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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월남패망 상황과 다르다”… 탈레반 막으려 B-52 폭격기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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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아프간 점령 속도내자 美, 칸다하르 등 요충지 공습

내달 美軍 완전 철수까지 지원… 탈레반 “공격 대가 치르게 될 것”

조선일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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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을 돕기 위해 지난주 여러 곳의 요충지에서 탈레반을 공습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군 철수가 본격화된 후 아프간 전역에서 파죽지세로 진격 중인 탈레반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처음으로 강력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특히 미군은 탈레반에 ‘무력시위’를 하기 위해 B-52 전략폭격기까지 동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탈레반이 우위를 보이는 아프간 상황을 ‘월남 패망’에 빗대는 말까지 나오자, 국내외 여론에 민감한 바이든 행정부가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군 철수가 시작된 후 미군의 탈레반 공습 빈도는 현저히 줄어들어, 지난 한 달간 6~7차례밖에 없었다고 한다. 또 그중 대부분은 무인기를 이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21일 밤 남부 요충지 칸다하르 인근에서만 두 차례 미 전투기의 탈레반에 대한 공습이 실시됐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 공습으로 탈레반 조직원 3명이 숨졌으며 차량 2대가 파손됐다고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B-52 장거리 폭격기가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카불 상공에서 목격됐다”고 전했다. 미 공군이 공습 빈도를 높이면서 상징성이 큰 B-52까지 동원해 ‘무력시위’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조선일보

B52 전략폭격기가 완전 무장시 탑재할 수 있는 폭탄 등 무기들과 함께 미 루이지애나주 바크스데일 공군기지에 전시돼 있다. 미 공군 홈페이지


길이 약 50m에 30t가량의 폭탄을 싣고 가 적군에 융단 폭격을 가할 수 있는 B-52는 미국 정부의 결연한 의지를 나타낼 때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지하 시설을 파괴하는 벙커버스터를 탑재하는 경우가 많아 주로 산악 지대에서 활동하는 탈레반에게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미 군용기는 이미 아프간에서 모두 철수한 상태다. 폭격기든 무인기든 아프간 상공에 띄우려면 카타르, 바레인 등 페르시아만에 있는 미 공군기지에서 출격시켜야 한다. 공습 작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아프간 공습을 재개한 것은 “다음 달 미군이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는 아프간 정부군을 계속 지원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반영한 일”이라고 미 CNBC방송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탈레반 진격의 규모와 속도가 미 국방부 수뇌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공습 배경을 설명했다.

미군 철수 후 아프간이 너무 맥없이 탈레반의 수중에 떨어지고, 탈레반의 가혹한 통치가 다시 국제사회에서 부각되면 철군을 명령한 바이든 대통령은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지난 8일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철군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베트남에서 일어난 일과 이번 철수 사이에 유사성을 느끼나”란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아프간이 탈레반에 함락되면 ‘월남 패망’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은 월맹군이 아니다”라며 “(월남 패망 때처럼) 아프간의 미국 대사관 옥상에서 사람들을 (헬리콥터로) 대피시키는 장면을 보게 될 상황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21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미 아프간 행정구역 중 절반 이상을 점령했다. 수도 카불을 비롯한 34주의 주도(州都) 중 탈레반이 점령한 곳은 아직 없지만, 모두 탈레반의 끊임 없는 위협을 받고 있다. 24일 알자지라의 보도에 따르면 아프간 내무부는 탈레반의 진격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춰보기 위해 이날 34주 중 31주에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통행을 제한하는 통금령을 내렸다. 미군 철수가 95% 완료된 상황에서 탈레반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아프간을 장악해 가는 모습을 보이자, 미국이 다시 공습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측이 권력 분점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도 미군이 공습에 나서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여겨진다. 탈레반이 무력으로 아프간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고 믿게 되면, 진지하게 협상에 임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이번 공습이 미군 철수 공약에 위배된다며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탈레반이 이렇게 반응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는 뜻이란 분석도 있다. 칸다하르의 아프간 정부 고위 관료는 뉴욕타임스에 이번 미군의 공습이 “정부군의 사기를 올려주었다”면서 “탈레반을 칸다하르시에서 멀리 쫓아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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