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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가 사장 갈아치웠다”… 남욱 녹취록 그대로 실현된 유동규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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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 때부터 남욱과 비슷한 발언
당시 사장 임기 반도 못 채운 채 사퇴
경찰 소환 조사서 "유씨 측근이 사퇴 종용"
유씨 사장 대리 맡아 대장동 추진 의혹
한국일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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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52)씨가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시절에 수시로 "공사 사장을 갈아치운다"고 주변에 말하면서 내부 인사를 좌지우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장동 개발사업 원년멤버인 남욱(48) 변호사가 2014년 대장동 원주민들에게 "이재명 성남시장이 재선되면 유씨가 공사 사장이 된다"고 언급한 대로 실현된 셈이다. 성남도시공사 초대 사장인 황무성(71)씨가 임기 3년을 못 채우고 물러난 배경엔 유씨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장 인사까지 좌지우지한 기획본부장


1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씨는 성남도시공사 기획본부장 시절부터 황무성 당시 사장을 내쫓겠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성남도시공사 관계자는 “유씨가 상급자인 황 사장을 상대로 사장 호칭까지 빼며 ‘저 사람은 내가 내보낸다’고 말하고 다녔고, 황 사장이 퇴임한 이후에도 ‘내가 황 사장을 쫓아냈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2013년 9월 성남도시공사 초대 사장으로 취임한 황씨는 3년 임기의 절반도 못 채운 채 2015년 3월 물러났다.
한국일보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남욱 변호사가 1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 톰 브래들리 터미널에서 한국행 비행기 탑승수속을 위해 도착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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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씨가 물러나기 1년 전부터 '대장동팀' 핵심 인사들은 이미 황씨 사퇴를 공공연히 언급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2014년 4월 30일 ‘대장동 도시개발추진위원회(추진위)’ 녹음파일에 따르면,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5호 소유주 정영학(53) 회계사는 대장동 원주민들을 상대로 이재명 시장이 재선되면 유씨가 성남도시공사 사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동규씨는 당시 성남도시공사 기획본부장에서 물러나 이재명 시장 캠프에서 일하고 있었다. 남 변호사는 주민들에게 “제가 듣기론 (이재명 시장이) 재선되면 (유동규씨의) 공사 사장 이야기가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황씨가 사장으로 임명된 지 반 년밖에 안 된 상황에서 유씨가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던 셈이다.

사장보다 힘셌던 기획본부장


유씨가 실세라는 사실은 성남도시공사 부서 신설과 채용 과정에서도 확인된다. 유씨는 대장동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성남의뜰컨소시엄’을 선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전략사업팀 신설을 입안했다. 이후 전략사업팀 운영과 인사채용에 있어서도 황씨는 부하직원인 유씨의 전횡을 막을 수 없었다는 게 당시 내부인사들의 이야기다.

유씨는 정영학 회계사와 함께 일했던 김민걸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의 대학 후배인 정민용 변호사를 각각 전략사업팀장과 투자사업파트장으로 신규 채용했다. 이후 황씨가 사장에서 물러나자 4개월 동안 사장 직무대리로 활동하면서 사업협약과 주주협약을 잇달아 체결했고,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하는 데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팀장 송병일 수사부장)은 이날 황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 과정과 유씨의 인사 전횡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경찰에 출석한 황씨는 '유씨가 실세였느냐'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힘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그는 사퇴배경을 묻는 한국일보의 질문에 "당시 개발본부장이었던 유한기(66·현 포천도시공사 사장)가 찾아와 사퇴를 종용했다"고 밝혔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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