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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호르몬이 대체 무슨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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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육상 400m 음보마, 남성 호르몬 수치 높아 실격

200m는 문제없이 출전해 銀

조선일보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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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여자 육상 200m 결선(3일)에선 작은 이변이 일어났다. 일레인 톰프슨(29·자메이카)이 21초53으로 가장 먼저 골인하며 100m 금메달에 이어 2관왕에 오른 것은 예상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서남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온 18세 크리스틴 음보마가 다른 우승 후보들을 제치고 20세 이하 세계신기록(21초81)으로 2위를 했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음보마는 주 종목인 400m엔 출전할 수 없다. 호르몬 때문이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세계육상연맹은 2015년부터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의 일종)이 일정 수치를 넘는 선수는 중거리(400~1600m) 종목에 나설 수 없도록 정했다. 단거리와 장거리는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음보마는 지난달 2일 남성 호르몬이 보통 여성보다 5배 정도 더 높다는 측정 결과를 받았다. 그래서 호르몬 규정과 무관한 단거리 200m에 나섰다가 깜짝 은메달을 걸었다.

이후 음보마를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졌다. 소셜미디어에는 ‘남자가 여성 종목에서 뛴 것 아니냐’는 원색적 비난이 나왔다. 남성 육상 선수였던 마르신 우르바스(45·폴란드)는 “음보마가 여자가 맞는지 확인해 달라”며 IOC에 재검사를 촉구했다.

중거리 종목에만 적용되는 호르몬 수치 규정이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4일 호르몬 수치를 참가 기준으로 삼으려면 모든 세부 종목에 공통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도를 했다.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프리카 여성들은 열대 기후에서 자란 식물에서 나온 성분 때문에 남성 호르몬이 높다는 연구가 있다”며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기준을 들이댄다면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호르몬 수치와 관련한 여성 육상 선수의 참가 규정은 ‘세메냐 룰’이라고도 불린다. 남아공의 캐스터 세메냐(30)는 2016 리우올림픽 여자 800m 금메달을 따는 등 중거리에 뛰어났다. 그런데 남성 호르몬 수치가 보통 여성의 10배가량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가 됐다. IOC와 세계육상연맹은 ‘여성 선수임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호르몬 규정을 만들었다. 도쿄올림픽 5000m 출전에 도전했던 세메냐는 기준 기록에 미치지 못해 일본으로 오지 못했다.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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