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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 최고 상속세, 세율·과세구간 전면 개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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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50%)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본은 우리처럼 상속재산 전체 금액에 물리는 유산세가 아니라, 상속인 각자가 나눠 받는 몫을 대상으로 부과하는 유산취득세를 채택한다. 게다가 우리는 기업 최대주주 지분에 20% 할증이 붙어 명목 세율이 60%에 이르면서 실제 부담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OECD 회원국 상속 세제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제기했다. 현행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고, 이미 소득세를 낸 자산에 다시 고율 상속세를 부과하는 건 이중과세라고 지적했다.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경영권을 위협하고 저축·투자를 저해하는 만큼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지나친 상속세에 대한 논란은 줄곧 이어져 왔다. 특히 가업승계를 막는 최대 걸림돌이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 유족에 부과된 상속세가 무려 12조 원을 넘는다. 5년 동안 나눠내는데, 유족들은 주식을 담보로 한 수천억 원 대출로도 모자라, 2조 원이 넘는 계열사 주식을 매각해 세금 낼 돈을 마련키로 했다. 지분이 낮아져 경영권이 흔들리는 사태까지 우려된다. 삼성이 이런 지경이니, 작은 기업들은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아예 회사를 팔아버리는 경우도 많다.

정부도 상속세 개편에 나선 움직임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달 초 국회답변에서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방향과 내용은 알기 어렵지만, 이참에 시늉에만 그치지 말고 세율과 과세구간, 부과방식 등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상속세는 이미 부자들만의 세금이 아니다. 경제규모 확대로 기업과 개인의 자산이 엄청나게 불어났는데, 우리 상속세 과표구간과 세율은 지난 2000년 이후 20여 년째 바뀌지 않으면서 부담을 키우고 있다.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OECD 38개 회원국에서 상속세가 있는 나라는 24곳이다. 하지만 독일·일본·프랑스 등 20곳은 유산취득세 방식이고, 우리처럼 유산세를 적용하는 곳은 4곳에 그친다. 호주·스웨덴 등 7곳은 자본이득세 또는 추가소득세로 대체해 부담을 줄였고, 캐나다나 오스트리아 등 7개국은 아예 상속세가 없다. OECD 회원국의 직계가족에 대한 상속세 최고세율 평균은 15% 정도로 우리보다 훨씬 낮다.

우선적으로 세율을 대폭 낮추고, 규모가 커진 자산을 감안한 과표구간 조정이 급선무다. 유산취득세 구조로 바꾸는 것도 당장의 대안이다. 나아가 상속재산을 물려받을 때가 아니라, 그것을 팔아 발생한 이익에 세금을 매기는 자본이득세 구조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속세가 아무리 소득재분배의 의미를 갖더라도, 과도한 세금 부담보다는 생산적 투자로 흘러들도록 하는 것이 일자리를 늘리고 국가경제적으로 훨씬 큰 도움이 된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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