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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용인데 핏자국이…” 태국산 ‘중고 장갑’에 美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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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태국의 한 업체로부터 수입된 수술용 장갑이 오염된 모습./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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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태국으로부터 대량 수입한 의료용 니트릴 장갑에서 사용 흔적이 발견돼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24일(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 수천만개의 태국산 위조·중고 니트릴 장갑이 수입됐다. 미국과 태국 당국은 범죄 가능성 여부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태국산 중고 장갑 수입 사태는 앞서 태국의 한 회사로부터 장갑을 수입해온 미국 회사들은 지난 2월과 3월 눈에 띄게 더러운 장갑으로 가득찬 컨테이너를 받아 관세국경보호청(CBP)과 식품의약국(FDA)에 신고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태국 회사는 이후로도 수천만 개의 장갑을 더 출하해 미국으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용 니트릴 장갑은 대부분 동남아시아에서 천연고무로 고도화된 전문공정을 거쳐 생산되는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인보호장비 수요가 급증하자 니트릴 장갑의 가격도 치솟았다. 정부와 병원 등은 니트릴 장갑을 확보하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일부 업체가 재사용 장갑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애미에 기반을 둔 사업가 타렉 커센은 지난해 말 태국의 패디룸이라는 회사에서 약 200만달러(약 23억3700만원) 어치의 장갑을 주문해 미국 유통업체에 판매했다가 고객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커센은 “화난 고객들이 회사로 전화해 ‘당신 때문에 우리 망했다’고 소리를 질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고객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커센은 직접 컨테이너를 확인했고, 그 안에서 사용 흔적이 있는 장갑들을 발견했다. 그는 “씻어서 재활용한 장갑이었다”며 “오염된 것도 있고 핏자국이 묻어 있기도 했다. 2년 전 날짜가 적힌 장갑도 있고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고 했다.

결국 커센은 지난 2월 고객에게 장갑 구매 대금을 환불하고 남은 장갑을 매립한 뒤 FDA 등에 알렸다. 당시 수입한 장갑은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지 않았다는 게 커센의 설명이다. 그러나 또 다른 미국의 유통업체가 팬데믹 기간 동안 패디룸에서 2억개의 장갑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나 중고 장갑이 실제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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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서 수입한 수술용 장갑./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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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회사로부터 장갑을 구매했다는 또 다른 업체에서도 “얼룩이 있고 구멍 나고 찢어진 장갑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동남아시아의 일부 업체들이 니트릴 장갑보다 질이 낮은 라텍스나 비닐 장갑을 니트릴 장갑으로 둔갑해 판매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패디룸으로부터 장갑 270만 달러(약 31억5400만원)어치를 주문했다는 또 다른 피해 회사 사장인 루이스 지스킨은 “이건 총체적인 안전 문제”라며 “이 회사들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적도 없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라고 했다.

지스킨에 따르면 패디룸은 장갑의 품질을 증명하는 검사 보고서를 첨부해 보냈으나 이 보고서 역시 위조된 문서로 확인됐다. 이에 지스킨은 올해 초 FDA와 CBP에 연락해 중고 장갑 수입에 대해 신고했으나, 이후로도 패디룸은 8000만개 이상의 장갑을 미국으로 내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지속되자 FDA는 지난 8월 패디룸으로부터 들여온 물건을 압류하도록 했다. 국토안보부도 이 업체를 조사중이다. 태국 당국도 지난해 12월 패디룸을 급습하고 창고 소유주를 체포하는 등 조사에 나섰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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