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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직장갑질 고발 10만건에 배어 있는 노동자들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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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에 앞장서온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의 상담건수가 약 10만건이라고 한다. 다음달 1일 창립 4주년을 맞는 이 단체가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우리 사회의 직장 내 갑질이 그만큼 만연해 있다는 증거이다. 상담자 대부분은 노동조합이 없는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고통을 호소할 곳조차 없었다는 말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으로 상황은 나아졌지만 갑질은 여전한 것이 현실이다. 이들을 위한 보호책이 지속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직장갑질 119에 접수된 상담에는 노동자들이 처한 절박한 상황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공식 상담시간은 물론 늦은 밤, 이른 새벽에도 갑질을 고발하고 고충을 호소하는 톡은 울린다. 28일 새벽 3시에는 그 시간까지 근로감독관에게 e메일을 쓰고 있다는 호소글이 올라왔다. 한 시간 뒤에는 또 다른 노동자가 ‘직원을 개 부리듯’ 한다고 고발했다. 잠시 동안에도 이런 글 수십개가 쌓인다고 한다. 그동안 상담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갑질도 부지기수다. 간호사에게 선정적인 장기자랑을 강요해 문제가 됐던 한림성심병원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그 외 상사의 폭언·폭행은 물론 업무지시 배제 등 노골적인 따돌림 등 수없이 많은 억울한 일들이 폭로됐다. 직장갑질119 등과 각계의 노력으로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됐고, 이달부터는 과태료 부과 의무 등을 추가해 실효성을 강화한 개정법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직장 내 갑질 근절은 요원하다. 노동자 보호를 위해 법과 제도를 더 강화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고충은 이제 직장 내 갑질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산업구조가 재편되면서 새로운 고용형태가 나타나고, 불안정 노동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 기존의 노조 체계에 속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1007만명에 이른다. 또 국내 기업의 99.9%가 중소기업이고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전체의 82.7%에 이른다. 그런데도 국내 노동운동은 여전히 대기업, 정규직 중심에 머물러 있다. 기존의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변화하는 노동현실을 반영하는 새로운 노조가 필요하다. 직장갑질 119가 온라인 노조 설립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새로운 시도가 노동운동의 지평을 더욱 넓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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