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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호국 영웅’ 백선엽 기억해준 것은 한국 아닌 유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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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51년 3월 서울 탈환 작전을 앞두고 백선엽 장군과 리지웨이 미 8군 사령관이 대화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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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 중 11월 23일이 고 백선엽 장군 탄생 101주년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국 군인 중에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유엔군사령부는 페이스북 계정에 “오늘(11월 23일)은 백선엽 장군이 태어난 지 101주년 되는 날”이라며 추모 글을 올렸다. “6·25전쟁 당시 보여주신 리더십, 조국을 위한 일생의 헌신과 끝없는 전우애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백 장군과 유엔군 지휘부가 찍은 사진도 올렸다. 북한과 중공의 침략에서 맞서 대한민국을 함께 지켜낸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것이다.

71년 전 백 장군이 낙동강 최후 방어선을 지켜내지 못했으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다. 겁먹은 병사들이 달아나려 하자 “내가 후퇴하면 너희가 나를 쏘라”며 선두에서 독려했다. 병력 8000명으로 북한군 2만 여명의 총공세를 한 달 이상 기적적으로 막아낸 덕분에 유엔군이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다. 그는 인천상륙작전 후 미군보다 먼저 평양에 입성했고, 1·4 후퇴 뒤엔 서울을 최선봉에서 탈환했다. 새로 온 주한미군 사령관들이 백 장군을 찾아 전입 신고를 한 것은 같이 피 흘린 ‘구국 영웅’에 대한 예우를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지난해 백 장군이 100세로 별세했을 때 청와대와 민주당은 애도 논평 한 줄 내지 않았다. 국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도 조문하지 않았다. 집권 세력은 그가 일제강점기 20대 초반 나이에 간도특설대에 배치됐다는 이유만으로 ‘친일 반역자’로 몰고 갔다. 백악관과 국무부, 전 주한미군 사령관들은 모두 애도 성명을 냈다. ‘한국의 조지 워싱턴’ ‘위대한 군사 지도자’라는 최고의 헌사를 바쳤다. 마땅히 우리 정부가 해야 할 말을 외국이 대신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백 장군의 101번째 생일도 유엔사가 대신 챙겨주었다.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이 올해 처음으로 ‘국군 포로’ 문제를 포함했다. 반면 문 대통령이 김정은을 세 번이나 만났지만 ‘국군 포로’를 언급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보훈처는 6·25 영웅 포스터에 국군 아닌 중공군 모습을 그려 넣기도 했다. 이 정권은 6·25 전사자의 유해까지 이벤트 소품처럼 이용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은 누구의 희생 덕분인가. 부끄러울 뿐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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