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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 Now] NFT로 생명을 구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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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대체불가능토큰 NFT(Non-fungible Token) 거래 플랫폼인 라리블(rarible)에 접속해 보면,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가 1973년 손으로 쓴 입사지원서를 디지털화한 이미지가 경매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윈소프벤처스가 올해 한 장짜리 입사지원서를 22만달러(약 2억5300만원)에 구입한 뒤 "실제와 디지털 중 무엇이 더 가치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 경매에 붙였다고 한다. 아직 마감 시간이 남았는지 최고 입찰가는 2171달러다.

오늘날 세상은 디지털 그 자체다.

MIT미디어랩을 창업하고 테크업계 교본으로 불리는 와이어드에 처음으로 투자했던 니컬러스 네그로폰테는 1995년 "모든 것이 디지털화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세상은 서서히 원자로 구성된 아톰(Atom)의 시대에서 비트와 바이트로 구성된 디지털 시대로 빠져들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가상화폐가 뜰지,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할지 아무도 몰랐다.

NFT도 비슷하다. 소유자와 거래 이력이 블록체인 기술로 기록돼 특정인이 함부로 변경할 수 없고, 이미지 파일을 URL 주소로 올릴 수 있다면 거래가 가능해 디지털 자산 시장의 개척자처럼 비쳐진다.

새로운 기술에는 늘 혁신가뿐 아니라 사기꾼까지 뒤섞인다. NFT는 변형이 불가능하지만 올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사칭을 해도 대응하기가 어렵다. NFT 거래 플랫폼인 라리블이나 오픈시(opensea) 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디지털 파일을 올릴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사칭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도 등장하고 있다. "NFT는 윤리성이나 책임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투기적 거품이자 새로운 스캠"이라는 블로그 글도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하지만 테크놀로지는 그 본질상 선도, 악도 갖고 있지 않다.

인도와 동남아시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인 누라헬스는 얼마 전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하세요'라는 NFT를 발행해 450만달러에 달하는 기금을 모아 3600명 어린 생명을 구했다. 이들 지역에선 1000명의 신생아가 태어나면 9명이 죽는다. 젊은 부부가 많다 보니 제대로 된 육아 교육을 받지 못했고, 시설이 낙후되다 보니 제대로 된 응급 대응이 어려워서다. 전설적인 투자자 폴 그레이엄은 이번 모금을 목격하고 "NFT는 새로운 영역이라 사용하는 방법도 새롭다"면서 "이제 그 잠재력을 보면 흥분이 된다"고 썼다.

한 생명을 구하는 데는 1235달러면 충분하다고 한다. 코로나19로 대면 모금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글로벌 모금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NFT라는 창구를 통해 선의를 가진 사람이 모여들었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어졌는지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알프레트 아들러의 말이다. 테크놀로지를 어떻게 쓸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실리콘밸리 = 이상덕 특파원 asiris27@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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