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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 포 더 사이클' 성공 이정후, 아버지 뛰어 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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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이종범은 해내지 못했던 기록들 차곡차곡... 타격왕 & 팀 PS 도전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는 아버지 이종범(LG 트윈스 코치)과 함께 대한민국 야구 역사에 진귀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아버지 이종범이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타격과 도루 부문에서 대단한 기록을 남겼다면, 아들 이정후는 정교한 타격을 중심으로 아버지와는 다른 방향에서 대단한 기록을 쓰고 있다.

이정후는 10월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렸던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KBO리그 역사상 29번째 히트 포 더 사이클(Hit for The Cycle) 기록을 세웠다. 히트 포 더 사이클은 한 경기에서 단타, 2루타, 3루타 그리고 홈런까지 4가지 형태의 안타를 모두 기록하는 것을 뜻한다.

보통 히트 포 더 사이클을 달성하려면 그날 경기에서 물오른 타격감과 파워 그리고 3루까지 달릴 수 있는 스피드를 모두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 히트 포 더 사이클에 성공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가 3루타 또는 홈런을 추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버지 이종범과 같이 정교한 타격과 파워 그리고 스피드를 모두 갖춘 선수도 성공하지 못했던 대기록이다.

KBO리그 역대 29번째 히트 포 더 사이클 성공한 이정후
오마이뉴스

▲ 키움 이정후 ⓒ 키움히어로즈



25일 경기에서 이정후는 중견수 겸 3번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1회초 첫 타석부터 안타로 출루한 이정후는 바로 2루 도루까지 성공하면서 5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 기록도 이날 함께 달성했다.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윤대경을 상대로 10구 접전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5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는 팀이 0-1로 뒤진 상황에서 동점 솔로 홈런을 기록하며 첫 번째 타점을 기록했다. 팀이 역전에 성공한 뒤 6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2루타를 날리며 누상에 있던 주자 3명을 모두 싹쓸이했다.

8회초 1사 1, 2루 상황에서 이정후는 다섯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히트 포 더 사이클까지 3루타만 남았던 이정후는 상대 투수 이충호의 빠른 공을 받아쳐 외야 우중간으로 타구를 날렸다. 누상에 있던 주자 2명을 또 싹쓸이했고, 대기록 작성을 의식하고 있었던 이정후는 3루까지 전력 질주하여 히트 포 더 사이클을 완성했다.

이날 5번의 타석에서 모두 출루에 성공한 이정후는 4타수 4안타(1홈런) 1볼넷 6타점 1득점으로 수훈 선수가 됐다. 팀의 9점 중 6점을 보탠 이정후의 활약으로 키움은 한화에 9-4 대승을 거뒀다.

이날 기록으로 이정후는 KBO리그 역사상 29번째 히트 포 더 사이클의 주인공이 됐다. 아버지 이종범이 1706경기를 뛰는 동안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기록을 아들 이정후가 652경기 만에 해낸 것이다.

히트 포 더 사이클과 관련한 이색적인 기록들

KBO리그의 히트 포 더 사이클 29번의 사례들 중에서 이색적인 기록들이 몇 가지 있다. 이 부문에서 역시 가장 인상적인 기록은 KBO리그 역대 최다 안타 2위(2318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양준혁(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다. 양준혁은 1996년 8월 23일, 2003년 4월 15일 2번을 성공하면서 처음으로 기록을 2번 세웠다(2번 모두 상대는 현대 유니콘스).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는 NC 다이노스 시절인 2015년 4월 9일과 8월 11일 두 번의 기록을 세웠다. 한 시즌에 2번 이 기록을 세운 사례는 테임즈가 유일하다. 테임즈는 2021년 시즌 요미우리 자이언츠(NPB 센트럴리그)에서 활약했으나 현재 방출된 상태다.

이병규(LG 트윈스 코치)는 2013년 7월 5일에 역대 최고령 기록(만 38세 8개월 10일)을 세웠다. 보통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하면 그 팀은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승리하는데, 이병규의 기록은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대기록을 세우고도 팀이 패한 사례로 남아있다.

멜 로하스 주니어(현 한신 타이거즈)는 kt 위즈 시절인 2018년 5월 29일에 대기록을 세웠다. KBO리그에서 스위치 타자로는 유일한 기록인데, 로하스는 홈런과 3루타, 단타를 오른쪽 타석에서 기록한 뒤 왼쪽 타석에서 2루타를 기록했다.

양의지(NC 다이노스 주장)도 2021년 4월 29일에 28번째 히트 포 더 사이클 기록을 세웠다. 특히 양의지는 이날 경기에서 포수로 출전하여 기록을 달성하면서 이 부문 유일한 기록 선수가 됐다. 수비에서의 체력 부담이 큰 포수임에도 불구하고 첫 타석에서 3루타에 성공하면서 가장 힘든 관문을 넘기며 이날 기록을 세웠다.

아버지가 해내지 못했던 기록들, 아들이 채워

이종범과 이정후, 아버지와 아들은 모두 KBO리그 역사에 이름을 진하게 남긴 선수들이다.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둘 다 1차지명으로 프로 선수가 된 기록을 남겼으며(부자 같은 팀 1차지명은 타이거즈 정회열, 정해영이 최초), 데뷔 첫 시즌부터 리그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다만 이종범은 1993년 양준혁도 함께 데뷔하는 바람에 신인상 수상에 실패했다. 대신 이종범은 한국 시리즈에서 양준혁이 있던 삼성을 만나 타율 0.310 4타점 7도루의 무서운 활약으로 한국 시리즈 MVP를 수상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종범은 1994년 타율 0.393 196안타 19홈런 77타점 84도루의 기록을 세우며 타격왕에 올랐고 정규 시즌 MVP도 수상했다. 이 해의 196안타는 이정후의 팀 선배 서건창(키움 히어로즈)이 2014년 타격왕에 오르며 200안타 기록을 세울 때까지 깨지지 않았던 대기록이었으며, 이종범은 이후 30홈런-60도루 시즌도 만들어냈다.

이종범이 1993년과 1994년 이러한 기록들을 세웠을 때의 나이가 현재 이정후의 나이인 만 23세 시즌이었다. 다만 이종범은 대학 출신이었고, 이정후는 고졸 출신이었기 때문에 이정후는 이미 KBO리그에서 5시즌을 채우며 향후 아버지보다 더 많은 기록을 쌓을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이정후는 아직 아버지처럼 타격왕에 오르진 못했다. 대신 데뷔 시즌인 2017년 179안타(3위) 111득점(3위)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뤘다. 또한 아버지가 이루지 못했던 히트 포 더 사이클도 달성하면서 아버지가 KBO리그 역사에서 채우지 못했던 부분을 채웠다.

타격왕에 도전하는 이정후, 팀 PS도 이끌까

벌써 5년차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된 이정후는 아직 만 23세다. 군 복무 문제도 2년차에 아시안 게임 금메달로 해결하면서 벌써 652경기에 출전했고 876안타 444득점을 기록하면서 이종범이 KBO리그에 한정하여 세운 기록(1706경기 1797안타 1100득점)을 뛰어 넘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25일 경기까지 타율 0.358(119경기 447타수 160안타)을 기록한 이정후는 타격왕 경쟁에서도 타이틀 수성 가능성을 높였다. 1년 후배 선수인 강백호(kt 위즈, 137경기 497타수 174안타 0.350)가 타율 2위로 이정후를 따라 잡으려면 상당히 어려운 추격이 필요하다.

일단 이정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대기록보다는 팀에 필요한 점수를 냈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뒀다. 마지막 타석에서 3루타를 의식한 것은 아니었지만, 맞는 순간 느낌이 좋아서 전력으로 뛰었다고 말하며 겸손한 모습도 보였다.

대기록을 세운 만큼 아버지 이종범에 대한 감사도 드러냈다. 위대한 슈퍼스타이지만 자신에게는 든든한 최고의 아버지라고 말하면서 감사를 드러냈다. 이정후는, 한때 5경기 18타수 무안타로 부진에 빠졌다가 21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3안타 경기를 만들며 반등의 계기를 만든 이후 타격감이 절정에 올랐다.

25일까지 KBO리그 정규 시즌은 이제 5일의 일정만이 남았다. NC가 28일 더블헤더를 포함하여 가장 많은 6경기가 남았고, 지난 주말 1위로 올라선 삼성 라이온즈(75승 9무 57패 0.568)는 가장 적은 3경기가 남았다. 2위 kt(74승 8무 57패 0.565)와 반 경기 차이로 정규 시즌 우승부터 5위까지 포스트 시즌 대진표가 정해진 자리는 아무 것도 없다.

이정후의 활약으로 승리한 키움은 디펜딩 챔피언 NC 다이노스(65승 8무 65패 0.500)를 반 경기 차 7위로 밀어내고 6위로 올라섰다. 5위 SSG 랜더스(64승 14무 62패 0.508)와의 승차도 반 경기 차이다. 4위 두산 베어스(67승 8무 64패 0.511)까지 4팀은 정규 시즌이 끝날 때까지 포스트 시즌 진출을 놓고 혈전을 벌이고 있다.

만일 이정후가 타격왕 타이틀을 지켜내고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까지 이끌게 된다면 정규 시즌 MVP 후보에 이름을 올릴 수도 있다. 비록 시즌 중간 부상으로 자리를 잠시 비워 안타 누적에서 다소 부족하지만 이번 히트 포 더 사이클을 통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수상을 장담할 순 없지만 만 24세에 MVP를 수상했던 아버지의 기록을 만 23세의 아들이 또 뛰어 넘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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