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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물가와 GDP

열받은 물가에 ‘공공요금 동결’이 해열제? 부작용은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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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의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18일 ℓ당 1800원을 넘어섰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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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고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는 공공요금 동결이라는 한시적 처방을 내렸다. 올해 남은 기간의 물가 상승 압력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으로 밀어내려는 계산이다. 당장의 물가를 억누르는 데 공공요금 동결은 비교적 손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공공요금으로 수입을 올리는 공기업에 경영 부담을 줘 결국 미래의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내년에도 물가 오름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는데, 공기업의 손실이 쌓이면 앞으로 공공요금은 더 큰 폭으로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큰 요인은 기름값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는 배럴당 82.28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WTI가 80달러를 넘은 것은 7년 만이다. 국제유가가 보통 3~4주가량의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는 것을 고려하면 19일 현재 1700원을 훌쩍 넘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2000원대에 근접할 정도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도시가스 요금 인상해야”



겨울철 난방에 쓰이는 연료도 값이 오르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동북아시아 현물 가격지표(JKM)는 지난 6일 일시적으로 100만 BTU(열량단위)당 56.3달러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LNG 가격은 지난달 100만 BTU당 24.7달러였고, 올해 중 가장 낮았던 3월에는 6.38달러에 불과했다.

늘어나는 연료비 부담에 한국가스공사는 11월 도시가스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스 요금 조정은 홀수 달마다 논의하는데, 정부는 지난해 7월 요금을 한 차례 인하한 이후 연료비가 올랐음에도 올해 9월까지 15개월째 인상하지 않았다.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은 “최대한 요금 인상 요인을 흡수해나가면서 효율화하는 게 공기업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작년 7월 이후 현재까지 (연료비) 연동이 안 되는 사이 국제 LNG 가격과 원유 가격 등이 모두 상승했으므로 이런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금 인상 내년으로 미룬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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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을 동결할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출장 중 기자간담회에서 “가스 요금 조정보다 물가 안정이 더 높은 차원의 정책 가치라고 생각해 산업계와 협의해 결정했다”며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는) 산업통상자원부와의 불협화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도시가스 등 공공요금을 인상할 것을 시사했다. 홍 부총리는 “연말까지 동결한다는 것”이라며 “결국 인상은 시점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인상 소요가 제기되고 물가 상승 우려가 없을 때는 (인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공기업의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겨울 석유 수요가 급증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이어지는 세계적 공급망 교란과 환율 상승도 에너지 공기업에는 악재다.

당분간 물가 상승 압력이 계속 이어질 전망인데도 정부가 공공요금을 동결한 배경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관측도 있다. 공공요금을 올리면 최근 2%대의 높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는 소비자물가의 추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 부담, 미래 세대로…주가에도 악재



인위적인 물가 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공기업에 부담이 쌓이면 향후 더 큰 인상 압력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전기요금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뒤에도 한국전력공사의 전기료 인상을 막아오다 올 4분기에야 8년 만에 단가를 ㎾h(킬로와트시)당 3원 인상했다. 철도요금과 고속도로 통행료는 각각 10년, 6년 동안 동결 상태다.

게다가 상장 공기업의 경우 기업의 재무 악화는 주주에게까지 부담으로까지 작용한다. 한전 주가는 전기료 인상을 발표한 지난달 23일에도 전 거래일 대비 1.22% 하락해 2만4200원을 기록하더니, 이번 달 18일에는 2만2950원까지 내렸다. 전기요금을 올려도 한전의 비용 부담을 충분히 메우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한전의 부채는 올 상반기 기준 62조9500억원에 이르러 자본 대비 부채 비율 122.5%를 기록 중이다. 가스공사의 부채는 27조2455억원, 부채비율은 330.4%에 이른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요금 때문에 공기업에 부채가 쌓이면 공공 서비스의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돈(공공요금)을 전 국민이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경제적 비효율이 발생한다”며 “공공 서비스 산업 측면에서 봐도 공기업 경영이 만성적으로 부실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정치적 고려에 따라 에너지 요금을 낮게 유지해 왔는데, 이는 에너지 낭비를 유발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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