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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줄줄 소금자루도 채간다...'국내 천일염 8할 생산' 신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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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천일염, 일본 원전 오염수 발 가격 고공행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7배 가까이 상승
수요 높아지는 가을 천일염발 '김장대란' 올 수도
'올여름 많은 비' 예보에 올해도 생산량 하락 전망
고령화로 신안 염전 속속 태양광 발전시설로 전환
2017년 5건 시작으로 매년 늘어 "올해에만 20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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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전남 목포에서 배를 타고 하의도, 비금도를 거쳐 2시간 만에 닿은 신안군 신의면 염전. 한 부부가 소금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안=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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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천일염의 78%를 생산하고 있는 전남 신안 천일염 6월 산지 가격이 지난해 대비 4배 이상 폭등했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4월 13일)으로 지속되고 있는 천일염 사재기 현상에 따른 것이다. 김장철엔 수요가 높아 가격이 오르는 점을 감안하면 올가을 ‘천일염발(發) 김장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6월 ㎏당 188원이던 산지 가격은 날씨 영향 등으로 10월 501원까지 오른 바 있다.

24일 전남 신안군과 대한염업조합에 따르면 6월 현재 신안 천일염 산지 가격은 ㎏당 830원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동월 대비 4.4배 높은 가격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2019년(6월, 125원)에 비하면 7배 가까이 높다. 신안군 관계자는 “천일염 사재기가 전국적 현상이 되면서 각지에서 업체들이 몰려오고 있다”며 “소금이 염전에서 창고로 가는 길에 팔려나갈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1일 찾은 신안군 신의면 염전에는 해가 연중 가장 길다는 하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민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20년 이상 염전 일을 하고 있는 김재방(56)씨는 “통상 이때쯤엔 가을, 내년 봄 출하를 목표로 소금창고에 소금을 쌓아두지만 올해는 중간 상인들이 곧바로 싣고 가 재고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의 소금창고는 예년 같았으면 창고 입구까지 하얀 소금이 가득할 때지만, 이날은 창고 깊숙한 곳 구석에만 소금이 쌓여 있었다. 곧 어디선가 온 트럭이 물이 줄줄 흐르는 20kg들이 소금 자루를 실어갔다. 물기가 완전히 빠지지 않은 소금은 무게가 더 나갈 수밖에 없어 구매자 입장에선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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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찾은 신안군 신의면의 한 소금창고. 여느 때 같으면 입구까지 가득차 있을 창고가 텅 비어있다시피 하다. 요즘 신안에서는 창고에 천일염을 비축할 틈도 없이 출하가 이어지고 있다. 신안=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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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장면은 지난 4월 13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밝히면서 나타났다. '사재기한 소금이 올 김장철에 풀리면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 신안군 관계자는 “요리에 필수적인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이 4, 5년 뒤 오염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생긴 현상이고, 통상 5년 동안 창고에 보관하면서 말려야 고급 천일염이 된다”며 “이 같은 사실을 감안하면 가격 안정을 점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천일염은 가을 김장철뿐만 아니라, 젓갈, 된장 등 각종 장류 생산, 수산물시장에 상시적으로 쓰이는 물질이다.

내년에도 천일염 가격이 고공행진할 것이란 전망 배경엔 날씨도 있다. 올해 여름 예년보다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신안의 염전주 전영준(60)씨는 “지난달부터 닷새에 한 번꼴로 비가 내려 소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여느 해처럼 창고에 소금을 가득 채워 내년 봄을 맞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비를 피해 염전을 비워내는 이른바 ‘비몰이’가 잦을 수밖에 없는 만큼, 높은 생산량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란 이야기다. 비가 많았던 지난해 신안 천일염 생산량은 14만 톤으로 평년(21만톤) 대비 30%가량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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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천일염 생산 8할을 담당하고 있는 신안에서는 고령화 등으로 폐염전이 매년 늘고 있는 것도 변수다. 특히 최근엔 태양광 패널 설치 목적으로 폐전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고 있다. 2017년 5건을 시작으로 8건(2018년), 14건(2019년)에 이어 올해는 이날까지 20곳의 염전이 태양광 설치를 이유로 폐업했다.

신안 천일염 가격의 고공행진에도 어민들이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국내 소금 가격이 오르면 값싼 중국산이 들어올 것이고, 그 상황이 장기화하면 국내 천일염산업이 고사할 수 있다. 신안군 관계자는 “신안 갯벌천일염은 반드시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자원”이라며 “정부에서도 관심 갖고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안 천일염은 주변에 오염원이 없어 품질 면에선 국내는 물론 세계적 명성의 프랑스 게랑드 소금과도 경쟁한다. 미네랄이 풍부하고 염도가 낮아 최고급 소금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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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 신의면의 한 어민이 소금밭에서 수확한 소금을 담기 위해 수레를 밀고 있다. 신안=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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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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