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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 끊기지 않는 승부조작의 '굴레'…"법원·검찰도 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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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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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프로야구 스타 윤성환(전 삼성 라이온즈)이 근래 받은 1년 몸값은 8억에서 10억 사이였다. 최소 기본 4억원은 받고 공을 던졌다.

삼성의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2011, 2012, 2013, 2014)을 이끌었고 프로 무대에서 통산 135승을 달성했다. 삼성 구단 역사상 가장 많고 프로야구 역대 여덟 번째로 많은 승수다. 그는 남부러울 것 없는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가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 14일 대구지법 제11형사단독 이성욱 판사는 윤성환에게 징역 1년과 추징금 2억350만원을 선고했다.

윤성환이 본인 몸값의 절반 수준인 5억원을 받고 승부를 조작해준 사실은 다소 놀랍다. 한 경기에서 1회에 볼넷을 적당히 내주고 4회 전에 일정 점수 이상만 실점해주면 연봉의 절반을 받는다는 점이 윤성환의 마음을 훔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실력을 발휘해 인정 받고 정당하게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음에도 5억원에 목멘 그의 실수는 분명 뼈저리게 안타깝다.

순간의 유혹 때문에 스포츠 승부조작의 굴레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한다. 우리 프로스포츠는 한때 승부조작 사건이 연발해 몸살을 앓았다. 4대 프로스포츠,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모두 터졌었다. 대부분 선수와 감독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벌어지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 법원의 잘못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전 사건들에 대한 수사가 미진했거나 처벌 수위가 낮아 승부조작의 뿌리를 제대로 뽑지 못하고 있다는 말들이다.

2013년 3월 강동희 전 농구감독의 승부조작사건이 농구판을 뒤흔들었다. 이 사건은 새로운 승부조작이 생길 때마다 회자된다. 강 전 감독이 검찰 조사에서 승부조작을 인정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강 전 감독은 항소하지도 않아 1심에서 받은 징역 10개월이 그대로 확정돼 만기 복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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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 전 감독이 기소될 당시만 해도 검찰 수사 내용이 석연치 않았다. 세부적이지 않고 뭉퉁거려 부실했다. 지금까지도 체육계와 법조계에서는 강 전 감독이 인정해서 다행이지, 검찰은 짜맞추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문제가 됐던 경기는 2011년 2월26일 서울잠실학생체육관에서 원주동부와 서울SK가 한 경기였다. 강 전 감독은 동부의 사령탑이었다. 검찰은 강 전 감독이 700만원을 받고 1쿼터에 후보선수들을 대거 투입해 경기내용을 조작해줬다고 발표했지만 의도적으로 조작했느냐에 대해서는 보기에 따라 좀 다르다.

당시 동부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어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해야 했다. 강 전 감독은 돈을 받기 전부터 당연히 비주전 선수들에게 선발 기회를 줄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렇게 했다. 스포츠 경기에서는 다음 경기를 위해 전략적으로 선수 구성을 달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시 1쿼터를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세에 있던 동부가 SK에 20-15로 앞섰다. 승부조작을 목적으로 비주전 선수를 투입했다면 보통 상대에 리드를 뺏겨 쫓아가는 양상이 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었을텐데 이 경기는 그 반대가 된 것이다. 돈 700만원을 받은 것은 분명 잘못한 일이지만 실제 승부조작이 이뤄졌다고 봐도 되는지는 의문스럽다. 당시에도 주변에서 의문이 많이 제기됐다. 경기내용을 어떤 방향으로 조작해서 돈 외에 어떤 이득을 얻었고 진짜 목적이 뭐였는지 설명이 필요했지만 검찰은 강 전 감독을 기소하면서 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불법도박, 승부조작 혐의로 위기에 몰렸다가 무죄 판결을 확정 받고 코트에 복귀한 전창진 KCC 감독의 판결문에는 좀 애매한 표현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부장판사 이근수)는 2019년 6월 전 감독의 파기환송심에서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전 감독이 판돈 수백만원을 걸고 지인들과 함께 이른바 '바둑이 도박'을 했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전 감독이 지인들이 도박판을 벌인 사무실을 방문한 행적을 주목하면서 "도박에 가담했을 것 같은 강한 추측은 든다"는 취지의 판단도 덧붙였다. 강한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법조계 관계자들은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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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진 안양 KGC 감독(가운데)[사진=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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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는 선수들에게 예방교육을 하는 등 자생능력을 갖춰가고 있다. 이에 발맞춰 검찰, 법원도 승부조작 사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전문적인 능력을 키워 접근해야 하는 숙제가 분명 있다.

지난 도쿄올림픽에서는 샛별들이 빛났다. 이른바 'Z세대'로 불리는 10대 스타들이 대거 등장해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 바탕에는 공정하고 깨끗한 경쟁이 있었다. 실력만큼 인정 받고 정정당당히 경쟁해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무대를 주름 잡은 것이다. 승부조작의 뿌리를 뽑지 못한다면 우리 스포츠의 경쟁력도 그만큼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언젠가 TV예능에서 'MSG워너비'로 활동해 주목 받는 가수 박재정씨를 인터뷰했다. 당시 그는 프로축구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그는 연예계에서 축구 열성팬으로 유명하다. 전북현대의 심판매수 사건이 터졌을 때였다. 박씨는 "이탈리아의 유벤투스처럼 전북의 승점을 삭감하고 강등시켜야 공정한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었다. 비수처럼 꽂히는 말이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유벤투스는 승부조작 스캔들로 2006년 지난 두 시즌(2005, 2006) 1부리그 우승 자격을 박탈당하고 승점30을 감점당한 채 다음 시즌 2부로 강등되는 중징계를 받았다.

박씨는 공개오디션 슈퍼스타K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겨뤄 정상에 올라 가수로 데뷔했다. 그런 그가 불공정한 경쟁을 봤을 때 분노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다. 박씨만 그럴까. 팬들 그리고 스포츠의 감동을 바라는 국민들이라면 모두가 그럴 것이다. 스포츠 각 종목 선수, 지도자들, 법조계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임에 틀림 없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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