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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징용·위안부 문제, 한국이 책임져라' 재확인한 기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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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권협정 해석차이…외교해법 모색" 문 대통령 제안에도 '요지부동'

의사소통 필요성 언급한 점은 주목…정상회담 안한 스가와 대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통화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관저 회의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를 하고 있다(왼쪽사진). 오른쪽 사진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문 대통령과 첫 전화 통화를 마친 뒤 관저 로비에서 취재진에게 통화 내용을 설명하는 모습. 2021.10.15 [청와대 제공, 교도통신. 재판매 및 DB금지] jjaeck9@yna.co.kr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첫 전화 통화는 기시다 역시 한일 갈등 현안에 대해 강경한 태도라는 점을 재확인시켜줬다.

핵심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소송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일본의 일관된 입장'은 강제징용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주장을 의미한다.

일본은 특히 위안부 문제의 경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되돌릴 수 없이 해결됐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청와대의 발표를 보면 문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적용 범위에 대한 법적 해석에 차이가 있는 문제"라고 양국의 입장이 다른 이유를 설명하고서 "양국 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며, 외교당국 간 협의와 소통을 가속화하자"고 제안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피해자분들이 납득하면서도 외교 관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라며 협의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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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에서 '1511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적절한 대응'을 '한국 측'에 요구했다.

기시다는 통화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관해 "국제적 약속, 나라와 나라의 약속 또는 조약, 국제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이런 관점에서 한국 측에 제대로 된 대응을 부탁하고 싶다. 그런 생각을 갖고 의사소통을 꾀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런 발언은 외교적 협의에 의한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한국의 제안에 부정적인 태도로 비춰진다.

'한국 때리기'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나 아베 계승을 표방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시절 일본 정부의 입장과 거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기시다가 앞선 일본 총리들과 이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여러 경로로 예고됐다.

오는 31일 총선(중의원 선거)을 대비해 자민당이 최근 공개한 공약집에는 "한국에 의한 국제법 위반 상태나 역사 인식 등을 둘러싼 이유 없는 비난 등 우리나라(일본)의 주장이나 명예, 국민의 생명·안전·재산에 관한 과제에 냉정하고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적혔다.

역사 문제와 관련한 현안의 책임이 한국에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공약이다.

전화 통화 시점에서도 한국과 거리를 두려는 태도가 엿보인다.

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와 첫 통화는 작년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총리 취임을 계기로 이뤄진 한일 정상의 통화보다 사흘이나 늦었다.

기시다는 문 대통령과 전화로 접촉하기에 앞서 미국·호주·러시아·중국·인도·영국 등 6명의 정상과 통화 또는 화상통화를 했다.

다만 일본 측은 통화 순서가 양측의 여러 사정을 조율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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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 소송의 피고 중 하나인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 본사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8일 국회에서 소신 표명 연설을 하면서도 여러 외교 상대국 가운데 한국을 가장 나중에 언급했다. 1천600자 분량의 연설에서 한국을 언급한 건 단 두 문장 뿐이었다.

기시다는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다.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했다. 스가 연설의 판박이였다.

기시다가 아베 정권 시절 4년 8개월가량 외무상으로 재직하며 징용이나 위안부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고 목소리를 높인 점이나 그가 2015년에는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일 외교장관 합의의 당사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게다가 최근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부정적 인식이 증가했고 총선을 보름가량 앞둔 상황이다.

기시다 입장에서는 첫 시험대인 총선을 앞두고 한국에 양보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외교적 언사를 더욱 피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경우 입지가 흔들리면서 단명 총리로 끝날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관계 전문가인 기무라 간(木村幹) 고베(神戶)대 교수는 일본 내 한국에 대한 감정이 악화한 상황에서 새 정부가 징용 및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갈등 현안에 대해 "한국에 양보하면서까지 관계 개선에 나설 인센티브가 극히 부족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한국에 강경한 아베가 기시다가 총리가 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한 대목도 기시다의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요소로 꼽을 수 있다.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기시다가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은 이달 말 총선과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권력 기반을 안정시킨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시다가 아베 정권 말기에 임명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을 유임한 것은 외교정책에 당장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포석이어서 한일관계 역시 예외가 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다만 기시다 총리가 이날 기자들에게 "대면 정상 회담은 현 단계에서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일한(한일) 의사소통은 제대로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한 부분은 눈길을 끈다.

한국과의 대화 의지가 보이지 않았던 스가 전 총리와 달리 '의사소통'의 필요성을 언급한 대목이라는 점에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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