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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위의 정부, 기재부를 개혁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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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차기 정부 조직 개편과 관련한 논의도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개편 대상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정부 부처다. 권한이 지나치게 방대하고, 기재부 출신이 여러 정부 부처 고위직을 장악하고 있어 정부 내 입김이 너무 세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기획재정부 인사발령 데이터 등을 토대로 실제 기재부의 정부 고위직 장악 실태가 어떤지, 집중된 권한의 실체는 뭔지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월 21일 '2021 국민과의 대화'에서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 선별과 관련해 "내각의 판단을 신뢰한다”며 "정부의 입장은 그런 (선별지원)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당정이 갈등을 빚었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와 관련해 기재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했으나 끝내 기재부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기재부 대 정부 다른 부처나 정당, 지자체의 갈등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더욱 심해졌다. 정권 초기 ‘소득주도성장’로 대표되는 경제정책 기조를 둘러싼 갈등을 시작으로 ‘주택 공급 대책’,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변경’ 등 주요 정책 결정 때마다 마찰이 일어났다. 그리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 선정’ 문제로 갈등은 극에 달했다.

기본소득,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는 기재부에 대해 ‘홍남기의 벽에 도전한다’, 급기야 기재부 해체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제가 기재부를 책임지는 장관인데요, 저희 직원이 한 1200명 됩니다. 저는 공무원 생활 한 36년 했지만 공무원이 그렇게 해체 운운, 이런 지적을 받을 정도로 일을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밤을 새워서 뼈 빠지게 일을 하는데 그런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굉장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기재부 직원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앞을 보고 정책 결정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난 11월 5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기재부 개편설과 관련한 질의에 ‘뼈 빠지게 일을 하는데 억울하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10월 13일 G20 재무장관회의 동행 기자단 간담회에서도 ‘기재부 조직 분리’ 논의를 두고 “내년 대선 후에 그런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전력투구해도 모자란데 거기에 신경 쓸 여력이나 시간이 없다”라고 답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여념이 없다는 기재부와 홍남기 부총리는 조직 해체 논의가 억울하다고 했지만 역설적이게도 기재부의 코로나19 위기 극복 대응 행태가 기재부 개편 논의를 촉발시킨 측면이 있다.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영업 제한 조치로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극심했던 지난 1월,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영업 제한 손실 보상 제도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해외 같은 경우에도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 쉽지 않다"라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정 총리는 대통령과 제도 개선 필요성을 공감한 상황에서 기재부가 제동을 걸자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 “기재부는 저항 세력"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도 경기도지사 시절 기재부 정책에 여러차례 불만을 표했다 . 지난 9월 10일 ‘을의 권리 보장’ 정책공약 발표에서는 “중앙정부의 한 부처에 불과한 기재부가 국가와 지방정부 간의 합의를 완전히 무시하고 국가 사무의 70%를 지방정부가 부담하라고 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라며 “이 나라가 정말 기재부 것입니까? 기재부 마음대로 하는 그런. 이러시면 안됩니다.”라며 기재부 정책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라는 말은 현재 기재부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집권 세력의 노동, 복지 정책 예산 편성과 집행을 재정 건전성이라는 논리로 무산시킬 수 있는 ‘기재부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MB가 만든 기획재정부

지금의 기획재정부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기존의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통합돼 출범했다. 기획재정부엔 이명박 정부의 '국정 철학'이 담겼다. 이명박 정부 초기 정부조직 개편안 가운데 ‘기획재정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제2장 3조’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수립, 경제·재정정책의 수립·총괄·조정, 예산·기금의 편성·집행·성과관리, 화폐·외환·국고·정부회계·내국세제·관세·국제금융, 공공기관 관리, 경제협력·국유재산·민간투자 및 국가채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라고 돼 있다.

기획예산처의 경제기획 및 예산 편성 기능과 재정경제부의 금융 조세 관리라는 두 부처의 기존 기능에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수립과 공공기관 성과평가 기능까지 더해져 기능과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됐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다 박근혜 정부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총리 자리까지 맡도록 해 더욱 막강한 권력을 안겨줬다.

정부는 바뀌어도 관료는 영원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기재부 모델을 사실상 그대로 존속시켰다. 심지어 집권 후반기에는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를 모두 기재부 출신으로 채웠다. 청와대 정책실장에는 이호승 전 기획재정부 1차관, 경제수석에는 안일환 전 기획재정부 2차관, 경제정책비서관에는 이형일 전 기획재정부 차관보를 임명했다. 이에 더해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 홍남기와 국무조정실장 구윤철까지 문재인 청와대 경제 정책 라인은 기재부 출신 일색이다.

홍남기, 이호승, 구윤철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근무 이력이 있다. 홍남기는 경제정책 수석실에서, 이호승은 경제정책 비서관실에서, 구윤철은 국정상황실에서 근무했다. 홍남기는 박근혜 정부 대통령비서실에서도 근무했다. 이형일은 2018년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실에서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경제정책국장, 기재부 차관보를 역임한 후 2021년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으로 임명돼 다시 청와대에서 근무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한 기재부 출신 인사 중 이전 정부의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인사는 이외에도 여럿 확인됐다.

윤종원 현 기업은행 은행장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통령비서실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냈으며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 경제보좌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류상민 현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으며,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정상황실에서 근무했다. 차영환 전 국무조정실 2차장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실 경제정책비서관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실에서도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김동연, 추경호와 대통령비서실 기획비서관을 지낸 최재영,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낸 김철주도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 자리로 국한해서 보면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으로 임명된 김동연, 추경호, 이석준, 홍남기, 노형욱, 구윤철이 모두 기재부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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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재정부 출신 국장급 인사 대통령비서실·국정조정실 근무 이력
이처럼 기재부 인사들은 특정 정부의 임기와 상관없이 여러 정부에서 핵심 직책에 중용됐다. 그리고 이런 인사 패턴은 기재부의 권한과 영향력을 계속해 키워가는 구조를 만들었다.

중앙정부 부처의 상대 권력 순위와 권력 크기를 측정해 분석한 오재록 교수는 한 논문에서 노무현 정부(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까지 기재부가 권력 순위 1위를 차지했다는 연구 결과를 밝힌 바 있다. 오 교수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기재부는 청와대에 제일 많은 인력을 파견하는 부처이며 그로 인해 내부 잉여력, 즉 행정부 내부에서 발산돼 나오는 집단적 힘이 가장 큰 부처”라고 말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기재부의 권력 순위는 1위를 예상하며 2위 부처와의 차이는 박근혜 정부 때보다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타 부처로의 네트워크 확장

기재부 관료 파견이 청와대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다른 정부 부처 장·차관 자리나 재정 책임 보직을 꿰차면서 기재부의 인적 네트워크와 전체 행정부처 장악 역량이 커져갔다. 기재부 출신 공무원들의 정관계 및 금융계 장악과 이로 인해 비대해진 권력은, 현재 기재부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여론을 일으킨 가장 큰 요인이다.

대표적으로 지식경제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 과학 기술 분야 R&D예산을 총괄하는 과학기술부 차관, 복지 예산을 관리하는 보건복지부 차관 등도 기재부 출신 관료가 맡았다.

이명박 정부의 지식경제부(현 산업자원부) 장관은 초대 이윤호, 2대 최경환, 3대 최중경까지 모두 기재부의 전신인 경제기획원 출신 관료가 맡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맡은 주형환도 기재부 1차관을 지냈다.

국토교통부 장관에는 기재부 차관보를 거쳐 조달청장을 지낸 강호인과 기재부 재정관리관을 거쳐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노형욱이 임명됐다.

특정 부서의 차관을 지내고 기재부로 돌아와 장관급으로 승진하는 경우도 여럿 눈에 띈다. 기획재정부 예산실 실장, 제2차관을 지낸 이석준은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으로 임명됐으며, 2년 후 장관급인 국무조정실 실장에 중용됐다. 문재인 정부의 홍남기 기재부 장관 겸 부총리도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으로 임명됐다. 그리고 1년 후, 국무조정실 실장을 거쳐 현재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여성가족부(여성부) 차관을 기획재정부 출신이 맡았다. 기획예산처 경제예산심의관을 지낸 이인식, 기재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김교식, 기획예산처 사회서비스향상기획단 단장을 지낸 진영곤이 그 주인공이다. 진영곤은 차관 이후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명박 정부의 38대, 39대 국방부 차관은 재정경제부 출신의 장수만과 이용걸이 맡았으며,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 국무조정실 제2차장 이력의 조경규는 박근혜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맡았다.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타 부처의 장·차관을 맡는 것에 반해 이명박 정부 이후 현재 문재인 정부까지 기획재정부의 장·차관을 맡은 총 30명(장관 8명, 제1차관 23명, 1명 중복) 중 기재부 출신이 아닌 경우는 단 한 명, 국회의원 출신인 유일호 전 장관(박근혜 정부)뿐이다.

기재부 출신 121명 인사 내역 분석

뉴스타파는 2008년 정부 조직 개편 이후 기재부의 요직에 어떤 인사들이 거쳐갔으며, 이들은 퇴임 후 우리 사회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했는지를 이들의 재취업 현황 분석을 통해 살펴봤다. 기재부 홈페이지 인사발령 고시 내역을 중심으로 각종 인물DB와 신문기사 등을 활용해 교차 검증했다. 기재부에서 실질적 책임자급인 11개 국의 국장직 임명을 시작으로 국제경제관리관, 재정관리관, 차관보, 예산실장, 세제실장, 기획조정실장, 1·2차관, 장관 등 1급 이상의 고위직을 대상으로 했다. 모두 121명의 기재부 출신 인사 내역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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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이후 기획재정부 국장급 인사 이동 흐름
국회의원 3명, 금융위원장 5명, 공정거래 위원장 2명, 방위사업청장 2명이 여기서 나왔다. 기획재정부의 외청 소속인 조달청장과 관세청장도 각각 5명씩 확인됐다.

ㆍ 국회의원 : 류성걸, 송언석, 추경호
ㆍ 금융위원장: 신제윤, 윤증현, 은성수, 임종룡, 최종구
ㆍ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 김동수, 노대래
ㆍ 방위사업청 청장 : 노대래, 이용걸
ㆍ 조달청장 : 강호인, 노대래, 박춘섭, 정무경, 최규연
ㆍ 관세청장 : 김낙회, 백운찬, 윤영선, 임재현, 주영섭

인사 이동 경로에서 유사한 사례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무조정실 실장 구윤철, 김동연, 이석준과 국회의원 류성걸, 송언석은 모두 예산실장과 2차관 이력이 있다. 또 관세청장 5명은 모두 세제실장 이력이 있다.

121명 가운데 퇴직 후 이력이 확인된 사람은 116명,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크게 금융계와 공공기관으로 진출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험⋅증권⋅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표이사⋅상임이사⋅감사 등으로 임명된 이력이 있는 경우가 66명으로 56.8%였다. 또 공공기관에 근무한 이력이 있는 경우는 55명으로 47.4%나 됐다. 116명 중 금융계 또는 공공기관에 재취업한 이력이 한 번이라도 있는 사람은 101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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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이후 기획재정부 국장급 이상 인사 중 퇴직 후 이력이 확인된 116명의 재취업 현황
기재부 퇴직자들은 상당수 공공기관 기관장으로 갔다. 그 중에서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의 기관장 자리가 많았다. 한국수출입은행, 한국투자공사, 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한국조폐공사 기관장은 기재부 출신의 단골 자리다.

ㆍ 한국수출입은행 은행장 : 김동수, 방문규, 은성수, 최종구
ㆍ 한국투자공사 사장 : 은성수, 진승호, 최희남
ㆍ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 문성유, 문창용, 장영철
ㆍ 예금보험공사 사장 : 곽범국, 위성백
ㆍ 한국조폐공사 사장: 김화동, 조용만

국제금융정책국장, 국제경제관리관 이력의 은성수는 한국투자공사 사장, 한국수출입은행 은행장을 연이어 지냈으며 2019년에는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장 88명 중 59명이 기재부 출신

뉴스타파는 앞선 조사에 더해 직책과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 12곳의 전⋅현직 기관장의 이력을 전수 조사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 시스템 ‘알리오'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88명 중 59명이 기재부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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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 전·현직 기관장의 기재부 출신 현황
한국자산관리공사는 1999년 이후 임명된 기관장이 전원 기재부 출신이며, 예금보험공사 역시 1997년 이후 단 1명을 제외한 역대 기관장 9명이 모두 기재부 출신이다. 한국수출입은행 또한 1998년 이후 11명의 기관장 중 10명이 기재부 출신이다. 이들은 모두 국고국장, 세제실장, 기획조정실장, 예산실장, 제2차관 등의 부처 요직을 지낸 뒤 기관장을 맡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의 전⋅현직 기관장 16명 가운데 14명이 기획재정부, 1명이 금융위원회 출신으로 확인됐다. 기재부에서 고위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공공기관장에 취임하거나 금융위, 금융감독원으로 이동한 뒤 공공기관장으로 취임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계 재취업, 은행에서 보험⋅증권까지
뉴스타파는 공직자윤리법에 근거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 결과를 토대로 1금융권⋅보험사⋅저축은행⋅증권사⋅카드사 등 금융기관 전반의 경제 관료 재취업 실태를 조사했다. 금융감독원에서 제공하는 전자공시시스템(DART)과 각 기관의 홈페이지 지배구조 공시를 참고해 재취업자 규모와 경력을 확인했다.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기업 중에는 은행권으로 기재부 퇴직자가 줄지어 진출했다. 은행권의 주된 영입 대상은 은행을 직접 감독하는 금융감독원 퇴직자에게 집중됐으나 파견 등으로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두 기관 간의 경계가 모호해져 점차 기재부 출신들도 은행권에 영입됐다.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이윤재 전 대통령비서실 재정경제비서관과 변양호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사외이사로 재신임했다. 이윤재 사외이사는 행정고시 11회 출신으로 김앤장 고문과 제일은행⋅조흥은행⋅삼성화재⋅S-oil⋅주식회사 LG⋅KT&G 등의 사외이사를 맡아왔다. 행정고시 19회 출신의 변양호 사외이사는 재정경제원 정책조정과장,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지냈다.

하나은행은 2020년 주주총회에서 기획재정부 국고국 국장,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을 지낸 유재훈을 신규로 사외이사에 선임했다. 행정고시 17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금융감독원 감사, 서울보증보험 사장 경력의 방영민도 2014년 하나금융투자 사외이사로 임명된 데 이어 2016년 하나은행 사외이사로 임명됐다. 방영민 전 사장은 하나은행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직무수행에 충분한 실무경험과 전문지식 보유, 정부기관 근무 등 윤리성 및 공정성 보유"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8년간 한국은행 출신을 12명 영입했다.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등 하나금융그룹으로 확대하면 한국은행 출신은 같은 기간 17명에 달한다. 경제 부처인 기획재정부만이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세청, 한국은행 등 기재부 산하기관 출신 또한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기재부 관료들은 은행권 뿐만 아니라 보험사의 대표이사, 사외이사, 감사위원으로도 진출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이후 기재부 출신 관료의 보험사 재취업자는 확인된 것만 20명이었다. 뉴스타파는 각 기관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내역서 등에서 재취업자 명단을 확인했다.

한화손해보험은 이상용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방영민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을 사외이사(감사위원)에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용은 행정고시 13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 국제협력관을 지냈다. 방영민은 재정경제부 세제실 세제총괄심의관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역임했다. 방 전 사장은 줄곧 제 1금융권의 사외이사를 맡아 왔다.

롯데손해보험은 신제윤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2019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신제윤은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고문, HDC 현대산업개발 사외이사직도 맡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2020년 유광열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을 대표이사로, 전병렬 전 금융감독위원회 FIU제도 운영과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보험사에서 영입한 신제윤, 유광열, 방영민, 전병렬은 기재부를 거쳐 금융위원회에서도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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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이후 기획재정부 국장급 인사들의 금융계 재취업 현황
제2금융권 기업들의 기재부 출신 퇴직 관료 영입은 2016년 이후 더욱 증가했다. 앞서 뉴스타파가 분석한 2008년 이후 기재부 국장급 인사 66명의 금융계 재취업 현황을 살펴보면 2015년 이전 금융계 재취업자는 5명 내외로 주로 KB생명, 하나금융투자, NH농협금융지주 등 1금융권에 재취업했다. 2016년 이후 인원 증가와 함께 재취업 기관도 한화손해보험, 더케이저축은행, 서울보증보험 등 제2금융권으로 점차 확대됐으며 2020년엔 가장 많은15명이 재취업했다.

지난 10월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부총리는 전직 관료가 금융권이나 로펌 등에 대거 진출하는 현상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경력사항이 사회에 필요하다면 활용될 수 있다"라며 3년간 취업 제한 장치가 있어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 관료의 금융권 재취업 증가 추세가 두드러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제 관료들의 재취업 현황을 살펴보면 이같은 증가세를 '사회를 위한 봉사'의 목적만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에서 금융감독원 CPC자료요청을 통해 은행·보험사·증권사·카드사 164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3년 이후 164곳에 재취업한 경제부처 및 기관 근무자 중 퇴직시 직급이 확인된 89%가 1~4급 퇴직자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제한하면 금융권 재취업자 중 1~4급 퇴직자의 비율은 95%까지 오른다. 기획재정부 출신 5급 미만의 재취업은 8년간 단 두 명에 그쳤다.

용혜인 의원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금융계가 원하는 전문성이라는 게 금융에 대한 깊은 이해나 어떤 미래에 대한 비전 이런 게 아니라 인맥, 정부로비, 이런 것에 중점을 둔 재취업이다"라며 "이해관계로 끈끈하게 얽혀있는 재취업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게이트'에 대한 뉴스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부처 및 기관 근무자 중 금융기관에 재취업한 인원은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3~2016년 199명,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7~2020년 250명으로 나타났다. 이중 기재부 출신 관료는 39명에서 43명으로 증가했다.

개편이 아닌 개혁 필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신설한 기획재정부는 정부 조직의 성과 향상을 목표로 출범했으나, 당시 예견된 대로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말았다. 임기에 묶인 대통령과 국회는 오랜 기간 축적한 경험과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경제 관료들을 제대로 통제할 능력이 없었다. 그렇다고 정부 부처간 권한 분산과 견제를 통해 경제 관료를 제어할 시스템을 갖추지도 못했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이 요직에 기재부 출신 관료를 중용하는 것은 관료화의 원인이자 결과다. 청와대는 국정 운영의 안정을 목표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은 원하는 예산을 배정받아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기재부 출신의 관료를 중용했다. 그런데 청와대나 기재부 외 다른 정부부처가 바라는 단기적 원활함은 결국 기재부가 독점한 예산편성권, 사업평가권 등의 권력과 여러 부처 요직을 차지한 네트워크의 힘에서 나온다. 일종의 악순환이다.

선거는 국민의 선택이다. 국민은 각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한 정책의 실현을 기대하며 투표한다. 유권자가 선택한 새 정부는 재정을 통해 그 정책들을 이행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만약 막강한 권력을 가진 관료 집단으로 인해 국민의 선택을 받은 새 정부가 재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이에 따라 공약과 정책을 이행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일이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탄생할 새 정부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부여야 한다는 것, 이것이 기재부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할 이유다.

뉴스타파 최윤원 soulabe@newstapa.org

뉴스타파 연다혜 dahy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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