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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인물 조민이 90% 맞다” 진술에, ‘정경심 재판부’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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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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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장관 재판에서 딸 조민씨의 친구가 조씨의 세미나 참석 여부에 대해 엇갈리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조 전 장관 측이 이를 유리한 증거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경심 재판부’의 판단을 깰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서울지방법원 형사 21-1부(부장판사 마성영·김상범·장용범) 심리로 열린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재판에서 딸 조민씨의 친구가 “세미나장에서 조씨를 본 기억이 없다”면서도 “영상 속 여학생은 딸 조씨가 맞는 것 같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조 전 장관은 정경심 교수와 공모해 2009년 5월 1일~15일 딸 조씨가 서울대 공익인권법 센터에서 인턴 활동을 한 일이 없는데도 인턴십 확인서를 위조해 이를 서울대 의전원 입시에 제출하게 해 입시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세미나서 조민 본 적 없다”면서 “동영상속 인물은 조민”

이날 재판에서는 2019년 5월 15일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세미나에 딸 조씨가 참석했는지, 세미나 영상 속 여성이 조씨가 맞는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오전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씨 친구 박모씨는 검찰 신문에 “세미나에서 딸 조씨를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변호인의 반대신문에서는 세미나 속 여학생이 조씨가 맞는 것 같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날 오후에는 단국대 장영표 교수의 아들 장모씨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장씨는 조씨와 한영외고 유학반 동기로, 아버지 장 교수가 조씨를 의학 논문 1저자로 올려 주고 아들 장씨는 2009년 공익인권법 센터 인턴십 확인서를 받는 ‘스펙 품앗이’가 이뤄졌다.

장씨도 “세미나장에서 조씨를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만약 (조민씨가)왔으면 인사도 하고 그랬을 텐데 기억이 없다”고 했다. “한영외고에서는 저 혼자 참석한 것이 확실하다”는 자신의 검찰 진술에 대해 맞다고 했다.

하지만 변호인이 세미나 영상을 제시하자 영상 속 여성이 조민씨가 맞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장씨는 1심에서는 해당 여성이 조씨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바뀐 것이다. 이후 장씨 진술은 다소 오락가락했다. 검찰이 재차 “저 여학생이 조민이라는 기억이 증인 기억에 있느냐”고 하자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다시 조 전 장관 변호인이 “사진 속 여성이 조민이 맞다고 했죠”라고 하자 “조민이 90%맞습니다”라고 했다.

◇정경심 재판부 “조민 아니다, 인턴증명서는 허위”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했는지, 인턴십 확인서가 허위인지 여부는 정경심 교수 재판에서도 쟁점이 됐다. 정 교수도 허위 내용의 공익인권법 센터 인턴십 확인서를 대학원 입시에 제출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됐다. 당시 정 교수 변호인도 “공익인권법 센터장으로부터 인턴활동 승낙을 받아 2009년 5월 1일부터 14일까지 과제를 수행했고, 15일 세미나에 참석했다”며 인턴증명서가 허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관련 혐의 등으로 작년 11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같은 쟁점에 대해 똑같은 심급(1심)에서 이미 판단이 있었던 것이다.

정 교수의 1심 재판부는 해당 기간이 한영외고 유학반의 AP시험(미국 대학의 학점을 미리 취득하기 위한 시험) 기간과 겹친다는 데 주목했다. 5월 4일~14일 생물학, 미적분학, 거시경제학 등의 시험이 치러졌고 조씨는 4과목 중 3과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조민씨의 고교 3학년 담임 교사는 “5월 첫째 주가 되면 학생들은 (AP시험 외에)다른 공부를 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조씨가 AP시험 고득점을 받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을 기울였고, 다른 동아리회원들의 AP시험 등도 고려하면 2009년 5월 1일~14일 유학반 인권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세미나 관련 스터디를 했다는 조민씨의 진술은 거짓”이라고 했다.

◇인턴 기간, 센터장 및 참석자 진술 등 종합해 판단

조씨의 5월 15일 세미나 참가와 관련, 재판부는 “동영상의 여성이 조민씨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조씨 친구 박씨가 “세미나에 나 외에 다른 한영외고 학생은 참석하지 않았고 동영상의 여성은 조민씨가 아니다”고 한 점을 근거로 했다. 장영표 교수 아들 장모씨 역시 “조민은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았다. 동영상에서 확인되는 여성은 조민과 다르다”고 했었다. 두 사람은 세미나가 진행되는 동안이나 휴식 시간 세미나장 밖에서 조씨를 만난 사실이 없다고도 진술했다. 재판부는 “세미나 장소가 120석으로 크지 않고 강의 진행 중 앉아 있는 사람이 10여명에 불과해 조씨가 왔었다면 못봤을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했다. 조씨는 5~10명의 인권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주장했지만 동영상에는 그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반면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이던 김모씨는 검찰 조사에서 “동영상의 여성은 조민”이라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씨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김씨가 세미나 당일 조씨를 한 번 본 뒤에 검찰 조사를 받을 때까지 10년간 조씨를 본 적 없었고, 김씨가 진술한 조씨의 인상착의가 졸업앨범에서 확인되는 모습과 다르다고 했다.

또한 동영상 등장 인물들의 복장이 한영외고 교복이 아니라고 했다. 국과수 감정 결과 ‘동일 인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지만, 해상도가 낮아 ‘판정 불가’하다는 게 주된 취지여서 해당 인물이 조민이라는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센터장이었던 한인섭 교수 또한 조민씨를 세미나장에서 만나거나 조국 교수로부터 조민을 소개받은 적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센터장인 한인섭 교수로부터 인턴 활동을 허락받거나 과제를 부여받은 일이 없고, 세미나 참석 전 해당 주제에 대해 스터디를 한 사실도 없으며 세미나가 끝날 무렵 개인적으로 뒤풀이 참석을 위해 세미나장에 왔을 뿐 “이라며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는 허위”라고 판단했다.

◇'세미나 참석' 두 친구도 “다른 인턴활동 안했다”

정 교수 1심 재판부가 인턴증명서가 허위라고 판단한 근거는 ‘5월 15일 세미나 참석 여부’에 국한되지 않았다. 인턴기간이 AP시험 기간과 겹치는 점, ‘세미나에서 조민을 봤다'는 진술의 신빙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15일 세미나 참석이 인정된 조씨의 두 동료 또한 “세미나 참석 외에 다른 인턴활동은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장씨의 경우 ‘스펙 품앗이’를 인정하기도 했다. 조민씨를 의학 논문의 1 저자로 올려 주는 대가로 자신이 공익인권법센터 인권증명서를 발급받았다는 것이다.

“동영상 속 인물이 조민 맞다”는 이들의 23일 증언으로 인턴확인서의 허위성 판단이 번복될 수 있을까. 이들의 1심 진술 중 “동영상 속 인물이 조민이 아니다”는 내용에 대해 조국 전 장관 재판부가 다시 판단할 수는 있다.

그러나 ‘세미나 참석’은 인턴활동 내용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한 법조인은 “세미나에 참석한 학생마저 ‘스펙 품앗이’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세미나 참석 여부조차 불분명한 조민씨에 대한 인턴확인서 내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동영상 등장 여성이 조민인지 여부를 두고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경심 “동영상 인물 누군지 몰라”->22회 재판부터 “조민 맞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경심 교수는 수사과정 및 재판에서 동영상 속 남녀에 대해 “누군지 모른다”고 하다, 22회 공판부터 “동영상속 인물은 조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조민씨는 검찰 조사시 “세미나가 개최되는 동안 인권동아리 회원 5~10명과 함께 세미나장 맨 뒷줄에 앉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동영상에서 이들이 ‘조민’이라고 지목한 여성은 세미나장 중간에 앉아 있었고, 함께 있던 사람은 남성 1명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세미나 참석 경위에 대한 조씨 진술도 거짓이라고 봤다. 조씨는 검찰에서 “2009년 4월부터 공익인권법센터 홈페이지에 게시된 안내문을 보고 세미나 개최 사실을 알게 됐고, 그 무렵 한인섭 공익인권법센터장으로부터 과제를 받아 5.1~5.14.까지 한영외고 강의실에 모여 스터디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세미나 개최 사실이 공고된 때는 2009년 5월 6일”이라며 “그 이전인 4월에 홈페이지를 통해 세미나 개최 사실을 알고 과제를 받았다는 조민의 진술은 거짓”이라고 했다. 한 센터장도 검찰에서 “조씨에게 인턴활동을 허락하거나 과제를 내준 사실이 없다”고 했다.

조 전 장관 측은 “2008년 10월 30일 딸과 친구에게 겨울방학에 사형폐지 운동과 탈북 청소년 돕기 운동을 할 것을 지시하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한 지시에 따라 딸과 친구가 실제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활동을 했고 세미나도 참가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시받은 대로 국제사면위원회 한국지부와 유대해 사형페지 운동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설령 그런 활동을 했다고 해도 고등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에 불과하고 센터장이 아니었던 조 전 장관이 이를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으로 인정할 권한이 없었다”고 했다.

◇정경심 재판부 ‘위조’ 판단, 뒤집어야 무죄 가능

정경심 재판부는 ‘센터장으로부터 인턴활동을 허락받거나 과제를 부여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인턴활동의 존재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취지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 따르면 센터는 그해 1월 인턴십 모집 공고를 딱 한번 냈는데, 서울대 로스쿨 입학 예정생, 법대 대학원생이나 학부생을 대상으로 난민과 무국적자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는 업무로, 고교생을 대상으로 인턴 모집 공고를 낸 기록은 없었다. 한 법조인은 “해당 프로그램에 고등학생 인턴제도가 없다면 그 자체로 인턴활동의 허위성이 증명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 교수는 인턴 기간이 끝난 후 두 달이 지난 그해 7월 말 조 전 장관에게 딸과 두 친구의 주민등록번호와 학번을 알려 줬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센터 직원의 도움을 받아 인턴확인서를 위조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인턴확인서의 허위성에 대한 인식은 있었지만 ‘위조’를 공모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했다.

한 법조인은 “같은 쟁점에 대해 현재 재판부가 다른 판단을 하려면 정경심 재판부가 인정한 증거를 모두 뒤집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다른 판단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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