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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일후 우주로…韓 독자개발 '누리호' 새 역사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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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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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개발을 거친 첫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하늘을 날아오를 날이 35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8월 발사 전 최종 점검을 마친 누리호는 다음달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날아오를 날을 기다리며 조립을 마치고 대기하고 있다. 1단과 2단 로켓 분리를 거쳐 10분여 비행 끝에 1.5t짜리 모의 위성을 600~800㎞ 상공의 지구 저궤도에 올리면 발사는 성공한다.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면 한국은 미국, 러시아, 프랑스(유럽), 일본, 중국에 이어 7번째로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한 국가가 된다. 우리나라에 앞서 이스라엘, 이란, 북한이 발사체를 쏘아 올리긴 했지만 모두 300㎏ 이하 소형 위성 발사 능력을 보유한 수준으로 1t 이상인 위성 발사는 불가능하다.

누리호는 총 3단으로 구성됐는데 1단 로켓은 전체 75t급 엔진 시험 발사체 4기가 묶인 형태를 띠고 있다. 고도 59㎞에서 1단 로켓이 분리돼 바다로 떨어지면 75t급 2단 로켓이 점화돼 고도 258㎞까지 올라가고, 이후 2단 로켓이 분리돼 떨어지면 7t급 3단 로켓이 점화된다. 3단 로켓은 고도 700㎞ 상공에서 탑재된 위성을 내려놓게 된다.

75t급 엔진 4개를 묶은 1단 로켓의 힘은 300t급으로, 무게 1.5t에 달하는 중형차 200대를 한 번에 들 수 있다. 이처럼 엔진 여러 개를 하나로 묶는 기술을 '클러스터링'이라고 부른다. 로켓이 이상 없이 대기를 뚫고 나가려면 4개 엔진이 같은 힘으로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1단 로켓이 연소될 때 발생하는 화염 온도는 3500도까지 올라가는데, 이 힘을 받으면 누리호는 시속 2만4840㎞로 하늘로 올라간다. 일반 여객기 속도(900㎞)의 3배에 가깝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발사체는 우주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지만 기술 이전을 하지 못하게 돼 있어 사실상 선진국 기술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연구개발(R&D)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만 독자 개발로 위성 자력 발사가 가능해진 것이 큰 의미"라고 강조했다.

안재명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발사체는 유일하게 지구와 우주를 이어주는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자체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은 우주 산업을 위한 시작점"이라며 "안보에 민감해 외국 발사체를 쓰기 곤란한 미션이 있을 때나 유사 상황에서 우리가 직접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2013년 2단으로 된 우주 발사체 '나로호(KSLV-Ⅰ)' 발사에 성공했지만 로켓의 핵심으로 불리는 1단 로켓은 러시아제를 사용했다. 1단 로켓은 강력한 추진력으로 발사체가 대기권을 돌파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데 나로호 발사 당시 1단 로켓은 러시아제를 사용하고, 위성이 탑재된 8t급 2단 로켓만 국내 연구진이 개발해 '반쪽짜리'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발사체 종합조립동에서 총조립이 완료된 누리호는 발사 하루 전인 10월 21일 발사대로 이송된다.

온도와 바람 등 날씨에 따라 누리호 발사일이 변경될 여지는 있다. 누리호가 발사되기 위해서는 발사 궤적 20㎞ 반경 내에 낙뢰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코로나19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발사 운영 인력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다면 발사는 올스톱이다.

누리호가 첫 발사에 성공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로켓 발사 948건 중 54건(6%)은 실패했다.

현재까지 새로 개발한 발사체의 첫 발사 성공률은 30% 수준이다. 나로호 역시 2번의 실패, 4번의 발사 연기 끝에 발사에 성공했다.

누리호 발사는 큰 의미를 갖지만 이는 새로운 도전의 시작에 불과하다. 이미 세계는 여러 차례 재활용 가능한 재사용 발사체를 비롯해 훨씬 더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일례로 테슬라 창업자이기도 한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 발사체인 '팰컨9'은 2018년 처음으로 발사체 재활용에 성공했고, 올해는 같은 발사체를 10번 다시 사용하는기록을 세웠다. 유럽과 일본 역시 재사용 발사체 개발의 막바지 단계에 있다.

한국의 현재 발사체 기술 수준은 기술 선도국인 미국 대비 60% 수준으로,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면 70%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계는 한시가 급한 가운데 아직 누리호 후속 발사체의 개발 계획이 정해지지 않은 점에 우려를 제기한다. 누리호 개발로 확보한 발사체 기술을 토대로 후속 발사체를 개발해 나가야 하지만 지난 6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반복 발사는 예타를 통과했지만 개량형 산업은 예타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권현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10년 뒤 개발을 목표로 두고 진행해야 하는데 고체 발사체 등 한미 미사일지침 폐기 후 가능해진 여러 고려 사항이 반영돼 있지 않아 다시 기획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연구 현장에서는 탁상공론보다 하루빨리 개발에 나서는 게 먼저라는 목소리가 더 크다.

조광래 전 항우연 원장은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는 고체 연료 제한이 풀린 것이고, 이와 별개로 누리호를 비롯한 액체 엔진에 대한 연구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누리호의 액체 엔진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 아니지 않은 만큼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이새봄 기자 /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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