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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페북의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 도마 위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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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 본격 규제 시동

(지디넷코리아=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알고리즘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말이다. 9세기에 활동했던 페르시아 수학자 알-콰리즈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엔 10진법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 하지만 이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나 방법’이란 의미를 갖게 됐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분석 능력이 극대화되면서 ’알고리즘’의 중요성은 더 커지게 됐다. 개인 맞춤형 콘텐츠 추천의 기본 공식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알고리즘은 늘 논란의 대상이 됐다. 국내에서도 포털 뉴스의 편향성을 거론할 때마다 “알고리즘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단골로 나온다. 알고리즘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그런데 알고리즘을 공개하거나 규제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기업 입장에선 알고리즘은 일종의 영업비밀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무차별 공개할 경우 경쟁 우위를 잃을 우려도 있다. 게다가 외부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공개하는 것도 힘들다. 단순 명료하게 설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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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국 하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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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만 규제…범용 추천은 적용 안해

미국 의회가 이런 쉽지 않은 문제 해결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애나 에슈, 프랭크 팰론 주니어, 마이크 도일, 잰 셔카우스키 등 미국 민주당 하원 의원 4명은 14일(현지시간) 공개한 ‘악성 알고리즘 방지법(Justice Against Malicious Algorithms Act)’을 소개하면서 알고리즘 규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악성 알고리즘 방지법’은 미국 정부와 의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통신품위법 230조 개정 작업의 일환으로 나왔다.

1996년 제정된 ‘통신품위법 230조’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를 ‘발행자’가 아니라 중개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 덕분에 플랫폼 사업자는 제3자가 올린 콘텐츠에 대해선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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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에슈 의원 (사진=공식 홈페이지)



‘악성 알고리즘 방지법’은 통신품위법 230조 면책 대상 중 알고리즘을 제외하는 것이 골자다. 알고리즘이 심각한 정신적, 물리적 해를 끼치는 콘텐츠를 추천할 경우 해당 플랫폼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

모든 알고리즘을 규제하는 건 아니다. 이 법의 규제 대상은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이 ‘개인에 특화된 정보를 토대로' 추천한 경우에 한해서 면책 특권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토대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를 추천할 경우엔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듣기에 따라선 알고리즘 규제 자체가 조금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선 '혁신 서비스 말살'이란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미국 의회가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알고리즘 규제에 속도를 내게 된 것은 페이스북 내부 고발자인 프랜시스 하우겐의 증언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하우겐은 최근 미국 상원 청문회 증언을 통해 페이스북 알고리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참여를 가장 많이 유발하는 콘텐츠를 추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 그러다보니 여러 가지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고 하우겐이 비판했다.

페이스북에서 극단적인 정치적 주장들이 더 많이 노출되는 것도 이런 알고리즘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 하우겐의 주장이다. 때론 이런 맞춤형 콘텐츠 추천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되거나, 정신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여러 근거를 토대로 하우젠은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비즈니스의 핵심 무기인 알고리즘에 대해서도 좀 더 많은 법적인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회 증언 때 이런 말도 했다.

“통신품위법 230조를 개정해 페이스북이 계획적인 (콘텐츠 추천) 순위 결정이 초래하는 결과에 대해 좀 더 책임을 지도록 한다면, 참여 (극대화)를 고려한 랭킹 시스템을 폐지할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 강조한 페이스북이 주된 타깃

애나 에슈 등 의원 4명이 알고리즘 규제법은 이런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이용자 참여 극대화’에 눈 먼 플랫폼 사업자들의 무한질주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 의식을 담아낸 셈이다.

‘소셜 미디어’를 자처한 트위터와 달리 페이스북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고 강조해 왔다. 언론사를 비롯한 대형 기관들의 정보 유통보다는, 이용자 간의 정보 소통에 더 무게를 싣는 서비스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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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씨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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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페이스북이 이용자 소통을 더 확대하기 위해 자극적일 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 해악을 끼칠 수도 있는 콘텐츠를 적극 추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고발자인 하우겐의 용기 있는 증언이 나오면서 그 동안의 의심이 근거 없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물론 알고리즘 규제는 간단하지는 않다. 자칫하면 ‘혁신 서비스’를 말살할 수도 있다.

미국 하원 의원들은 이런 점을 감안해 ‘개인 맞춤형 추천’만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 중에서도 검색 결과 페이지 같은 것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월간 이용자 500만 명 이상’인 서비스에 대해서만 적용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최근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더 많은 책임성을 부여하기 위해 통신품위법 230조 개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알고리즘 규제법은 이런 행보 중에서도 수위가 높은 편이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거대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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