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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화 투쟁' 300일, 각자의 이유로 오늘도 연대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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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매주 일요일 경남 창원역에는 미얀마어로 번역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진다. 지난 3월 경남미얀마교민회, 경남이주민센터, 창원촛불시민연대 등 경남 지역 시민단체들의 주도로 시작한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를 위한 일요시위’가 28일 39회차를 맞았다.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에 따르면 경남 지역에는 약 2700명의 미얀마인이 살고 있다. 미얀마 CDM(시민불복종운동)과 개인·언론 등으로부터 매일 현지 소식을 접한다는 이 대표는 “디지털을 통해 국경 없는 시민 연대가 가능해졌지만 한편으로는 전쟁을 일종의 콘텐츠로 소비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네옴 경남미얀마교민회 회장(31)은 “한국에서도 계속 목소리를 내야 국내(미얀마)에서도 ‘우리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우리도 계속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힘을 낼 것”이라고 했다. “쿠데타가 처음 일어났을 땐 저도 한동안 지켜봤거든요. 그런데 상황이, 미얀마 국내에서만의 투쟁으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았어요. 국제사회에서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고, 특히 한국은 민주주의를 이룩한 국가니까요. 미얀마가 민주화를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도움을 받고 싶어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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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1시, 경남 창원역 앞에서 경남이주민연대, 한국과미얀마연대, 경남미얀마교민회, 경남이주민센터가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9차 일요시위’를 하고 있다. / 네옴 경남미얀마교민회 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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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사 쿠데타 이후 10개월이 흘렀다. 국내에는 여전히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다. ‘미얀마 민주화’를 외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내가 처한 상황이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기도, “역사에 진 빚을 갚는 일”이기도 하다.

지난 2월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국내에서는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지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장기 군사독재로 얼룩진 과거를 기억하고 민주화를 이룩한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은 미얀마의 상황에 동질감을 느끼고 연대의 목소리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얀마 군과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을 규탄한다”는 글을 올렸다.

‘미얀마 민주화’에 대한 국내 보도는 문 대통령이 언급한 시기 정점을 찍었다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 ‘미얀마 민주화’라는 키워드를 포함하는 뉴스 기사를 검색한 결과 3월 한 달간 858개를 기록한 기사 수는 6월 184개, 9월에는 37개로 감소했다.

“처음 시위를 할 땐 지나가는 어르신들이 ‘학생, 좋은 일 하네’ 하고 응원해 주시곤 했는데 요즘엔 시위 자체가 많이 잊혀진 것 같아요. 신경쓰지 않아도 세상은 돌아가기 때문일까요.” 서울 성동구 미얀마 무관부 앞에서 열리는 ‘미얀마 피스-피켓팅’ 1인 시위에 참여한 이현빈군(18)이 말했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어린이들은 피켓을 되게 유심히 읽어보거든요. 그래도 1인시위를 통해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릴 수 있으니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베평화재단은 지난 4월1일부터 서울 성동구의 미얀마 무관부 앞에서 ‘미얀마 피스-피켓팅’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2일 144회차 1인시위에 나선 장혜옥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는 “4월, 5월엔 불특정 시민들이 많이 참여해주셔서 그 힘으로 시위를 이어갔는데 이제는 재단 사람들끼리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위 횟수도 일주일에 다섯 번에서 한 번으로 줄였다. 무관부 주차장에서 나온 검은색 외교부 차량은 시위자 앞을 무심히 지나쳤다. 하교 중이던 어린이들은 피켓에 적힌 문구를 소리 내어 읽으며 “우리 반에도 미얀마 친구 있는데!”라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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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한베평화재단 사무실에 붙어 있는 ‘미얀마 피스-피켓팅’ 1인 시위 일지. 주5회 하던 시위를 11월부터는 주1회로 줄였다. 이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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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2시,서울 성동구 미얀마 무관부 앞에서 장혜옥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가 ‘미얀마 피스-피켓팅’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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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무관부에 있는 사람들은 시위 현장을 봤을 거 아니에요. 한국에서 미얀마 민주화에 관심을 꾸준히 갖고 있다는 사실을 그쪽에서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4월 한 달간 ‘미얀마 피스-피켓팅’ 1인 시위에 참여한 노수영씨(66)의 말이다. 1980년 5·18 민주화 운동과 1987년 6월 항쟁에 참여하지 못해서 “역사에 빚을 지고 있다”는 노씨는 미얀마가 민주화를 이룩하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미얀마 군부독재 타도위원회 역시 올해 2월부터 첫째 주, 셋째 주 일요일마다 서울 성동구 미얀마 무관부 앞에서 ‘미얀마 군사쿠데타 규탄시위’를 꾸준히 하고 있다. 소모뚜 공동위원장(46)은 미얀마 난민들에게 겨울 옷을 보내는 캠페인에 한국인들이 양질의 옷을 많이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언론의 보도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렇다고 한국 시민들의 관심까지 낮아진 건 아니에요.” 위원회는 옥수동 시위 때마다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한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실시간으로 미얀마 현지의 시민 투쟁에 힘을 보탤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서 연대시위를 계속해야 한국인들도 미얀마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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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독재 타도위원회가 지난 14일 낮 12시 서울 성동구 미얀마 무관부 앞에서 미얀마 군사쿠데타 규탄시위를 하고 있다. / 미얀마 군부독재 타도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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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은 미얀마 군사쿠데타가 발생한 지 300일째 되는 날이었다. 미얀마 현지에서는 군부의 탄압과 시민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 내전으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인구는 300만명을 넘어섰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법지원협회(AAPP)가 2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총 1295명이 쿠데타로 사망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은 지난달 26일 열린 정상회의에 미얀마 쿠데자 지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참석을 배제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아세안이 미얀마 군사 쿠데타의 불법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 25일 열린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도 초대되지 않았다.

“3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미얀마 어딘가에서 투쟁이 일어나고 있어요. 저는 한국에 있지만 매일같이 이 소식을 접하기 때문에, 이를 알리고 이야기해야 하는 겁니다.” 소모뚜 위원장이 말했다. 소모뚜 위원장에 따르면 미얀마인들은 “2022년에는 반드시 민주화가 될 것”이라고 믿으며 투쟁하고 있다. 그날이 올 때까지, 한국의 #JusticeForMyanmar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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