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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통로로, 제3 입구로… 두달만에 ‘50억 클럽’ 슬쩍 소환한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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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비공개로 뒷북조사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에서 50억원을 받기로 약속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에 거론된 곽상도 전 의원과 권순일 전 대법관을 토요일인 27일 비공개로 소환 조사했다. 전날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을 비공개 소환한 데 이어 이틀 연속으로 ‘50억 클럽’ 의혹 관련자들을 조사한 것이다. 검찰이 이 의혹이 제기된 지 두 달 만에 뒤늦게 관련자들을 소환하며 취재진이 가장 적은 금요일 오후와 토요일을 택하자, 법조계에선 ‘면죄부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조선일보

‘50억 클럽’ 4인방 주요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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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곽 전 의원 등 4명은 모두 서울중앙지검 지하 통로나 별관을 통한 제3의 입구로 출석했다. 일반적으로 불구속 수사를 받는 피의자는 서울중앙지검 1층 로비에서 출입증을 받고 조사실로 향한다. 앞서 구속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나 천화동인 4호 대표 남욱 변호사도 이런 방식으로 공개 소환됐다. 검찰이 ‘50억 클럽’ 관련자들에 대해 이런 ‘배려’를 하자 법조인들 사이에선 “사실상 검찰이 관련자 대부분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검찰이 이제껏 ‘50억 클럽’ 관련자 중 강제수사를 한 것은 곽 전 의원이 유일하다. 그는 2015년 하나은행 측에 얘기해 화천대유가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꾸리는 데 도움을 줬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그 대가로 곽 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 직원으로 근무하고 올해 퇴직금 50억원을 받았다고 의심한다. 검찰은 지난 17일 곽 전 의원 자택과 하나은행 본점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때문에 곽 전 의원은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검찰은 애초 곽 전 의원이 뇌물을 받았다고 하다가 나중에 알선수재 혐의라고 하는 등 구체적 대가 관계에 대해선 오락가락하고 있다.

곽 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에 대한 수사는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은 작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대법원 무죄 판결을 주도하고, 그 대가로 대법관 퇴임 후 화천대유 고문이 돼 고문료 1억5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가 대법원 선고 전후 대법관실에서 김만배씨와 8차례 만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최근 법원행정처로부터 김씨의 대법원 출입기록만 넘겨받았을 뿐 재판과 관련한 다른 증거는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곽 전 의원과 권 전 대법관은 검찰 조사에서 “대장동 사업에 개입한 바 없으며 그동안 제기된 의혹도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2016년 화천대유 고문으로 근무한 박 전 특검은 최근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는 그의 딸이 대장동 아파트 잔여분 1채를 분양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됐다. 박 전 특검 딸도 화천대유로부터 성과·퇴직금 등으로 50억원을 받기로 약속돼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지금껏 박 전 특검과 그의 딸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특검은 불법적인 자금 거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머니투데이 홍 회장은 회사 직원이었던 김만배씨에게서 세 차례에 걸쳐 차용증을 쓰고 수십억원을 빌렸다. 빌린 돈은 모두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찰에서 문제없는 자금 거래였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두 달이 넘는 동안 소환 조사는 물론 압수수색도 거의 하지 않은 것은 수사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수사했다는 증거는 남겨야 하니 일단 비공개로 보여주기식 소환 조사를 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당사자들이 언론 노출을 원하지 않는다는 요청에 따른 조치”라며 “편의 제공이나 특혜가 아니다”고 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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