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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유럽 다시 '원자력' 외치는데…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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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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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3,4호기 건설 현장 /사진=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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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은 기후변화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최상의 무기'

유럽 10개국의 경제 및 에너지 장관 16명이 최근 원자력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내놓은 공동기고문 제목이다. 각 국이 탄소중립 계획을 속속 발표하는 가운데 에너지 선진국들은 비장의 무기로 '원자력발전'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탄소 감축 목표는 상향한 반면, 탈원전 정책은 유지하고 있어 업계를 중심으로 우려가 나온다.

14일 외신과 원전업계에 따르면 유럽과 일본 등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원자력발전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핀란드, 체코 등 유럽 10개국 경제 및 에너지장관 16명이 11일(현지시간) 기후 변화 문제에 원전이 필수적이라는 공동기고문을 발표했다. 아울러 EU(유럽연합) 녹색금융 분류체계(taxonomy)에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해 녹색 금융지원 대상에 포함할 것을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12일(현지시간) '프랑스 2030' 계획을 발표하면서 원자력발전에 2030년까지 10억 유로(약 1조3788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소형모듈원자로(SMR), 핵폐기물관리시스템 개발 등을 '제1 목표'라고 강조하며 원자력 산업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는 기존 프랑스 정부의 원자력 축소 방침을 뒤집은 것이다.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의 예산권을 쥔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간사장 역시 전날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후 원전을 SMR로 교체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신설에 민감한 일본 역시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의 필요성을 의식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재생에너지 사용하던 유럽, '전기값 대란'까지…원자력 재평가된 이유

이처럼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주요 국가들이 다시금 '원자력 발전'을 꺼내드는 이유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365일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자력과 달리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공급이 간헐적"이라며 "유럽은 북해 해상풍력발전을 통해 전기를 얻는데 올해 바람이 줄면서 전기값이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 부족한 풍력발전 대신 천연가스 발전량을 늘리다보니 LNG(액화천연가스) 가격까지 올라간 상황이다.

원자력발전은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서 탄소중립에도 부합한다. 특히 최근엔 원자력발전이 위험하다는 인식도 바뀌고 있다. 앞서 EU는 원자력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동연구센터(JRC)에 원자력 에너지의 지속가능성 평가를 요청했는데 JRC는 원자력발전이 다른 에너지원만큼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내용을 검토한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와 환경위험과학위원회(SCHEER)도 JRC 보고서의 전반적인 내용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JRC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으로 1조kWh(킬로와트시) 전력을 생산하는 데 0.5명이 죽었다는 통계가 나왔다"며 "한국이 40년 동안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이 3조9000억kWh인데 한국으로 치면 그간 원자력발전으로 죽은 사람이 2명도 안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여전히 원자력발전 감축…원전업계 '붕괴 위기'

글로벌 트렌드와 달리 한국은 원자력발전을 줄이겠다는 에너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2030년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기존 35%에서 40%로 상향 조정했지만, 원자력발전 비중에 대해선 기존의 탈원전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해 전력비중 29%를 차지한 원자력발전은 2034년 10%로 줄어들 예정이다. 줄어드는 비중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다.

원자력학계에선 세계적 추세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원전 없는 탄소중립 정책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발전은 비용이 비싸다는 것도 문제다. 풍력과 태양광 등의 불규칙하고 간헐적인 발전량을 고려하면 값비싼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수적이다. 주 교수는 "태양광발전 가격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ESS 값이 비싸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ESS를 만드는 데 희귀광물인 리튬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앞으로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도 없다"고 설명했다.

원전업계에선 이대로라면 국내 원자력발전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것까지 우려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 덕분에 아직은 일감이 남아있지만, 공사가 끝나면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특히 업계에선 원자력발전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원전뿐만 아니라 풍력, 가스터빈 등 사업도 같이 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원자력발전 수주가 없으면 굶을 수밖에 없다"며 "원전 산업은 기술인증이 굉장히 까다로워 이에 특화된 중소기업이 중요한데 원전 건설 중단으로 생태계가 망가지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선 해외 원전 수출과 SMR 사업을 대안으로 말하고 있지만, 해외 수주 계약을 맺어도 일감 확보까지 빠르면 3~4년이 걸린다"며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라도 건설을 재개해야 원전기업들이 산업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력 감소도 심각한 문제다. 국내 원자력학과 신입생은 2016년 802명에서 지난해 524명으로, 같은 기간 재학생은 2543명에서 2190명으로 줄었다. 최성민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카이스트 같은 경우 원자력·양자공학과의 학부생 수가 많이 줄어 대학원 진학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현재 있던 인력도 떠나고 유입돼야 할 우수 인력들이 줄어들어 중장기적인 인적 인프라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참고할만한 에너지 정책 선진국으로 프랑스를 꼽는다. 프랑스는 전력 비중의 75%를 원자력발전이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를 수력 등 재생에너지로 채우는 식이다. 프랑스도 2035년 원전 비중을 50%로 낮춘다고 했지만 국내에 비하면 합리적인 수치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주한규 교수는 "한국은 프랑스를 참고해 원자력발전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발전, 가스발전을 적당히 섞어 써야 할 필요가 있다"며 "원자력발전 비중도 40%까지 확대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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