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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절벽’의 여성, 이후의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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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다] 테리사 메이 1956~

한겨레

유리천장이라는 말이 있다. 능력을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던 여성도 지도자 자리에 오르지 못하기 일쑤다. 여성만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천장'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테리사 메이가 2016년 7월에 영국 총리가 되었을 때 “유리천장을 뚫었다”는 말이 나왔다.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이후 26년 만”이라는 말도, “유럽연합의 메르켈 독일 총리의 맞수가 될 것”이라는 말도 자주 보였다. 여성이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는 일이 그만큼 드물다는 이야기다.

총리가 되자마자 어려운 과제를 맡았다. 브렉시트, 즉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협상해야 했다. 영국과 유럽 사이에 운전면허는? 국경은? 관세는? 하나의 섬이지만 북아일랜드는 영국이고 아일랜드는 유럽연합인데, 두 곳을 오가는 사람은? 물자는? (아직도 해결 안 된, 사소해 보이지만 사소하지 않은 문제가 많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말에는 영국 앞바다에서 유럽연합 어선이 물고기를 잡아도 될지 안될지로 해군이 출동 준비를 했다고도 하고, 올해 6월에는 냉장 소시지를 영국 본섬에서 북아일랜드로 보낼 수 있을지 없을지로 외교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하나같이 만만찮은 문제다.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반반이었고, 어떻게 브렉시트를 할지도 사람마다 생각이 달랐다. 영국 사람들이 합의해도 유럽연합이 반대하거나, 유럽과 협상해도 영국 쪽이 반대하면 소용이 없었다.

메이의 실패는 예정되어 있었다고들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많이 안 쓰지만 외국에는 ‘유리절벽’이라는 말이 있다. 여성이 유리천장을 뚫고 높은 자리에 올라간 줄 알았는데, 사실은 실패가 예견된 ‘절벽에 내몰린' 상황에서는 남성이 나서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기업실적이 5개월 연속 하락할 때면 여성이 새로 이사가 될 확률이 높다”는 영국의 연구결과도 있다. 테리사 메이 역시 유리절벽의 사례라는 주장을, 나는 외신에서 자주 읽었다. 메이가 올린 브렉시트 계획을 의회는 세차례나 거부했다. 메이도 의회도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야, 브렉시트를 이끌던 보리스 존슨이 앞에 나섰다. 존슨이 총리로 지명된 날이 2019년 7월23일이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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