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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 쓰지 말란 김여정, 개의치 않은 성 김 "北도발 멈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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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자신들의 무력 도발을 '도발'로 표현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미국은 백악관에 이어 북핵 협상 담당자까지 최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고 유엔 제재 결의를 지키라고 촉구했다. 북한의 이른바 '도발 표현 금지령' 이후, 도발을 도발이라 부르지 못하는 한국 정부의 대응과 비교된다.

중앙일보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 앞에 섰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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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이라 하지 마" vs 美 "도발 멈추라"



방한 중인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교섭본부장과 한ㆍ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지난 6주 동안 탄도미사일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에 반하는 행위를 여러 차례 했다"며 "북한이 이런 도발(provocation)과 정세를 불안정하게 하는 행위를 멈추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도발'이라고 표현한 걸 겨냥해 "대통령이 기자들 따위나 함부로 쓰는 '도발'이라는 말을 망탕 따라 하고 있는 데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시한다"며 "우몽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남측을 향해 '도발'을 금기어로 설정한 셈인데, 그간 북한의 도발에 한·미가 공조해 대응해온 점을 고려하면 양쪽을 모두 염두에 둔 경고였다.

미국은 이에 전혀 연연하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 백악관은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북한이 SLBM을 발사한 지난 19일(현지시간) 북한을 향해 "추가 도발을 자제하라"고 밝히는 등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일관되게 '도발'로 규정했다.



성 김, 최근 들어 첫 '도발' 언급



특히 김 대표가 북한을 향해 '도발'을 언급한 건 최근 들어 한ㆍ미 북핵수석대표 간 협의가 잦아진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김 대표는 북한이 6개월 만에 미사일 발사를 재개한 지난달부터 일본 도쿄(9월 14일)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9월 30일) → 이달 미국 워싱턴(10월 18~19일)에서 노 본부장과 만난 뒤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혔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부른 적은 없었다.

대북특별대표는 북한과 직접 협상을 맡는 자리인 만큼 그간 김 대표는 백악관이나 미 국무부 차원의 대북 규탄 성명보다는 수위를 다소 낮춰 대화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를 내곤 했다. 이날도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종전선언에 대해선 "한국의 종전선언 제안을 포함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이니셔티브를 모색하기 위해 노 본부장과 협력하겠다"고 말했고, 대북 인도적 지원과 조건 없는 대화 재개에 대한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김 대표가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부르며 일관되게 북한을 규탄한 건 북한의 SLBM 발사를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화에 열려 있는 것과는 별개로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북한의 무력 증강에 대해 미국이 양보하는 일은 없다는 메시지 발신인 셈이다.

김 대표는 북한이 대화 재개 조건으로 제시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에 대해서는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다"고 반복해서 강조하면서도, 또 다른 조건인 '이중 기준 철회'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북측이 요구하는 이중기준 철회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시험은 어느 나라나 할 수 있는 자위권 행사이므로 더 이상 문제 삼지 말라'는 뜻으로, 사실상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6자 회담 시절 김 대표의 카운터파트로 한·미 간 협의를 진행했던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도발은 실제적 위해를 가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뜻한다"며 "북한은 지난달부터 벌써 다섯 번째 도발을 감행하면서도 이를 정상적인 행위로 몰고 가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이에 미국은 도발에 대한 성격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하고 '도발의 일상화'를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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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마친 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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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금지령'에..'도발'의 '도'도 못 꺼내는 韓



반면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김여정 부부장의 이른바 '도발 표현 금지령' 이후 확연히 말조심을 하는 분위기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용어를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며 "도발이 아니라 위협"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같은 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 '북한의 SLBM 발사는 전략적 도발이냐'는 질문에 "최근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는 우리 군이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며 동문서답을 했다.

북한은 당분간 자신들의 국방 분야 시간표에 따른 정당한 활동이라며 군사 행동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북한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방 발전 전략의 목표들을 최단기간 내에 점령함으로써 우리 국가가 틀어쥔 군사 기술적 강세를 절대적이고 영원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전날인 22일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폐막식에서 한 발언이다.

이와 관련, 북한의 군사 활동에 대해 미국이 기존의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한국은 대화 재개에 초점을 맞춰 저강도 대응을 이어갈 경우 북한이 노리는 이른바 '동맹 갈라치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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