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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난데없는 '가을 한파'에도… 야외서 끼니 때우는 어르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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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탑골공원 무료급식소
코로나 감염 우려로 야외배식
새벽바람 맞으며 배식 기다려
공원 담장만이 추위 막아줄뿐


파이낸셜뉴스

18일 오전 11시반쯤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무료 배식을 받은 어르신들이 일렬로 간이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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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침 기온이 64년 만에 최저치(1.3도)로 떨어진 '10월 강추위'에 탑골공원 야외 무료 급식소를 찾는 어르신이 20% 남짓 줄었다. 급식소는 측은 "앞으로 더 추워질 텐데 코로나19 때문에 야외 배식을 할 수밖에 없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18일 파이낸셜 뉴스는 갑자기 찾아온 강추위에 취약한 노인들은 무료 급식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탑골공원을 찾았다. 이날 아침 서울 기온은 2.8도로 예년 기온을 7도가량 밑돌았다. 서울에서는 첫서리도 관측됐다. 그럼에도 오전 9시쯤 서울 종로 탑골공원 입구 근처에는 20명 정도 되는 어르신이 줄을 서 있었다. 어르신들은 종로구청 공공 근로자의 도움을 받아 공원으로 입장해 천막 아래 간의 의자에 앉았다.

■수원, 포천, 천안에서 오는 사람도

올해로 29년째 탑골공원에서 무료 급식을 하고 있는 '사회복지원각'은 매일 250인분의 식사를 준비한다. 사회복지원각 관계자는 "어르신들은 오전 11시부터 시작하는 배식을 위해 새벽부터 공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왔다는 A씨(84)는 "안전하게 번호표를 뽑으려면 오전 6시30분까지는 와야 하고 4~5시부터 오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번호표 46번을 뽑았다는 김태연씨(82)는 "청량리에 사는데 거기 무료 급식소가 4개월째 안 열어 매일 여기까지 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배식을 받으려고 경기도 수원이나 포천, 심지어는 충남 천안에서까지 오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배식은 빠르게 진행됐다. 11시가 되자 사회복지원각 자원 봉사자들이 측이 밥과 반찬, 국이 든 수레를 끌고 공원으로 들어왔다. 이날 반찬은 김치제육볶음과 열무김치, 국은 미역국이었다. 입가심으로 팩 두유도 준비됐다. 배식이 시작되자 배식대에서 가장 가까이 앉아 있던 어르신 열댓명부터 일어났다.

고영배 사회복지원각 사무국장은 "모두 아흔이 넘은 어르신"이라며 "배려 차원에서 이 분들은 따로 번호표를 받지 않아도 제일 먼저 배식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식은 30분도 안 돼 끝났다. 사회복지원각은 늦게 와 번호표를 받지 못한 어르신들에게는 빵을 나눠줬다. 배식을 받은 어르신들은 대부분 공원 안에 일렬로 마련된 간이 식탁에 앉아 끼니를 해결했다. 추위를 막아줄 만한 것은 공원 담장 그리고 각자 껴입은 겉옷과 모자뿐이었다. 지난 17일에는 너무 추워서 오지 않았다는 B씨(81)는 "오늘은 좀 두껍게 껴입어서 괜찮은 것 같다"며 "밥도 따듯해서 좋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태연씨(82)는 "날씨가 험해도 아직 다리가 괜찮을 때 오려고 한다"고 웃어 보였다.

이날 배식이 금방 끝난 것은 평소보다 급식소를 찾아 온 어르신이 적기 때문이기도 했다.

고영배 국장은 "평소에는 평균 380여명 정도가 오신다"며 "(그런데 어제부터) 갑자기 추워져서 어제오늘 300여명 정도밖에 안 왔다"고 말했다.

■급식소 측, 모자와 외투 지급 예정

급식소 측은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야외 배식을 할 수밖에 없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사회복지원각은 당초 실내에서 배식과 식사를 했다. 야외 배식을 하니 날씨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고 국장은 "그나마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고 선풍기를 틀면 되는데 추위는 난감하다"며 "나름 대처로 이번 주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주문 제작한 모자를 나눠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는 12월에는 잠바도 나눠 드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자원 봉사자들은 어르신들이 탑골공원을 찾는 것을 나름의 사회 활동이라고 봤다. 단순히 밥을 받으러 오는 것 이상이라는 것이다. 고 국장은 "어르신들이 돌아다녀야 근력도 생기고 밥맛도 생긴다"며 "추위나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계시다고 하면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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