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美 불법 입국자 11개월간 174만명... 바이든의 ‘아킬레스건’ 됐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트럼프 때보다 크게늘어 역대 최다

7~8월엔 23만명이 국경 넘어

공화당은 “무능하다”며 강력 비판

인권단체 “포용정책 여전히 부족”

이민 정책 딜레마에 여론지지 하락

내년 중간선거에 악영향 미칠 듯

작년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미국으로 불법 입국하다 적발된 이민자가 174만명을 넘어섰다고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이 20일(현지 시각) 밝혔다. 2021회계연도 중 9월분 집계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2020회계연도(64만명)의 2.7배 수준으로 늘었다. 174만명은 역대 최다 기록이다.

조선일보

미국 텍사스주 델리오에서 지난달 17일(현지 시각) 이민자들이 멕시코와 국경을 이루는 리오그란데강을 건너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미국 언론은 이곳 국경지대에서는 아이티 등 중남미 출신 이민자 수천 명이 미국행을 꿈꾸며 노숙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국경을 제대로 수호하지 않는다고 비판해 온 공화당은 이날 상원 재무위원회가 개최한 크리스 매그너스 CBP 청장 지명자의 인준 청문회를 계기로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제임스 랭크퍼드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금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불법 입국 차단 횟수를 보고 있다. 어떻게 할 거냐”며 “기이하게도 지난 2월부터 (불법 입국자) 숫자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바이든이 취임한 다음 달부터 불법 입국자가 늘어난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불법 입국자 문제가 출범 1년도 안 된 바이든 행정부에 ‘아킬레스건’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바이든 집권 이후 밀입국자가 급증하고 있고, 이에 대한 여론도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는 물론, 차기 대선 등 바이든과 민주당의 정치 앞날에도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게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고,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가족의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강제 분리시켜 ‘아동 학대’란 원성을 샀다. 바이든은 이런 트럼프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왔고, 취임하자마자 국경 장벽 건설을 중단시켰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바이든의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도덕적이고 점잖은 당신이 당선됐다고 생각한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오거나 미성년 자녀들만이라도 미국 국경 안으로 밀어넣고 있는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란 질문이 나왔다. 당시 바이든은 “1월⋅2월⋅3월에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은 매년 있다. 사막의 열기 때문에 숨질 확률이 가장 적은 때에 국경을 넘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당선됐기 때문이 아니라 ‘계절적 현상’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CBP 통계는 바이든의 해명과 전혀 달랐다. 트럼프가 집권하던 작년 10~11월 불법 입국 적발자는 월 9만명 수준이었다. 그런데 바이든 취임 직후인 2월 11만5000여 명으로 늘더니 그 후 19만명(3~4월)→20만명(5~6월)→23만명(7~8월)으로 줄곧 증가했다. 특히 가장 더운 때인 7~8월에 적발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많은 이민자는 바이든이 그들을 (미국 내에) 머물게 해줄 것이라고 믿고 큰 대가와 상당한 위협을 무릅쓰고 북쪽으로 오기로 했다고 말한다”며 “국경 관리가 바이든의 가장 주요한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고, 대통령의 이민 대응이 가장 여론이 나쁘게 나오는 사안”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지난달 30일 이민자 인권 단체 활동가들이 미국 국회 의사당 앞에서 불법 이민자들에게도 시민권 취득 길을 터주는 법안의 통과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강경한 이민 정책을 시행할 수도 없는 것이 바이든의 딜레마다. 핵심 지지층은 여전히 포용적 이민 정책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민자 인권 단체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여론 동향을 살피느라 트럼프 이민 정책을 일부 유지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 16일 열린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이민자 인권 단체들 간의 화상회의에서 일부 활동가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회의실을 나가 버렸다고 한다. 한 활동가는 바이든 행정부의 어정쩡한 정책에 대해 “가족이 내게 등을 돌린 기분”이라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활동가들은 이제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똑같이 이민자를 배척하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그래서 특히 (바이든) 행정부에 강하게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19일 텍사스주 국경도시 델리오 인근에서 말을 타고 순찰 중이던 국경수비대원들이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아이티인들에게 고삐를 채찍처럼 휘두르는 장면을 포착한 사진과 동영상이 공개됐을 때, 백악관은 “비인도적으로 사람들을 대우하는 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아니다”라고 급히 해명해야 했다.

19일 의회 전문 매체 ‘더 힐’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 내부용 여론조사에서 이 문제가 내년 중간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한다. 민주당 측 컨설팅회사인 ‘글로벌 스트레티지 카운실(GSC)’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원의 90%는 서류 미비 이민자에게 시민권 취득의 길을 열어주는 개혁 법안이 처리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특히 경합주의 일부 민주당원은 이런 것이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 중간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