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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세웅 유한양행 소장 “폐암 신약 렉라자, 美 FDA 승인 받으면 연 매출 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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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이 지난 23일 경기도 용인 연구소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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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사 유한양행이 미국 얀센과 공동개발한 폐암 신약 ‘렉라자’가 이번 달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국내에 쓰인다. 먹는 항암제인 ‘렉라자’는 폐암의 80%를 차지하는 비소세포 폐암 중에서도 1차 항암 치료에 약효를 보지 못한 환자에게 사용한다.

기존 치료제는 1년 정도 사용하면 내성이 생기고, 폐암이 뇌로 흔히 전이된다. 렉라자는 기존 치료제 내성을 보이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고, 뇌혈관 장벽(BBB)을 통과해 뇌 전이 환자에서도 효과가 있어 1차 치료에서 실패한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폐암 치료제인 타그리소의 한해 글로벌 매출은 5조원. 유한양행은 렉라자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만 받아 타그리스를 대체할 수 있다면 연 1조원 이상의 매출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국내 제약산업 100년 역사에서 이 정도 성과를 낸 혁신 신약은 없었다.

렉라자의 원료 물질인 ‘레이저티닙’을 찾아내 미국 얀센과 공동개발까지 이끌어 낸 오세웅(51)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을 지난 23일 경기 용인시 연구소에서 만났다. 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하늘 길이 닫히기 직전까지 렉라자 기술 수출을 위해 중국, 싱가포르, 미국 등을 돌며 동분서주했다.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오 소장은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토종 국내파’로 유한양행 연구소장까지에 올랐다. 연구 가운을 입은 오 소장은 실험실에 놓인 ‘마이크로피펫(액체를 극히 작은 양까지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계량기)’을 보고는 “직접 잡아본 지 십 년은 넘은 것 같다”며 웃었다.

─ 2015년에 발견한 레이저티닙이 미국 얀센 기술 수출을 거쳐, 올해 렉라자로 식약처 승인을 받았다. 우여곡절은 없었나.

“2017년쯤 중국의 제약사에 기술 수출을 타진했다가 최종 무산된 적이 있다. 기대가 컸던 터라 회사 안팎의 시선도 그렇고 팀원들 전체가 심리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우리가 얀센에 기술을 처음 소개한 곳도 중국이긴 하다.

중국 제약사 기술 수출이 무산된 후 현지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우리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미국 얀센 관계자를 만날 기회가 만들어졌다. 얀센 같은 글로벌 대형 제약사는 최신 신약 물질을 확보하려고 전 세계 주요 도시에 팀을 두고 있다. 그 때 당시에 어떻게 기회가 닿아서 중국에 체류하던 얀센 관계자를 만났고, 그 기회를 잡아 싱가포르에 있는 얀센 지사를 거쳐 미국에 글로벌 헤드까지 닿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기술 수출을 거절했던 그 중국 제약사는 신약 기술을 보는 눈은 꽤 있었던 셈이지만 막판에 그 기회를 놓쳤다.”

─ 글로벌 빅 파마인 얀센과의 공동개발 작업은 어떤가.

“유한양행이 국내에선 대기업이지만 얀센과 (그 규모를) 비교하기는 힘들다. 일례로 국내 제약사에서는 연구실 전체 인원이 50명 정도면, 얀센 같은 곳은 한 개의 연구를 수행하는 팀 인원이 50명이다. 스케일 자체가 다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 과정 등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신약을 개발해서 글로벌 성공에 이르려면 결국 미국 시장을 뚫어야 한다. 현지에서 사용하는 정부 문서 양식, 하다 못해 기업 인보이스(거래 문서) 양식까지 곁눈질하며 참조하고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우리 연구원들에게 값진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렉라자가 글로벌 임상에 들어간 시기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린다. 코로나19가 ‘렉라자’ 임상에도 영향을 미쳤나.

“코로나19와 같은 대형 이벤트가 발생하면 관련 신약(치료제나 백신) 긴급 사용 허가에 인력이 몰려, 기존 신약의 인허가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기 십상인데, 다행스럽게도 렉라자는 그렇지 않았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비행 길이 막히기 직전에 업무차 싱가포르에 다녀온 일은 있었다. 국내에 도착하자마자 방문길이 닫혀 버렸다. 돌발 상황이라고 하면,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던 교수님이 코로나19 감염돼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연구원 모두가 교수님의 명복을 빌었다. ”

─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렉라자(레이저티닙)를 얀센 항암제 후보물질 ‘아미반타맙’과 함께 쓰는 임상결과를 발표했다. 반응은 좀 어땠나.

“올해는 ASCO가 온라인으로 이뤄져서 현장 반응을 직접 느낄 순 없었다. 물론 학회가 끝나고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얘기는 듣고 있다. 현재 얀센과 함께 폐암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렉라자에 대한 글로벌 3상이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오는 2023년 미 FDA에 신약 허가 신청(NDA)을 하고, 2024년이면 해외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국내 바이오벤처가 발견한 신약물질 레이저티닙을 지금의 렉라자로 만들었다. ‘넥스트 렉라자’로 눈 여겨보는 국내 바이오벤처의 신약 기술이 있나. (유한양행은 현재 지아이이노베이션과 알레르기 치료제 GI301, 아임뉴런바이오사이언스와 뇌질환 치료제 등 다양한 바이오벤처 기술을 공동 연구 중이다.)

“현재까지 가장 연구 진행이 많이 된 기술로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인 YH35324(물질명, GI301)가 있다. (이 물질은 지난 19일 식약처에 임상 1상 시험계획 승인을 받았다. 신약 물질은 정식 이름이 정해지기 전까지 각 회사마다 부르는 명칭이 다르다. 현재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이 물질을 GI301, 유한양행은 YH35324라고 부른다.)

콧물 감기약으로 주로 쓰이는 전통적인 ‘항(抗)히스타민제’는 알레르기로 몸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히스타민 작용을 억제해 콧물 가려움 등 증상을 완화시키는 작동 원리라면, 이 물질은 우리 몸 안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면역글로블린E(lgE) 자체를 억제하게 된다.”

─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 우리가 흔히 복용하는 ‘항히스타민제’가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하는 약이라면, 현재 개발 중인 신약은 우리 몸이 알레르기 반응 자체에 반응하지 않게 만든다고 이해하면 되나.

“면역글로블린이 몸 안에 있는 비만세포 등과 결합해서 폭발하면 히스타민 등이 뿜어져 나온다. 이 히스타민이 염증 반응을 일으켜 아토피 천식 등을 일으킨다. YH35324은 면역글로블린이 비만세포와 결합하지 못하게 차단한다. 그러면 히스타민 반응이 아예 나오지 않는다. 현재까지 개발된 이런 방식의 알레르기 약으로 스위스 노바티스가 개발한 졸레어가 있다. 졸레어의 연간 글로벌 매출은 4조원에 이른다. 이 약이 성공하면 4조원짜리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된다.”

─ 알레르기 치료제 이외에 관심을 두고 지켜볼 만한 신약 물질은 없나.

“에이비엘바이오와 공동연구중인 면역항암제(ABL105/YH32367)도 이르면 내년 초 식약처에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이 물질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암세포를 기억하게 해서 스스로 항암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 면역 체계가 암세포를 기억하게 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 백혈구에도 기억력이 있나.

“이게 ‘면역 기억(immune memory)’이라는 원리인데, 면역T세포에 암 세포의 특징을 기억하도록 주입하는 기술이다. 면역 세포가 우리 신체 안에서 순찰을 돌다가 암세포를 발견하면 ‘아 이 놈은 나쁜 놈이구나’라고 즉각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면역 세포에 현상 수배범 전단을 쥐어준다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

“뭐, 적절한 비유다.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기억하도록 하니, 그런 암세포를 빨리 발견해서 제거할 수 있고, 그러면 종양이 커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이는 기존 (화학적)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 치료에도 사용할 수 있다. 같은 방식의 신약으로 표적 치료제인 ‘허셉틴’이라고 있는데, 이 시장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8조원에 이른다. 이 밖에 주목하는 기술로 지난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52억원을 받고 기술 수출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자체 개발 비만치료제 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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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이 지난 23일 경기도 용인 연구소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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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자와 모더나가 mRNA(메신저리보핵산)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면서 mRNA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mRNA 기술이 혁신적인 것은 맞다. 하지만 항암제 등으로 활용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당분간은 백신 기술로 주로 활용될 것 같다. 코로나19 기술을 개발한 화이자나 모더나와 비교하면 국내 제약 산업의 mRNA 기술 격차는 상당히 크다. 특히 모더나가 개발한 mRNA 백신의 경우 요소 기술마다 특허가 달라서 접근이 어려울 것으로 안다.”

─ 정부가 한국의 미래 산업으로 바이오, 배터리, 반도체(BBB)를 꼽았다. 최근 삼성과 SK 등이 공격적으로 들어오고 있지만, 배터리나 반도체와 비교해서 한국 바이오 산업의 지위는 상대적으로 낮다. 이를 끌어 올리려면 정부가 어떤 지원을 해야 한다고 보나.

“산업 발전이라는 게 결국은 얼마나 우수한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있지 않겠나. 미국 대학에 유학생을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가 어디인지 아는가. 중국이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미국에 유학하던 훌륭한 중국인 유학생들이 본국으로 많이 돌아갔다. 훌륭한 과학 바이오 인재들이 중국 본토에 유입되면서, 중국 제약사들이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 현장에서 최근 1~2년 사이 중국 제약사들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중국에서 눈에 띄게 좋은 신약 기술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 미국에는 한국인 유학생도 많지 않나. 미국에 유학 중인 한국인 인재들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도록 하는 ‘인재 리쇼어링’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우리도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다. 미국의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의 연봉 테이블 자체가 너무 차이가 난다. 미국 유학생을 데려온다고 한국 정부에서 사기업에 돈을 지원할 수는 없지 않나. 과거에 브레인코리아(BK)라는 사업을 정부가 전향적으로 도입해서 성과를 본 것으로 안다. 그런 방식의 다양한 인재 육성 정책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기업을 위해 도울만한 지점은 없을까.

“정부가 기업을 돕겠다고 하는데, 자꾸 그러지 말고 정부가 자신들을 돌봤으면 좋겠다. 식약처의 경우 인력 부족으로 담당 공무원들이 업무에 치인다. 사기업은 주 52시간 등으로 요즘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 있는데, 공무원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해졌다. 공무원 한 사람이 처리해야 하는 일이 너무나 많다. 거기에 한국 정부는 순환 보직 원칙이 있지 않나. 미국은 정부도 각 분야의 전문가를 키우는데, 한국은 전문 분야라고 해도 담당자들이 2~3년에 한 번씩 바뀐다. 산업 발전을 바란다면 이 지점은 정말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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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이 지난 23일 경기도 용인 연구소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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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양행은 국내 바이오벤처와 신약을 공동개발하는 ‘오픈이노베이션’에 능하다. 유망한 신약 기술을 선별하는 기준이 있나.

“기술 이전 투자를 할 때 신약 물질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안목이 중요하다. 그리고 또 중요한 건 결국 사람이다. (바이오벤처 대표가) 유한양행과 신약을 공동 개발해서 기술 수출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만한 사람인지를 본다는 뜻이다. “

─ 지아이이노베이션의 남수연 사장과 아임뉴런의 김한주 대표가 유한양행 출신인데 이것도 같은 맥락인가.

“기술 개발이라는 것도 사람과 사람 간 신뢰와 믿음에서 비롯된다. 아무래도 이 분들이 유한양행의 정신을 이해하고, 가치를 공유할 수 있으니 작업도 잘 된다고 본다.”

─ 그동안 국내 바이오벤처 기술에 주로 투자했는데, 혹시 해외 바이오벤처가 개발하는 신약물질 투자도 검토해 본 적이 있나.

“지금 많이 보고 있다. 얀센이 신약 기술을 찾기 위해 세계 각국에 지사를 두는 것처럼, 유한양행도 최근 미국과 호주에 법인을 만들고 신약 기술을 찾고 있다. 미국의 바이오벤처 회사들은 보스턴과 샌디에이고에 몰려있다. 그래서 미국에는 보스턴에 사무실을 두도록 했다.”

김명지 기자(mae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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