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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미술의 세계

"붓의 신선 작품까지"…337년만에 절 밖으로 나온 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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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7일 개막하는 `조선의 승려 장인` 특별전에 앞서 6일 박물관 관계자들이 처음으로 사찰 바깥에서 전시되는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을 살펴보고 있다.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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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이냐 불화냐.

조선 후기 대표 조각승 단응이 8명의 승려들과 함께 만든 보물 '예천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은 불상과 불화를 결합해 건축물에 가까운 수준으로 깎아올리니 그 정교하고 화려한 예술미에 입이 쩍 벌어진다. 보통 불상 뒤에 불화로 표현하던 부분까지 세세하게 깎아 내서 불교에서 구현한 이상향의 세계가 표현돼 있다.

이 불교문화재는 1684년 제작된 후 337년 만에 최초로 절 밖으로 나왔다. 불교 문화재는 종교적 성격 때문에 좀처럼 사찰 바깥으로 나갈 수 없다. 하지만 용문사 설법상은 물론 '붓의 신선'이라고 불린 화승 의겸이 그린 보물 '해인사 영산회상도'와 국보 '송광사 화엄경변상도'도 처음으로 상경했다.

조선 후기 불교미술 부흥기를 주도한 승려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대규모 조선 불교미술 특별전 '조선의 승려 장인'이 열리는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를 빛내기 위해서다. 이번 전시를 위해서 영주 흑석사의 '법천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등 국보 2건과 보물 13건을 포함해 총 145건이 모였다. 전국 15개 사찰에서 온 유물 54건도 있다. 7일 개막하는 이 전시는 내년 3월 6일까지 개최한다.

조선 왕조는 유교를 숭상하면서 불교를 억제하는 '숭유억불'(崇儒抑佛) 정책을 추진했으나 임진왜란때 승려들의 맹활약으로 승리한 후 승려들이 왕실 불화 작업에 참여하는 등 불교를 완전히 배격하지는 않았다. 특히 불교 미술은 승려화가(畵僧)와 조각승 등 승려 장인들이 종교적 수행의 과정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켜 오늘날 한국 현대미술을 알린 단색화의 정신과 통하는 맥락도 있다. 수십 명의 화승이 공동작업을 통해 기술을 전수하고 통일된 조형성을 완성한 것도 흥미롭다. 심지어 불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나무 땔감이나 물을 길어 나른 인부들까지 기록해 공덕을 기렸다고 한다.

전시를 기획한 유수란 학예연구사는 "관람객들이 불화나 불상 너머에 있는 승려 장인들과 만나서 불교미술을 현대적 맥락에서 이해하길 바란다"며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상의 컴퓨터 단층 촬영(CT)등을 거쳐 새로운 승려장인들을 발견하는 성과도 거뒀다"고 밝혔다.

승려 장인은 전문적 제작기술을 지닌 출가승으로, 조선 후기 조각승은 1000여 명, 화승은 24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 전시에 관여한 승려 장인만 366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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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7일 개막하는 `조선의 승려 장인` 특별전에서는 `통도사 영산전 팔상도` 4점을 밑그림인 초본과 나란히 전시해 불화로 완성되는 과정을 관람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했다.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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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크게 4부로 구성된다. 1∼2부에서는 일반 장인과 차별화되는 승려 장인의 의미를 알려주고 화승과 조각승의 공방과 작업 방식도 영상으로 소개한다. 1775년 완성된 보물 '통도사 영산전 팔상도' 4점은 밑그림인 초본과 나란히 전시해 불화로 완성되는 과정을 이해하게 한다. 이애령 부장은 "흐트러짐 없는 선에서 수행과 예술이 합치된 뛰어난 경지가 보인다"고 전했다.

3부에서는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과 해인사 영산회상도, 마곡사 영산전 목조석가여래좌상, 고운사 사십이수관음보살도가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모았다.

마지막 4부는 조선 후기 불상·보살상 7점을 설치미술가 빠키가 즐거운 에너지로 광대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품 '승려 장인 새로운 길을 걷다'로 현대적으로 다가온다. 복잡한 현대를 사는 동시대 관람객들에게 종교적 의미를 지닌 과거의 예술로만 불교미술을 한계 짓지 말고, 현대적인 맥락에서 승려 장인들의 정신을 새롭게 인식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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