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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전업투자자"…'160억 사기' 수퍼카 주식 고수女 첫 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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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여억원대 유사수신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주식 고수’ A씨(35·여)에 대한 첫 공판이 15일 오후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렸다. 방청석을 메운 피해자들은 재판부에 A씨를 엄벌해줄 것을 요청했다.

연록색 수의를 입고 법원 직원의 부축을 받으며 나타난 A씨는 방청석으로 눈길을 주지 않은 채 피고인석에 앉았다. 직업을 묻는 재판장의 말에는 “전업 투자자”라고 답변했고, 재판을 국민참여재판 형식으로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거절의 뜻을 표시했다. 이후 공판 진행 틈틈이 A씨는 변호인과 귀엣말을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피해자들 일부는 A씨에 대해 형사배상명령을 신청했다. 형사배상명령은 피해자가 형사 재판을 통해 위자료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피고인에게 배상명령을 하는 제도다. 배상명령을 신청한 한 피해자는 재판부에 발언 기회를 얻고 “죄의 크기에 맞게 벌을 받았으면 좋겠고 돈을 꼭 돌려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 측은 “A씨가 주식 투자자 44명으로부터 161억을 빌려 갚지 않았고 154명에게 5억원을 추가로 받았다”고 공소 사실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수사 기록이 방대하고 피해자들과 직접 접촉하기가 어려워 다음 공판 기일에 공소 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 변호인은 “A씨 남편의 휴대전화에 영상 등 자료가 있는데 남편이 현재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며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1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 금액이 50억원 미만일 경우는 유사수신 혐의가 적용되지만, 그 이상일 경우 특가법 적용을 받게 된다.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지는 중범죄다. 수사기관은 A씨가 챙긴 금액이 1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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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주식 고수'로 불리는 A씨의 SNS에 게시돼 있는 사진. A씨에게 유사수신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A씨가 고가의 사치품을 SNS에 게시하면서 피해자들을 현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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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기소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주식 고수’, ‘인스타 아줌마’ 등으로 통했다. 2018년부터 단 한 번도 손실을 내지 않은 주식 거래 결과를 매일 SNS에 올리면서 유명세를 탔다.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A씨는 ‘신의 타점’으로 불렸다.

그가 주식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값비싼 외제차와 시계, 명품 가방 등을 SNS에 올리는 것도 큰 관심거리였다. 남편과의 사이에서 두 아들을 키우면서 호화롭게 생활하는 모습을 SNS에 올리면서 A씨를 동경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A씨는 자신에게 투자하면 투자금의 5~10%를 매달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방식으로 다수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투자자들은 A씨가 신규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폰지사기(Ponzi Scheme)’를 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자신의 실력을 부풀리기 위해 조작한 주식 그래프 이미지를 SNS에 게시한 의혹도 받고 있다.

자신을 따르는 투자자들이 생겨나자 A씨는 주식 강연을 하기도 했다. 5시간 동안 자신의 주식 투자 노하우와 비법 등을 공유하는 내용의 강연을 듣기 위해 500여 명이 모여들었다. A씨는 여러 차수에 나눠 강연을 하면서 한 사람당 330만원씩 수강료를 받아 약 16억5000만원을 챙겼다. 경찰은 A씨가 수 차례에 걸쳐 진행한 주식 강연에도 조작된 자료가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의 사기 의혹은 지난 6월 19일 한 ‘주식TV’를 운영하는 주식 투자자 겸 유튜버 B씨가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B씨는 “2018년 하루 300만원씩 벌던 계좌와 2019년 계좌일지를 동영상으로 인증해 주기 바란다”며 “제 의심이 만약 틀린 것이라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A씨에게 사죄 명목으로 10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를 기점으로 A씨에 대한 사기 의혹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A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11월 12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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