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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항체 치료제로 못막아… 부스터샷·복제차단 신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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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카페] 항체 결합하는 스파이크에 돌연변이 집중, 과학자들 주장

조선일보

코로나바이러스의 입체 모델. 표면의 스파이크(돌기, 붉은색) 단백질을 호흡기 세포에 결합시켜 침투한다./미 C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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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확산 중인 오미크론 변이 코로나는 항체 치료제로는 막지 못하고 백신 부스터샷과 새로 개발된 치료제로 차단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항체 결합 부위인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에서 주로 돌연변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7일 보츠와나에서 발견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확산 중인 코로나 새 변이 ‘B.1.1.529′를 그리스 알파벳인 ‘오미크론’이라고 명명하면서 ‘우려(주요) 변이’로 지정했다. 지금까지 오미크론은 남아공과 보츠와나, 홍콩, 벨기에, 이스라엘,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환자가 확인됐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돌연변이, 델타의 두 배

과학자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백신이나 항체 치료제를 무력화시키는지, 전염력이 더 강한지, 또 감염 증상이 더 심한지는 아직까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검사 대상이 워낙 적고 전체 유전자 해독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변이 바이러스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미국과 영국, 유럽 각국은 발빠르게 남아공을 포함해 아프리카 8국에서 출발한 외국인에 대해 입국·비자발급을 제한하기로 했으며, 우리 정부도 27일 같은 입국 제한 조치를 결정했다. 지금까지 나온 정보로도 오미크론이 현재 코로나 감염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델타 변이보다 더 강력한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는 유전자에 50개 이상의 돌연변이가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32개는 코로나가 인체 세포에 결합하는 열쇠 격인 스파이크에서 발생했다. 델타 변이가 스파이크에 돌연변이가 16개 발생한 것에 비하면 두 배나 된다.

오미크론은 스파이크에 돌연변이가 대량 발생해 유전자 검사(PCR)에도 잘 포착되지 않았다. PCR 검사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와 안쪽의 뉴클레오캡시드 단백질 유전자 두 개를 검사한다. 뉴클레오캡시드는 유전물질인 RNA를 감싸고 있다. 남아공 방역 당국은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를 찾기 위해 PCR 검사에서 스파이크는 음성, 뉴클레오캡시드는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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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크사(MSD)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 치료제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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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치료제는 내성 우려, 부스터샷과 신약 필요

항체는 스파이크에 달라붙어 세포 감염을 차단한다. 스파이크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코로나 완치자나 백신 접종자의 몸에 생긴 항체가 듣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웬디 바클리 교수는 26일 과학매체인 뉴사이언티스 인터뷰에서 “오미크론은 리제네론이 개발한 것과 같은 항체 치료제에 내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백신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백신은 여전히 오미크론에 예방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전망한다. 미국 록펠러대의 테오도라 하치오아누 교수는 27일 뉴욕타임즈에 “백신은 항체뿐 아니라 코로나 감염 세포를 바로 공격하는 면역세포도 자극한다”며 “스파이크 단백질의 돌연변이는 면역세포 반응을 무력화시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고 있는 남아공에서 백신 접종자가 인구의 4분의 1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도 백신의 필요성을 반증한다.

고령자처럼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백신 부스터샷(추가접종)으로 오미크론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스터샷은 항체의 종류를 확대해 오미크론 저항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백신 제조업체들은 바로 오미크론에 대비해 백신 개량연구에 들어갔다. 하지만 새 백신이 나오려면 4~6개월은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행히 화이자와 머크가 먹는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한 신약은 오미크론 변이에도 문제가 없다. 이들 신약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막는 게 아니라 바이러스 복제 자체를 차단하는 원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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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스파이크 단백질을 결합해 침투한다. 최근 스파이크에 돌연변이(붉은 원)가 발생하면서 전체 구조가 닫힌 형태에서 열린 형태로 바뀌고, 그만큼 세포 결합력이 강해진 것으로 밝혀졌다./미 매사추세츠 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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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력 더 셀 가능성은 충분

오미크론 변이는 에이즈 환자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진 에이즈 환자의 몸안에 오래 머물면서 다양한 돌연변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오미크론 감염으로 코로나 증세가 더 심해졌다는 보고는 없다. 물론 감염에서 중증으로 발전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아직 지켜봐야 한다.

오미크론이 더 전염력이 강한지도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남아공에서 코로나 환자는 지난 16일 273건에서 1주일 만에 120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그 중 80%가 남아공 최대 도시인 요하네스버그가 속한 하우텡 주에서 나왔다. 이곳 확진자는 모두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는데 감염재생산지수, 즉 환자 한 명이 몇 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지 보여주는 수치는 1.93으로, 남아공 전국 평균인 1.47보다 높았다. 오미크론의 전염력이 높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오미크론 변이에서 생긴 돌연변이 중에는 바이러스 유전자가 숙주 세포로 들어가도록 돕는 퓨린 절단 부위에서 발생한 것이 3개 확인됐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달라붙으면 숙주 세포의 퓨린 단백질에 스파이크의 특정 부위가 잘린다. 그래야 바이러스 껍질 안의 유전자가 숙주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퓨린 절단 부위의 돌연변이는 코로나가 더 잘 퍼지게 돕는다. 오미크론의 퓨린 절단 부위 돌연변이는 앞서 나온 영국발 알파와 인도발 델타 변이와 유사했다. 임페리얼 칼리지의 바클리 교수는 “오미크론의 전염력이 델타보다 높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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