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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한다" 비판에도 정치인들이 택시 운전대 또 잡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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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 여름 휴가에 택시 교육 받는다 예고
정치인, 생계 유지·민심 청취 위해 택시 기사 경험
박계동, 2000년 11개월 일한 뒤 다시 뱃지 달아
김문수, 경기도 순회 체험 "대통령도 이런 쇼 해야"
송영길 민주당 대표, 인천택시노조 사무국장 지내
SNS 이용 활발해지며 정치인의 택시 활용 줄어
택시업계 "업계 고충 이해 차원 체험 필요성도"
한국일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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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에는 미리 예약해뒀던 개인택시 양수양도교육을 받으러 갑니다. 교육장이 경북 상주에 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남다른' 여름 휴가 계획을 알렸습니다. "2년 전 택시운전을 하면서 택시업계의 고충과 꾸준하게 함께하겠다는 택시업계와의 약속을 지키려 한다"고 취지를 밝혔습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또 쇼하네'라는 반응이 상당했지만, 응원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이 대표가 2019년 바른미래당 최고의원 시절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출시를 놓고 택시업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택시기사들의 고충을 듣겠다'며 두 달 동안 법인택시를 운행한 경험도 있는 만큼 진정성이 있다고 본 것이죠.

또 "낮에는 교육을 받고, 저녁에는 방역 상황을 봐가면서 평상시에 방문하기 어려운 김천·예천·상주·안동·문경 등 경상북도 지역의 당원들을 찾아뵙겠다"고 해 민심탐방도 이어갈 것 같습니다.
한국일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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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택시는 정치권에서 자주 등장하는 '클리셰'입니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휴가 기간에 택시기사를 체험했고, 이를 통해 국민들과 만나 들은 민심이 어떻더라 하는 기사는 수없이 나왔죠.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또 택시를 찾습니다. 택시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낯선 사람과의 만남은 자신도 모르게 경계하게 되지만, 누구나 알 만한 정치인이 택시기사라면 오히려 속에 담아둔 얘기를 꺼낼 수도 있겠죠. 밀폐된 공간은 비밀이 보장되는 장점으로 바뀝니다.

이런 이유로 택시운전 자격증을 딴 뒤 꾸준히 택시를 몰며 민심에 귀를 기울인 정치인들이 꽤 있었습니다. 이들은 생계형으로 운전대를 잡기도 했고, 이 경험을 토대로 책도 내고, 관련 TV 예능프로그램이 생겨 출연하기도 했네요.

박계동, 밥벌이로 했던 택시.. 10여 년 후 회사 차려

한국일보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을 폭로했던 박계동 전 국회의원이 2000년 7월 서울 강서구 택시회사인 금구상운 주차장에서 오전 근무를 마친 뒤 다음 근무자를 위해 택시를 세차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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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치인 중 '택시'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인물은 박계동 전 의원입니다. 택시운전자격증을 취득해 2000년 6월부터 11개월 동안 서울 강서구 택시회사에서 택시기사로 일했습니다.

14대 국회의원이었던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4,000억 원 비자금 폭로로 주목 받았던 그는 이듬해 15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선거법 위반으로 피선거권까지 박탈당해 2000년 16대 총선에는 아예 출마할 수 없게 되자 생활인으로서 택시기사를 택한 것이었죠.

그는 당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평범한 시민의 삶이 그리웠고, 서울시의 교통문제도 살피고 싶었다"고 택시기사 취업 이유를 밝혔지만, "사납금을 채우느라 점심도 못 먹었다"며 고단한 삶을 털어놨습니다.

밑바닥까지 떨어져 와신상담한 덕분이었을까요. 그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이 몰아쳤던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텃밭인 송파을에 공천을 받아 당선됐고, 자신이 근무했던 택시회사의 동료를 국회 비서직(운전)으로 채용하기도 했습니다. '택시정치'로 멋지게 성공한 셈이죠.

그는 또 2015년 7월 국내 최초 협동조합 형태 택시회사인 '한국택시협동조합'을 세웁니다. 택시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사납금 문제를 해결하고자 기사들이 월급을 받는 시스템으로 바꾼 건데요. 초기에는 잘 운영됐지만, 박 이사장이 떠난 뒤로 조합원들 사이에 분쟁이 계속돼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 31개 전 시군 기사 체험...책도 출간

한국일보

2009년 설연휴 마지막 날인 1월 27일 택시운전 자격증을 얻은 김문수 경기지사가 경기 수원시내 일대에서 1일 택시기사 체험에 나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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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손꼽히는 인물은 3선 의원 출신인 김문수 전 경기자사입니다. 경기지사 첫 임기였던 2008년 그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택시업계의 고충을 직접 느끼고 도민의 목소리를 들어보려 택시운전자격증 시험에 도전해 합격합니다.

그리고 2009년 1월 수원을 시작으로 꾸준히 시간을 내 택시기사로 나섰고, 2011년 9월 도내 31개 모든 시군에서 체험을 마칩니다.

그 역시 지리에 익숙하지 못해 번번이 사납금 부족분을 자비로 채웠지만, 이 경험을 바탕으로 '어디로 모실까요-나는 경기의 택시기사'라는 책까지 냅니다.

그는 책에서 "서민의 형편을 아는 지도자만이 일자리가 없어 절망하는 이들,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젊은이들, 이혼하는 가족들, 자살하는 노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며 "대통령도 이런 '쇼'는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1990년 생계형 택시기사로 뛰었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빠지지 않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그는 2000년 16대 총선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으니 택시 운전대를 잡은 시기는 정치인이 되기 전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는 1991년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인천시지부 초대 사무국장을 맡으며 택시, 버스, 화물자동차 운전기사 등 운수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에 힘을 쏟았습니다.

송 대표는 지난달 예방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처음 인사하면서 택시를 운전했던 경험을 양당 대표의 공통점으로 꼽았죠.

택시기사 변신 정치인 예능 등장했지만...

한국일보

2015년 KBS 1TV에서 방송된 여야택시


급기야 정치인들이 택시기사로 나오는 TV 프로그램이 등장합니다. 2015년 7월 KBS 1TV가 2부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여야택시'를 방송했습니다. 여야 국회의원이 택시 운전기사로 직접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로 기획됐는데요.

당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이 서울에서, 김문수 새누리당 전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야당 지지세가 강한 광주에서,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공천혁신추진단장은 반대로 여당 지지세가 강한 대구에서 각각 1박 2일 동안 택시기사로 민심을 청취했죠.

예능과 시사가 접목된 '리얼버라이어티'로 기대를 모았지만, "깊이가 없다" "기대했던 국민들의 쓴소리보다는 국회의원 개인 이야기가 더 많았다" 등의 시청자 평가는 그럭저럭이었습니다. 시청률(1회 6.3%, 2회 5.5%)도 저조해서 그랬는지, 정규 편성에는 실패합니다.

김문수, '택시 감차' 주장했다 역풍 맞아

한국일보

김문수 전 경기지사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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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에게 좋은 소재인 택시도 잘못했다가는 역풍을 맞기도 합니다. 2016년 4월 총선에서 대구 수성 갑에 출마를 앞두고 민심을 듣고자 설 명절 즈음 대구에서 택시기사를 체험했던 소감을 올렸다가 논란이 일었던 김문수 전 지사가 대표 사례죠.

그는 당시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이틀 동안 16시간 택시기사 하고 사납금 19만2,000원을 입금시켰더니 8만 원 담긴 급여 봉투를 받았다. 시간당 5,000원 꼴이니 최저임금도 안 된다"며 "대구 택시 너무 많아 감차가 필요하다"는 글을 남겼어요.

이를 본 네티즌들은 "기사 처우 개선과 사납금 제도 개선보다 기사들 밥줄인 차를 줄이는 감차를 우선시했다"고 잇따라 지적해 김 지사가 곤욕을 치렀습니다.

방송인 유병재씨는 김 전 지사의 글을 풍자해 "이틀 동안 10시간 세배하고 부모님 용돈 드리고 조카들 세뱃돈 줬더니 5만 원 담긴 세뱃돈 봉투를 받았다. 시간당 5,000원꼴이니 최저임금도 안 된다. 조카들이 너무 많아 감원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려 오히려 호응을 얻었죠.

"택시 대신 SNS 소통 활발" VS "현안 이해 차원서 체험 필요"

한국일보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택시들이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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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택시 체험 기사는 명절에도 언론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그 정도로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평가 때문일 수도 있고, 기술 발전과 시대 변화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민심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진 이유도 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편리한 소통 창구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대표적이죠.

한 정치권 관계자는 "SNS는 타인이 관여하지 않아도 누구나 일상에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오프라인 민심 소통 창구로서 택시의 역할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또 택시에서 편하게 대화가 가능한 시대도 아니네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요즘은 택시기사가 정치나 사회 현안 얘기를 꺼내면 꺼려하거나 '목적지까지 조용히 가고 싶다'는 승객이 대부분이라, 각 택시 사업장에서도 기사들에게 교육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방역 차원에서도 승객과 대화하지 않도록 주지시키고 있다고 해요.

오히려 민심 청취보다는 카카오택시 유료화, 배차 몰아주기 등 택시가 모바일플랫폼과 연결되면서 새롭게 떠오르는 업계의 여러 쟁점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기사 체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택시업계의 애로사항을 알려고 기사 체험하는 정치인은 거의 없다"면서도 "주로 지역구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운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애로사항을 피부로 느끼고, 관심을 가져 업계 입장을 반영할 수 있어 택시기사 체험을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solu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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