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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촛불 민심’ 거스르는 이재용 가석방,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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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횡령’, 가석방 심사 자체가 부적절

법치주의 훼손…‘평범한 사람들’은 상상 못해

문 대통령, 대선 때 국민과 한 약속 지키기를


한겨레

7월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가석방 반대 기자회견에서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오른쪽 세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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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된 뒤 재계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사면론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백신 외교’, ‘반도체 전쟁 지휘’ 등을 이유로 들었다. 4월까지만 해도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현재로서는 검토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5월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서 판단해 나가겠다”(문재인 대통령, 5월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고 여지를 남기더니, 급기야는 “국민들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문 대통령, 6월2일 4대 그룹 총수 오찬간담회)며 찬성으로 기운 듯한 태도를 보였다. 여권에서 ‘가석방론’이 대두하기 시작한 것은 그 무렵이다.

재계가 운을 떼면 정치권과 언론이 맞장구를 쳐주며 힘을 불려온 ‘이재용 사면·가석방’ 논의가 이제 종착역에 다다랐다. 이 부회장 등의 광복절 가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9일 열린다. 사면이든 가석방이든,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가 죗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고 풀려난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다. 국정농단의 한 축인 이 부회장이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오른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이 부회장을 가석방으로 풀어주는 것은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국민에게 한 약속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공약집에서 ‘촛불 민심’을 거론하며 ‘국정농단 적폐 청산’을 첫번째 약속으로 제시했다. 경제민주화 공약에서는 “재벌의 불법 경영승계, 황제경영, 부당 특혜를 근절시키겠다”며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과 사면권 제한’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이 부회장 사례가 딱 거기에 해당한다. 문 대통령은 ‘촛불’ 앞에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제도의 취지와 맞는지도 의문이다. 형법상 가석방은 ‘개전의 정’(뉘우침)이 뚜렷한 기결수를 조기에 풀어주는 제도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경영권 불법 승계’(삼성물산 불법 합병) 사건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또 이 부회장은 ‘경영권 불법 승계’ 외에 마약류인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다른 재판이 2건이나 진행 중인데 가석방으로 풀어주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이 부회장이 풀려날 경우, 다수의 삼성 직원이 연루된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은 법치주의의 근간과 공정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다. 법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며, 죄를 지었으면 그에 상응하는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게 법치주의의 기본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재벌 총수를 가석방해야 한다는 주장은 ‘유전무죄’의 세상을 만들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된다면 ‘기업인 범죄’는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문재인 정부가 강조해온 공정과 정의는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총수가 있어야 투자가 이뤄지고 기업 경영이 잘된다는 억지도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이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데도 삼성전자는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이 수감 중이어서 중요한 투자 결정을 못 한다는 주장은 삼성이 ‘시스템’이 아닌 ‘황제 경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법 앞에 평등, 공정과 정의 등은 우리 사회가 합의한 가치다. 이런 소중한 가치들을 훼손해가면서까지, ‘부의 대물림’이라는 사익을 위해 회삿돈을 빼돌려 뇌물을 건넨 재벌 총수를 가석방해야 할 이유가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불허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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