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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씨라면 안왔다" 노태우 조문한 5·18 유족…국가장 결정엔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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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에서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오른쪽)씨가 27일 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씨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인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왼쪽)과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을 위로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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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의 유족이 27일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았다. 노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씨가 2019년부터 광주를 직접 찾아가 사과를 한 것에 대한 보답이다.

5·18 당시 전남도청에서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씨는 이날 오후 1시50분쯤 장례식장을 찾아와 노씨 등 유족을 만나 위로의 뜻을 표했다.



5·18 유족 “전두환씨라면 안왔을 것”



박씨는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빈소를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만약 전두환씨가 돌아가셨다면 오지 않았을 테지만, 노 전 대통령은 수차례 아들을 통해 책임을 통감하고 용서를 구했다”면서 “이제 더는 어떤 책임이나 이런 것들을 물을 수 없는 시점이 되지 않았나 해서 이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의 육성으로 그런(사과) 얘기를 들은 바는 없지만 광주 학살에 책임이 있는 전두환을 비롯한 어떤 사람도 지금까지 책임이나 사죄 표명이 없었음에도 노 전 대통령은 이에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오늘 오게 됐다”면서 “전두환 씨는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광주 학살에 대한 사죄 표명을 하고 돌아가신 유족과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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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재헌씨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담도청 상황실장을 지낸 박남선씨. [사진 노재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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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에 결정에 대해서는 “사람이 살다 보면 잘잘못이 있는데, 잘잘못을 통렬히 반성하는 입장이라면 굳이 국가장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5·18 유족 전체의 생각이 아니라 당시 사형을 선고받았던 제 개인으로서 드리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이날 노 전대통령의 유언이 유족을 통해 공개됐다. 아들 노씨는 “5·18 희생자에 대한 가슴 아픈 부분이나 그 외에 일어났던 여러 가지 일에 대해서 본인의 책임과 과오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고 역사의 나쁜 면은 본인이 다 짊어지고 가시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돌아가시기전에 육성으로 남기시진 못했지만 평소 하셨던 말씀을 간단히 정리해서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아들 노씨는 2019년 5·18 신군부 지도자의 직계 가족 중 처음으로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당시 노씨는 병석에 있는 아버지를 대신해 방문했다면서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사죄한다"고 말했다.



국가장 결정에…5·18 단체 등 잇따라 ‘유감’



한편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한 정부 결정에 대해 5·18 단체 등 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잇따라 유감을 나타냈다.

5·18 기념재단과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27일 성명을 내고 “한 사람의 죽음을 조용히 애도하면 될 일이었다”며 “헌법을 파괴한 죄인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씨는 신군부 실세로서 광주 시민과 국민에게 단 한 번도 직접 사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광주 시민단체협의회도 성명을 통해 “노씨는 대통령이기 전에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고 군대를 동원해 광주시민들을 학살한 반란의 수괴”라며 “이런 노씨가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어서 국가장의 대상이 되는지 문재인 정부에 묻고 싶다”고 했다.

광주 진보연대도 “5월 학살의 핵심 범죄자에 대한 역사적 단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장의 예우는 있을 수 없다”며 “노씨를 거울삼아 전두환 등 나머지 신군부 세력들은 더 늦기 전에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민주주의를 갈망하던 국민을 살육하고 민주주의의 피를 흡혈한 범죄자에게 국가장이라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열사들의 한이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는 지금, 유가족의 가슴에 쌓인 한도 해결되지 않은 지금 역사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전교조 광주지부도 “5·18 민주화운동 가치와 중요성을 배운 학생들이 쿠데타와 내란, 광주학살의 주범이 국가장으로 예우받는 상황에 대해 질문할 때 이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나”라며 “민주시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도록 국가장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역시 “정부가 나서서 노씨를 예우하는 것은 역사적·사법적 평가가 끝난 5·18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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