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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필작가 제안에 고민 빠진 소설가, 대학로로 향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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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영화] <소설가 구보의 하루>

오마이뉴스

▲ 영화 <소설가 구보의 하루> 관련 이미지. ⓒ 필름다빈



등단은 했지만 좀처럼 다음 작품 발표가 쉽지 않은 소설가가 있다. 다들 컴퓨터를 사용하지만 원고지와 펜을 고집하는 이 작가는 몇몇 출판사에서 출간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는다. 순수문학의 위기라고 눙칠 수만은 없다. 다른 작가들은 하나둘 이름을 떨치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념일까 고집일까. 영화 <소설가 구보의 하루>는 작품 세계를 고집하다가 결국 생계의 위협까지 받게 된 구보씨(박종환)의 일상을 담고 있다. 시작은 호형호제하며 지낸 출판사 사장과의 대화다. 이미 써둔 새 책을 낼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기대와 달리 몇몇 이유로 사장은 구보의 소설을 거절한다. 대신 대필작가 일을 제안하고 구보는 이내 고민에 빠진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와중에도 어렵사리 지켜온 작가로서의 자존심, 작품 세계를 망가뜨리지 않으려는 자세. 구보의 얼굴에서 순간 일그러짐이 보인다. 그렇게 답변을 미룬 채 몇몇 사람을 만난다. 헤어진 옛 여자친구, 대학로에서 연극 연출을 하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한 선배, 그리고 전 여친이 소개해주는 출판업계 원로 등까지. 도중에 짬을 내 독립영화를 보러 가는 길에 우연히 옆집 이웃을 만나는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뜸 이웃 남자는 청첩장을 건넨 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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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소설가 구보의 하루> 관련 이미지. ⓒ 필름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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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찬 일상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구보의 표정은 여러 감정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해당 작품이 흑백인 이유는 바로 캐릭터의 표정과 태도가 흑과 백의 명암 차 안에서 크게 대비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허무하거나 다소 짜증이 섞이곤 하던 구보의 표정은 시간이 지나 날이 저물수록 생기가 돈다. 전 여친과 추억이 묻어있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을 거닐다가 문득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의 일상은 그 이후에도 계속 되겠지만 관객 입장에선 뭔가 큰 내적 변화가 일어난 것을 알아챌 수 있다.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영화는 1930년대 작가 박태원의 단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간 여러 단편으로 관객과 만나온 임현묵 감독의 첫 장편인데 감독은 지난 2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창작 분야에서 자기가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서 사는 삶이란 지난하고 힘든 것 같다"며 "그런 과정에 있어도 새로운 의지와 마음으로 어려움을 부딪혀가며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반복되는 일상을 우린 어떤 자세로 대할 수 있을까. 대부분은 큰 감흥 없이 보내기 일수지만 그 일상이 모여 삶이 되는 법이다. 구보 역의 박종환 배우 또한 "새로운 걸 느끼지 못하고 지낸 시간들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나서 새로운 일상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소회를 전한 바 있다.

극적 사건이 있다거나 이야기 속도가 빠르게 전개되지 않아 자칫 느려 보이고,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화를 볼 때 나만의 일상, 나의 시간을 돌아보며 관람한다면 영화가 지닌 미덕을 일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줄평: 흑백 영화에 수놓은 일상의 잔잔한 기적들
평점: ★★★☆ (3.5/5)


영화 <소설가 구보의 하루>

감독: 임현묵
출연: 박종환, 김새벽, 기주봉 등
제작: 영화사 다동극장
배급: 필름다빈
러닝타임: 73분
등급 : 12세이상관람가
개봉 : 2021년 12월 9일


이선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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