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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빚에 쫓긴 여성 숨졌던 그 집에서… 50대 남성 투신, 母는 숨진 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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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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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10시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현관문 앞에 '출입통제' 노란 테이프가 붙었다. 이곳에 살던 80대 여성 A씨는 전날 오전 7시20분쯤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아들 50대 남성 B씨는 집에서 투신해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사진=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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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처럼 아파트 현관문을 가로막은 노란 폴리스라인 테이프가 가을 바람에 떨렸다. 23일 오전에 찾아간 서울 노원구의 한 임대 아파트 복도에서 만난 70대 여성 두명은 "에미나이(여성)가 얼마나 가여워"라며 전날 숨진 옆집 이웃 80대 여성 A씨를 떠올렸다. 대화에 합류한 옆집 주민 김민수씨(55·가명)는 "(속이 안좋아) 어제 종일 밥도 못 먹었다"고 말했다.

이 집에서 50대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22일 오전 7시20분쯤 '살인사건이 났다'는 아들 B씨의 신고를 받았다. 출동한 경찰은 B씨의 어머니 A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것을 발견했다. 신고자 B씨는 집 밖으로 몸을 던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옆집 이웃 "어머니가 왜 쓰러지셨어요?"…B씨 "나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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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10시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화단. 이곳에서 50대 남성 B씨가 극단적 선택을 해 떨어져 숨진 채로 발견됐다./사진=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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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벌어진 22일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었다. 옆집에 사는 김씨는 방에 누워 있었다. 오전 7시20분쯤 B씨가 경찰에 신고하는 소리가 방음이 잘 안되는 벽을 뚫고 들려왔다.

정확한 내용은 듣지 못했다. 다만 평소 정신질환을 앓던 B씨가 주소를 잘못 얘기하는 게 또렷이 들렸다. 김씨는 전날 밤 10시 옆집에서 '쿵' 소리가 들린 사실을 떠올렸다.

김씨는 B씨 집을 찾아갔다. 복도쪽으로 난 창문을 두드리며 "집 주소가 틀렸어요"라 말했다.

이윽고 B씨가 창문 너머로 나타났다. 김씨는 주소를 고쳐준 후 "신고는 왜 하시는 거예요"라 물었다. B씨는 "어머니가 쓰러지셨다"고 답했다. 이에 김씨가 놀라 "왜 쓰러지셨어요"라 묻자 B씨는 "나도 모른다"고 답했다.

당시 B씨는 경찰에 "살인사건이 났다"고 신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신고할 당시 '누가 살인을 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경찰이 왔을 때 현관문은 잠겨 있었다. 소방관의 도움을 받아 문을 강제로 열었고 그 안에서 흉기에 찔린 채 숨진 A씨를 발견했다. B씨는 창밖에 몸을 던져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씨가 추락한 화단 바로 앞에 아파트 놀이터가 있었다. 추락을 목격한 어린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뒤숭숭하다. 이들 사이에선 "첫째 아들이 천주교 사제다" "A씨가 예전에 미용실을 했다더라"라는 등 온갖 입소문이 나돌고 있다.

아파트에 10여년 살았다는 80대 이모씨는 "어제 오전 11시쯤 아파트 뒷산으로 산책을 가는데 경찰차와 구급차 등 8대가 주차장에 모여있더라"라며 "사건이 벌어진 것만으로 무섭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고 말했다.

입주민 중 숨진 A씨를 기억하는 동네 주민은 많지 않다.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탄 A씨가 집밖에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3년 전쯤에는 밖에 잘 걸어다녔다. 그런데 딸이 '밖에 나가면 어떡하느냐'고 다그치더라"라며 "그 후로는 밖에 아예 돌아다니지 않았다. 4월쯤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게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가길 잘했어…여긴 감옥살이" 이웃주민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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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10시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현관문 앞에 '출입통제' 노란 테이프가 붙었다. 이곳에 살던 80대 여성 A씨는 전날 오전 7시20분쯤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아들 50대 남성 B씨는 집에서 투신해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사진=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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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B씨가 모두 숨졌기 때문에 사건이 벌어진 명확한 경위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존속살인 가능성을 포함해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다만, 사건이 벌어지기 전 이들이 생활고를 겪었을 가능성에 제기된다. 김씨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기초생활수급자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입주민들은 A씨가 기초생활수급자이고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고 전했다. B씨도 정신질환을 앓았다고 알려졌다.

A씨는 또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무료 도시락을 오랜 기간 받아왔고, 8월 중순부터는 요양보호사도 배정받았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A씨의 거동이 불편해 장기요양등급을 받았고 이에 요양보호사 2명이 파견됐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는 거동을 돕거나 청소 등 가사를 지원한다.

해당 아파트는 1999년 12월 재개발을 마친 후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관리하는 임대아파트로 전환됐다. 보증금은 10평에 평균 2300여만원 수준이다. SH관계자는 "월세로 전환한다면 보증금 약 810만원에 월세는 평균 12만원"이라 말했다.

입주민들은 "A씨가 살던 집에서 3년 전에도 한 고령의 여성이 빚에 쫓겨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김씨도 "10년 전쯤 이곳에서 투신한 사람이 또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은 A씨와 B씨 사건이 전해지자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같은 층에 사는 70대 여성은 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인 추석 명절 당일(21일) '마스크가 없다'는 B씨의 말에 마스크 몇개를 건네줬다고 말했다. "사람 참 착하게 생겼다." 그가 기억한 B씨의 인상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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