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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지금 실험을?"... 컬링 연맹의 생소한 '국대 선발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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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경기 방식에 선수, 지도자 의문... 연맹 "참가팀 많아 불가피"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낀 다음 시즌 태극마크를 달 팀을 선발하는 믹스더블 국가대표 선발전의 경기 진행 방식을 두고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물음표가 켜졌다.

27일부터 충북 진천선수촌 컬링훈련장에서 진행되는 2021 한국컬링선수권대회 믹스더블 국가대표 선발전의 경기 진행 방식은 '트리플 녹아웃'이다. 예선 토너먼트에 두 번의 패자부활 토너먼트가 섞인 방식으로, 예선에서 2패 이하를 거두면 토너먼트에서 잔류할 수 있는 특이한 방식이다.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당초 원했던 방식은 조별리그 및 결선 토너먼트이다. 지난 4인조 국가대표 선발전이나, 지금까지의 국가대표 선발전들이 해당 방식을 차용했기에 선수들에게도 익숙한 경기 방식이다. 그림을 그려야만 설명이 가능한 방식에 현장의 선수나 지도자들에게는 경기 방식을 파악해야 한다는 과제가 생겨났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기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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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블 녹아웃 방식의 모식도. 정규 토너먼트 아래에 패자부활전으로 구성된 라운드가 보인다. 한 번의 패자부활 라운드가 더 추가되면 '트리플 녹아웃' 방식이 된다. ⓒ 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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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은 4인조 컬링과, 믹스더블을 겸업할 수 없다는 독소조항이 풀린 이후 첫 번째 선발전이다. 참가 제한 없이 모든 팀에 문호가 열렸기에 60팀 이상이 참가 신청서를 접수했고, 지역예선 등으로 시드 배정을 하는 과정을 거쳐 국가대표 선발전 1차전에서는 30팀이 참가하게 되었다.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진행하는 트리플 녹아웃은 토너먼트에 두 차례의 패자부활 토너먼트가 추가되는 형태이다. 토너먼트에서 무패를 기록하는 팀들이 오르는 A파이널 라운드, 그리고 1패를 기록한 팀이 빠지는 B파이널, 마지막으로 전체 2패를 기록하는 팀이 빠지는 C파이널로 나뉘어진다.

32강에서 출발하는 토너먼트이기에 복잡한 면도 많다. A파이널 라운드에서 패배 없이 결선 진출권을 따내려면 4승을 기록하면 되는데, 총 전적에서 3패 이상을 거두면 자동으로 탈락하는 시스템이다. A파이널과 B파이널에서는 2개 팀, C파이널에서는 4개 팀이 결선 진출권을 얻을 수 있다.

이렇듯 트리플 녹아웃 방식을 직관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데다, 실제 경기에서의 적용 사례가 많지 않아 현장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당장 북미권에서 진행되는 월드 컬링투어 오픈 대회 정도에서만 트리플 녹아웃 방식을 차용했고, 타 종목까지 범위를 넓혀도 E스포츠에서나 트리플 녹아웃을 볼 수 있다.

특히 믹스더블은 컨디션, 승리나 패배 등을 통해 얻는 분위기가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 많은 경기를 치르는 것이 변별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현장에서의 의견. 한 팀당 치르는 경기가 많지 않은 트리플 녹아웃 방식으로는 패배 시의 부담감에 눌려 제대로 된 기량을 펼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발전에 참가하는 지도자 A씨는 "선수들이 패배할 때마다 조가 옮겨지니 부담감이 클 것 같아 걱정된다"고 전했다. 특히 A씨는 "올림픽 대표 선발을 앞두고 검증된 조별리그 대신 생소한 방식을 차용했다는 점이 아쉽다. 올림픽과 같은 중요한 이벤트가 없는 해에 시도를 했으면 좋았을텐데, 올림픽 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 새로운 방식을 쓰기엔 부담이 크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선발전에 출전하는 B 선수 역시 "믹스더블의 경우 워낙 초반 변수가 많아 조별리그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 보는 생소한 경기방식이라 적응이 힘들다"면서, "트리플 녹아웃 방식 역시도 해외 오픈처럼 중요도가 크지 않은 대회에서 주로 쓰기 때문에 국가대표 선발전에 맞는 방식인지 의문도 들었다."고 전했다.

불가피하게 트리플 녹아웃 방식을 차용해야 한다면 시드 배정에 신경써야 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역시 믹스더블 팀을 꾸린 C 선수는 "조 선발에서 고교 팀이나 실업 팀, 동호회 팀이 골고루 만나도록 따로 구성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선수에 따라서는 '죽음의 토너먼트'가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지도자 A씨 역시 "경기 방식을 바꾸지 못한다면 고교 팀, 동호인 팀, 실업팀에 따라 서로 만나는 횟수가 정해지도록 시드 배정을 해야 할텐데 그 부분도 받아들여지지 못해 불만"이라고 털어놓았다.

연맹 "참가팀 많아 어쩔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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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런히 놓여진 컬링 스톤의 모습.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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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탓에 경기 방식을 지금이라도 변경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일각의 목소리도 현재까지 나오는 상황. 하지만 대한컬링연맹은 26일부터 공식 연습이 시작되는 등, 국가대표 선발전이 코앞으로 다가온 탓에 경기 방식을 현재 바꾸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연맹 관계자는 "기존 대회에 비해 워낙 많은 참가팀이 모인 탓에 트리플 녹아웃 방식을 차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하는 팀이 워낙 많아 지역 예선을 거쳤지만, 그럼에도 30팀 이상으로는 조별리그를 구성하는 것이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1차전 기간동안의 경기 일정표를 살펴보면 하루 20개의 경기가 진행되는 등 빡빡한 일정이 드러난다. 예산이나 시간적 상황 탓에 경기 기간을 타이트하게 가져가야 하고, 압축된 기간 안에 최대한 많은 경기를 치르도록 해야 하는 탓에 이러한 방식이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채택되었다는 것이 연맹 측의 설명.

다만 연맹에서도 아쉬움을 남긴 점은 있다. 국가대표 선발전이라는 막중한 대회를 진행하면서 생소한 경기방식을 차용한다면, 이에 앞서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에게 대회 방식에 대해 충분한 소개나 설명을 이어갔어야 했다. 당장 현장에서는 경기 방식이 알려진 뒤에서야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경우도 적잖았다.

다른 아쉬움도 남는다. 연맹에서도 대회 개최방식을 확정하기 전 민원 창구만을 열어두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나오는 익명의 목소리까지 충분히 수렴했어야 했다는 것.

실제로 연맹에서는 공식적으로 경기 방식에 대해 제안된 민원이 없었다고 하지만, 해당 경기 방식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한 컬링인은 "불이익 위험을 감수하고 연맹에 직접 민원을 넣을 선수나 지도자가 있겠느냐"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어쩌면 대회를 앞두고 경기 방식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작은 소동 정도일 수 있겠지만, 대한컬링연맹에서도 민원 창구만을 열어두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현장이나 지도자들의 가감없는 목소리를 듣는 기회를 먼저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이번 소동을 통해 드러난 셈이다.

박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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