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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산책] 아, 잊고있었다…'아티스트' 낸시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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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아픔 딛고 개인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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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아티스트 낸시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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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우리 코코샤넬이 많이 꼬질꼬질해졌죠. 저와 13년 동안 국내외 전시와 방송을 함께 하면서 나이를 많이 먹었네요."

팝 아티스트 낸시랭(45·박혜령)이 자신의 반려 인형 ‘코코샤넬’을 어깨 위에 올리고 쑥스러운 듯 꺼낸 첫마디다. 그의 말처럼 과거 방송 화면에서 보던 윤기 있고 보송보송했던 고양이 털은 빛이 바래고 푸석푸석해졌다. 낸시랭은 그런 코코샤넬을 가련한 듯 쓰다듬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낸시랭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그림손에서 개인전을 연다. 지난 3년 동안 작업한 신작 스물여덟 점을 보인다. 그에게 지난 3년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전 남편 왕진진(41·전준주)과 이혼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사생활 관련 이슈가 터져 갖은 비난에 시달렸다. 낸시랭은 "이혼 서류 마무리에 3년이 걸렸다. 이제는 완전히 청산해 족쇄가 풀린 듯 자유롭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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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or never, 162.2 X 130.3cm, Acrylic on canva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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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아픔을 반려 고양이의 행복으로 승화한 걸까. 작품에서 낸시랭의 내면적 어두움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직 코코샤넬의 자유와 행복을 바라는 마음만 전해졌다. 전시 제목도 ‘버블코코(Bubble Coco)’다. 버블코코는 코코샤넬을 팝 아트로 표현한 캐릭터다. 작품에서 아톰·미키마우스·미쉐린 타이어 마스코드 등 대중적으로 친숙한 캐릭터와 함께 뛰어논다. 낸시랭은 "제 분신과 같은 코코샤넬은 버블코코라는 아트를 통해 영생할 수 있고 뭐든지 될 수 있다"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꿈과 행복을 주는 느낌을 전하고 싶어 행복한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대중에게 ‘관종(관심종자)’ 이미지가 굳어져 단순 방송예능인으로 오해받을 수 있으나 낸시랭은 엄연히 예술가다. 홍대 미대 학·석사를 졸업했다. 개인전도 이번이 스물세 번째. 그는 국내 몇 안 되는 팝 아티스트 가운데 가장 유명하기도 하다. 2009년에는 루브르미술관의 디렉터 드미트리 살몬이 기획한 프랑스 앵그르 미술관 ‘앵그르 인 모던(Ingres in Modern)’ 전시에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최연소 작가로 초대됐다. 피카소·베이컨·앵그르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작품들과 함께 소개됐다. 마이애미·이스탄불·싱가포르 등 다수 해외 아트페어에도 참여했다.

낸시랭에게 있어 이번 신작들은 일종의 실험이다. 내용이나 형식 면에서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방식에 도전했다. 최근 미술계의 화두인 대체불가능토큰(NFT)과 3D 영상을 활용한 미디어아트가 대표적인 예. 낸시랭은 "컴맹에다 기계치여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원하던 결과물이 나와 만족스럽다"면서 "NFT의 경우 사진이나 영상 정도만 가능하겠거니 생각했으나 페인팅이나 조각까지 할 수 있는 확장성이 있다는 걸 알게 돼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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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ing Fontaine, 29.5x29.5x29.7cm, resin,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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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명 예술가 작품을 차용한 다양한 오마주 작업도 눈에 띈다. ‘변기’ 설치 예술가로 잘 알려진 마르셀 뒤샹(1887~1968)을 오마주한 ‘Flying Fontaine’은 뒤샹이 1919년 ‘샘’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한 소변기 작품에 버블코코가 올라타 있다. ‘Bubble Coco Hymm’은 데미안 허스트의 ‘찬가’ 조각상을 아트 토이 형태로 오마주했다. 이 밖에도 앤디워홀(1928~1987)의 ‘32개의 캠벨수프’ 등 다양한 현대미술 작가 작품을 차용해 그녀만의 예술세계로 재구성했다. 낸시랭은 "미술을 잘 모르는 대중도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팝 아트 오마주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낸시랭이 3년 전에 세운 목표는 신작 1000점 제작이다. 낸시랭은 "국제적 아티스트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신작을 다량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여기저기 동시다발적으로 작품을 내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신작을 포함해 아직 100점도 채우지 못했다"고 너스레를 떨며 "그래도 우선 목표가 생기니 더 열심히 작품 작업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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