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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전·현직 노동자들 "생리 끊기고 화장실 갈땐 바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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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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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발생 나흘째인 지난 20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 물류센터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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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평 물류센터 화재는 예견된 사고였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무했거나 근무 중인 노동자들이 쿠팡의 열악한 근무환경 실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지난 24일 열린 진보당 주최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들은 "안전교육이라고는 벨트 위에 손을 올리지 마라, 주변을 살피고 다녀라 정도였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화재 사고가 발생한 덕평 물류센터에서 2019~2020년 근무한 적이 있는 이규랑씨(34)는 "업무지시가 어플로 이뤄지다보니 아파트만한 물류창고에 수많은 근로자들이 있지만 관리자는 매우 적은 편"이라며 "안쪽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층을 빠져 나오기까지도 긴 통로를 걸어 나와야해 이번 사건처럼 화재 등이 날 경우 빠져나올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물류센터에서 근무 중인 최모씨(21)는 "고양 1센터, 3센터 등에서 여러 번 근무했지만 안전교육을 받은 적은 단 두 번"이라며 "그마저 한 번도 인솔자가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영상 교육 자료도 없이 5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뤄졌다"고 말했다. 최씨는 "야간에 일하던 도중 엘리베이터에 갇힌 적도 있는데, 휴대전화가 없어 누구에게 연락하지 못했다"고 했다.

2019년 덕평 물류센터 지하1층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는 원은정씨(29)는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하는 일이 잦았다"며 "화재경보기가 울려도 관리자들이 오작동인지 파악이 어려운 상태에서도 계속 일하라고 지시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휴대전화 뒷자리로 불러"…휴게시간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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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과 진보당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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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씨가 물류센터에서 일하면서 가장 황당했던 건 당시 관리자들이 근로자들을 이름이 아닌 휴대전화 뒷자리로 부른다는 사실이었다. 원씨는 "휴대전화를 제출하라고 한 이유도 안전 때문이 아닌 보안유지 때문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진보당은 지난 22일부터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22명의 제보를 받았다. 제보에는 안전교육 미흡의 문제뿐만 아니라 관리자급의 '갑질'이나 휴게시간이 따로 주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담겨 있었다.

동탄 물류센터에서 일했다는 이모씨는 "난생 처음으로 생리가 끊어지고 몸무게가 4키로 가량 빠졌다"며 "폐경이라 걱정했는데 물류센터 일을 관두자마자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일이 끝나면 어깨와 팔근육이 돌덩이처럼 굳었다"고도 덧붙였다.

오산 물류센터에서 근무한 조모씨는 "마감시간이 닥치면 별의별 소리를 다 들었다"며 "화장실을 갈때마다 개인 바코드를 찍었는데 불편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소화기를 찾는 건 보물찾기 수준이었고 카트를 비상구 앞에 잔뜩 가져다 놔서 '불 나면 그냥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모씨 역시 "안전교육은 고사하고 모든 건 일 하면서 배우는 식이었다"며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거나 일이 지체되면 관리자가 소리지르거나 폭언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편 전날 쿠팡 본사 앞에선 쿠팡 물류센터 노동조합 측의 기자회견도 열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이번 화재에 시민들이 '쿠팡 탈퇴'로 답한 이유는 로켓·새벽배송의 편리함이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라며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엔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쿠팡 측의 대피 지연 의혹을 제기한 물류센터 노동자 A씨도 참석했다. A씨는 "글을 올렸던 건 쿠팡물류센터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안전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청원글에서 "지난 17일 화재 당시 오전 5시 10분쯤부터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평소 잦은 오작동 때문에 계속 일하다가 5시 26분께 1층 입구로 향하는 길에 연기를 보고 보안 요원에 불이 났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썼다. 해당 청원은 1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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