 중 나머지 7명에 대한 고소장을 강남경찰서에 추가로 냈다.

경찰은 “현재 A씨 등을 소환 조사했는데 양측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두 고소장을 병합해 수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A씨가 재직했던 제약사 관계자는 “회사를 그만둔 지 오래된 분이라 회사에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지 않다”며 “특별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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