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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 꼿꼿한 테니스계… 설설 기는 아이스하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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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포커스]

‘펑솨이 논란’에 돈보다 인권 강조… WTA, 中대회 전면 중단 초강수

NHL은 14억명 시장 개척 노려 기반도 안된 中에 구애 잇따라

이달 초 여자프로테니스(WTA)가 중국 투어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1조원 넘는 수입을 포기하는 결단이다. WTA는 중국에서 프로 투어만 10개 열고, 시즌 왕중왕전인 WTA 파이널스 대회를 선전에서 2019년부터 10년간 여는 조건으로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계약을 했다. 하지만 중국 테니스 선수 펑솨이(35)에 대한 신변 이상설이 제기되자 전례 없는 강경 대응을 선택했다. 남자프로테니스(ATP)는 “상황이 나아지길 바란다”고 했을 뿐이다.

◇중국 돈에 군침 흘리는 NHL

프로 스포츠는 돈 싸움이고, 돈은 중국에 많다. 스포츠계 인사들이 중국 앞에서 작아지는 이유다. 2019년 NBA(미 프로농구) 대릴 모리 휴스턴 로키츠 단장이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했다가 중국의 격렬한 항의에 애덤 실버 NBA 총재가 사과했던 일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흑인 인권 운동엔 앞장섰던 르브론 제임스(37·LA레이커스)도 당시 홍콩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안 해 ‘릅택동’이란 별명을 얻었다. 중국 내 NBA 팬은 약 5억명 있고, 매년 NBA 수입의 10% 이상이 중국 시장에서 나온다. 르브론을 비롯한 스타 선수들은 중국 브랜드 모델이 돼 막대한 수익을 챙긴다.

조선일보

일러스트=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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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은 중국 돈이 흘러넘치는 NBA를 닮아가기 위해 2022 베이징 올림픽을 고대한다. 2월 열리는 올림픽에 참가하려면 NHL 정규시즌을 멈춰야 한다. 2018 평창 올림픽 때는 “선수들이 시즌까지 중단해가면서 그 먼 극동 지방까지 가기가 어렵다”고 불참했는데, 한국에 이웃한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곤 “올림픽에서 국가를 대표해 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면서 NHL과 NHLPA(선수노조)가 일찌감치 참가를 합의했다. 중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터졌고, 아직도 바이러스가 창궐해 올림픽 기간 엄격한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하는데도 입장은 변함없다. 캐나다 대표팀 주장 시드니 크로스비(34)는 “모두가 베이징에 가고 싶어한다”고 최근 말했다.

올림픽을 NHL 올스타 쇼케이스 삼아 중국 내 아이스하키 붐을 일으키려는 이들의 속셈이 그대로 통할지는 미지수다.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하는 중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세계 32위) 실력이 올림픽 티켓 박탈 논란에 휩싸일 정도로 형편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14억 인구 중 아이스하키 선수가 약 3000명밖에 없을 정도로 저변이 약하다. 2015년 올림픽 개최 확정 직후 베이징 연고의 팀(쿤룬 레드스타)을 창단해 세계 2위 리그인 러시아대륙간하키리그(KHL)에 편입시키고, 중국계 북미 선수를 끌어모아 대표팀을 구성하는 일에 돌입했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국제 경쟁력을 키워 선전했던 한국과는 달리 중국은 아직 선수 명단조차 확정 못했다. 이중 국적을 불허하는 까닭에 귀화 선수 영입에 차질이 빚어졌고, 코로나 사태로 훈련도 못했다. 설상가상 올림픽에선 아이스하키 세계 최강 캐나다(1위), 미국(4위), 독일(5위)과 같은 A조여서 매 경기 0대100으로 질 위기라 아이스하키는 중국 내 TV 중계는 물론 보도도 거의 안 될 것이란 전망이 벌써 나온다. ‘NHL 전설’ 웨인 그레츠키(60)가 쿤룬 레드스타 홍보대사로 나설 정도로 중국에 각별한 공을 쏟았던 NHL은 그래도 말은 못하고 발만 동동거릴 뿐이다.

◇WTA “돈보다 중요한 인권”

IOC(국제올림픽위원회)도 바흐 위원장이 펑솨이와 직접 영상통화를 해 실종설을 불식하려 애쓸 정도로 중국의 입김은 막강하다. 중국은 리나(메이저 2회 챔피언)의 성공 이후 테니스 인기가 불붙어 테니스 동호인이 1억명 넘는 시장으로 발돋움했다. 그런데도 스티브 사이먼 WTA 회장은 ‘돈보다 인권’이라는 목소리를 분명하게 냈다. 전례가 없든 있든 선수 권익을 우선시하는 행보로 ‘변화의 선동자(instigator of change)’라는 명망을 쌓았던 그는 기개 있게 말했다. “세상엔 비즈니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누구도 검열당해선 안 됩니다. 우리는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재정적인 문제와 상관없이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할 것입니다. 중국이 합법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길 바랍니다.”

여자 테니스계는 최고 리더의 강단 있는 선택을 힘껏 지지한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는 “돈보다 원칙을 우선시하는 WTA의 용감한 결단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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