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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살려서, 살아서 돌아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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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때였습니다. 붕괴가 임박한 무역센터 북쪽 타워 86층에서 일하던 변호사가 아비규환 탈출행렬에 끼었습니다. 대여섯 층을 내려가던 그가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비상계단에 꽉 찬 사람들을 뚫고 소방관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소방관이 말했습니다.

"이것이 나의 일입니다"

그 소방관은 퇴각 명령을 받고 붕괴 30초 전 탈출했지만 다른 소방팀장의 운명은 엇갈렸습니다. 대원들에게 탈출을 지시한 뒤 자신은, 휠체어에 탄 사람이 무사히 빠져나가도록 돕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남긴 말이 마지막 인사가 됐습니다.

"이것이 나의 일이다. 이것이 바로 나다"

소방차 2백대가 따르는 2km 운구행렬이 샌프란시스코 시가지를 여덟 시간 동안 다니며 시민들과 작별합니다. 장례미사에는 소방관 5천명이 모였습니다. 불 속에 갇힌 주민을 구하러 뛰어들었다가 가스가 폭발하면서 숨진 두 소방관을 떠나보내는 날이었습니다.

소설가 김훈은 "달려가는 소방차 대열을 향해 늘 내 마음의 기도를 전한다"고 했습니다. "살려서 돌아오라, 그리고 살아서 돌아오라" 김동식 구조대장은 그러나,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지하 2층 불구덩이 속에서, 퇴각하는 대원 네 명을 마지막까지 챙겨 보내고는, 입구를 50미터 남긴 곳에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소방관의 숙명은 '제일 먼저 들어가 제일 나중에 나오는 것' 입니다. 그런 소방관 누구보다 앞장서 화마 속으로 들어갔고, 나올 때는 맨 마지막이었던 김 대장에게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광주소방서 김동식 구조대장실 앞에 걸린 거울에 김훈의 글이 붙어 있습니다.

"소방차 사이렌 소리는 다급하고도 간절하다. 질주하는 소방차 대열을 바라보면서 나는 늘 인간과 세상에 대해 안도감을 느낀다"

김 대장은 출동하고 귀환할 때마다 그 글을 보며, 어느 날 갑자기 닥쳐올지 모를 운명을 떠올리곤 했겠지요. 그러면서도 마지막 현장으로 힘차게 뛰쳐나갔을 그의 모습을 생각합니다.

김훈은 소방관을 '거룩한 사람들' 이라고 불렀습니다. "남의 재난에 몸을 던져 뛰어드는 직업은 거룩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건네는 응원과 격려의 수준이 너무나 빈약하다"는 그의 일갈이, 유난히 크게 울리는 어제오늘입니다.

6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살려서, 살아서 돌아오라' 였습니다.

신동욱 기자(tjmic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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