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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기업에 총수 일가 ‘미등기 임원’ 많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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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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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지난 1월 열린 임시 주주총회.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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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비대면 주주총회가 확산되면서 지난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회사가 큰 폭으로 늘었다. 그러나 총수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우려가 높은 회사의 경우에는 전자투표제 뿐 아니라 집중투표제나 서면투표제 등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장치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 회사는 주로 총수일가가 손해 배상 책임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했다. 총수일가를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도 퇴직한 임직원을 선임한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일 발표한 ‘2021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보면, 자산 5조원 이상 규모의 대기업 집단 상장사 274곳 중 집중·서면·전자투표제를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는 216개사로 전년(147개)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자투표제를 통한 소수주주의 의결권 행사 주식 수도 전년(약 6700만 주) 대비 두 배 가까운 수준(약 1억2700만 주)으로 늘었다.

■전자투표제, 일감 몰아주기 회사는 ‘미미’

반면, 총수가 있는 대기업(73.8%)은 총수가 없는 곳(90.9%)에 비해 전자투표제 도입률이 17.1%포인트 낮았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 우려가 큰 회사의 경우에는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전무한 경우가 많았다. 집중·서면·전자투표제를 하나도 도입하지 않은 58개의 회사 중 사익편취 규제대상(총수일가 지분율이 상장사는 30% 이상, 비상장사는 20% 이상)은 10개사였다.

규제 사각지대, 즉 총수일가 보유 지분이 20∼30% 미만인 상장사 또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상장 사각지대 회사가 지분 50%를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20곳에 달했다.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전무한 회사의 절반 이상이 일감 몰아주기 우려가 큰 회사인 것이다. 기업집단별로 보면 효성이 6곳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세아(4곳), 동원(3곳), 한진·KCC·HDC·태광·하이트진로(2곳)순 이었다.

일감 몰아주기 우려가 큰 회사는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비율이 높았다. 총수일가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서 이사로 등재된 비율은 56.3%로 비규제대상 회사(8.1%)보다 약 7배 높았다. 사각지대 회사의 경우에도 비율이 20.9%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문제는 이들이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비율이 높았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올해 처음으로 공개한 총수일가의 미등기 임원 재직현황을 보면 공시대상 기업집단 계열사 2100개사 중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경우는 176건이었다. 이중 절반이 넘는 96건(54.5%)이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나 사각지대 회사에 재직한 경우였다. 미등기임원은 회장·부회장 등 경영에 참여할 권한은 있지만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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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을 표현한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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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일가, 책임지지 않는 ‘미등기 임원’

비규제 대상 회사 중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회사 비율은 3.6%였지만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중 총수일가 미등기임원 재직 회사 비율은 15.5%에 달했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 과장은 “이들 회사는 총수일가의 이익이 직결된 만큼 기업집단 차원에서도 중요한 회사”라며 “권한과 이로 인한 이익은 누리면서도, 그에 수반되는 책임은 회피하려 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나타낸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우려가 큰 회사는 퇴직 임직원 출신이 사외이사로 선임된 경우가 많았다. 공정위 조사결과, 공시대상 기업집단 중 사외이사를 선임한 2218개 계열사 중 38개사에서 퇴직한 지 5년 이내인 임직원 출신 46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기업집단별로는 두산(6명), 다움키움(6명), 영풍·태광(4명), 롯데·미래에셋(3명) 순으로 많았다.

사외이사로 선임된 퇴직한 임직원 46명 중 17명(36.9%)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및 사각지대 회사(13개사) 소속이었다. 분석대상 기업 중 2%도 채 되지 않은 기업이 퇴직한 임직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는데 그 중 약 3분의 1이 일감 몰아주기 감시망에 있는 회사였다.

총수일가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공익법인(52개)에 이사로 등재된 비율은 69.2%에 달했다. 이는 전년(62.5%)대비 6.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공정위는 공익법인을 사회적 공헌활동보다 편법적 지배력 유지·확대에 사용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성 과장은 “12월 30일부터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으로 계열사 보유주식에 대한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가 일정 범위 내에서 제한된다”며 “준수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내년도에는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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