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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 예산 확충 없이는 감염병 위기마다 악몽 되풀이”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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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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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위원장실에서 지난 6일 나순자 위원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나 위원장은 “공공병원이 부족하면 취약계층 환자가 피해를 본다”며 “이런 상황을 우리는 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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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에서 간호학을 전공한 뒤 1989년 이화여대부속병원에 간호사로 입사했다. 1991년부터 6년 동안 이화의료원노조 3·4·5대 위원장, 병원노련 서울지역본부 사무국장과 본부장 등으로 일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에 이어 세번째(5·8·9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의료노조를 처음부터 지켜보고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9년 원자력병원지부 파업과 이듬해 보건의료노조 동시 총파업 투쟁 등을 주도해 당국의 수배를 받았다. 미국의 간호사인력법과 같은 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꿈이다. 이를 위해 2012년 총선에서 보건의료노조 추천으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들어간 지 한 달여 만에 코로나19가 다시 폭발하고 있다. 이번에는 오미크론 변이까지 엄습했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온 방역 최전선의 의료진, 특히 의료 노동자들은 어느 때보다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방역과 공공의료 예산을 타깃으로 잡고 국회 앞에서 천막 단식농성을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더 이상 말로만 공공의료 확충을 외치는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9월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노조와 노·정 합의를 하면서 예산 확보를 약속한 바 있다.

지난주 예산안 통과와 함께 9일간의 단식농성을 마친 나순자 위원장(56)을 지난 6일 만났다. 단식투쟁은커녕 그냥 투쟁도 어울리지 않을 만큼 인상이 부드러웠다. 나 위원장은 “코로나19 한가운데에서 공공의료 확충 예산을 확보하지 않으면 또다시 메르스 때처럼 될 수도 있다는 절박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치안과 안전 개념에서 경찰청과 소방청에 재정을 투여하는 것처럼 공공의료와 방역도 재난 극복의 개념으로 보고 국가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소리에서 절박감과 강단이 느껴졌다.

- 단식농성을 했는데 건강이 걱정된다.

“괜찮다. 다만 병원 로비에서 단식투쟁을 할 때와 달리 국회 앞 천막투쟁은 힘이 더 들었다. 이선희 부위원장과 함께했고 많은 분들이 찾아와 지지를 해줘서 힘을 얻었다.”

- 예산안을 위해 굳이 단식농성까지 해야 했나. 지난여름 파업을 예고했을 때 정부와 원만히 합의하지 않았나.

“9·2 노·정 합의로 모든 게 잘될 줄 알았다. 그런데 예산은 기획재정부가 동의해줘야 한다고 했다. 공공의료 확충 예산이 특히 미흡했다. 2015년 메르스 때 감염병전문병원을 만들겠다고 해놓고 5년이 지난 뒤에도 설립하지 못했다. 가만히 있으면 또 그때처럼 되겠구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단식농성을 해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었다.”

- 예산을 얼마나 안 주려고 했나.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노·정 합의 때 약속한 ‘70개 중진료권 공공의료기관 설립’마저도 어려울 것 같았다. 병원을 신축하려면 설계비라도 예산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기재부가 전혀 응하지 않는다고 했다.”

- 어떻게 결론이 났나.

“설계비 반영은 어렵다고 해서 신축 9개 병원을 포함해 13개 병원에 대해 사전용역 예산만 겨우 확보했다.”

9·2 노·정 합의에서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약속한 예산 중 정부 예산에 확정된 것은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의료운영체계 마련 용역 13개 지역) 26억원과 울산·광주 공공병원 신규 설립 20억원,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구축 17억원,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사업 지원 63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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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왼쪽)과 이선희 부위원장이 공공의료·의료인력 확충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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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도 재난 극복의 개념서 치안 개념처럼 국가적 지원 이뤄져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적자 정부지원 등 공공의료 강화 3법 제정 필요
의료시스템 붕괴 일보직전…강력한 행정명령으로 민간병원 동원해야
백신·경구용 치료제 충분히 확보되면 거리 두기 강화로 복귀 맞지 않다

-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구축 예산은 어떻게 확보한 것인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이 기부한 재원으로 설립하는데, 실제 기부금을 사용하는 데는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면 그동안 설계라도 착수하자고 해서 예산을 겨우 반영시켰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5개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을 지휘·통제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설립해야 하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설계에 착수해야 한다.”

- 보건의료인력 처우 개선 예산은.

“생명안전수당(감염관리수당)은 내년 6월까지 예산으로 1200억원 확보했다. 코로나19가 내년 후반기에도 지속되면 추경으로 주기로 약속했다.”

- 예산에 반영하지 못해 가장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공공병원 적자 보전을 지원하는 300억원의 예산이 편성되지 못했다. 올해 이와 관련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지원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후 요양보호사 등 간호지원인력에 대한 예산을 복지부에서 811억원 책정했다. 기재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예산안 논의 중 빠져버렸다.”

- 단식농성 때 ‘공공의료 강화 3법’을 주장했는데.

“공공의료기관을 설립하는 데 걸림돌을 제거하자는 것이다. 우선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건립 예산 부담에서 정부 비율을 늘리고, 또 적자 운영 때 국가가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보장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요구했다. 앞으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 보건의료인력 확충보다 공공의료 확충 예산을 더 강조했는데.

“보건의료노조는 설립 때부터 의료 공공성 강화에 목표를 뒀다. 일부 조합원들은 ‘우리가 왜 공공병원 설립에 나서야 하느냐’고 하지만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공공병원이 많았다면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피해가 적었을 것이다. 그리고 보건의료 노동자들도 덜 힘들었을 것이다. 공공병원이 부족하면 취약계층 환자가 피해를 본다. 무조건 퇴원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우리는 눈으로 보고 있다. 재난 시기에 코로나 확진자든 취약계층 환자든 똑같이 치료해야 한다.”

- 공공의료 확충이 다소 먼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예산을 짜는 관료들은 지금 당장이 급한데 왜 몇 년 뒤에 지을 공공병원에 목을 매냐고 한다. 하지만 이젠 전문가들도 5~6년 주기로 감염병 위기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메르스 감염 때 당한 일을 또 겪게 된다.”

- 대유행 때마다 의료인력 부족 상황이 재연되는데 왜 그런가.

“1차, 2차, 3차 때 의료인력 부족을 호소하면 당국에서는 ‘나중에 사람이 남으면 어떡하느냐’고 했다. 이러니 준비가 될 리 없다. 대유행이 지나가면 그만이고 다시 유행이 오면 허겁지겁 인력을 모집한다. 지금도 그렇다.”

- 내년도 요구 예산에 교육전담 간호사 지원 예산이 있다.

“2018년 서울아산병원에서 간호사가 소위 ‘태움’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예가 있다. 얼마 전에도 을지대병원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개인의 인성이 나빠서 생기는 일로 치부해버린다. 이 문제는 간호인력의 구조적인 부족에 기인한다. 간호사들은 자기들이 맡은 환자 치료 외에 신규 간호사 교육까지 담당해야 한다. 환자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신규 간호사가 제대로 못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신규 간호사에게는 최소 3개월 정도 교육이 필요하다. 환자 치료를 맡지 않은 교육전담 간호사에게서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2018년부터 공공병원에서 실시해오고 있는데, 올해까지 시범사업이라 내년 예산에 포함되지 못한다고 전해들었다. 내년에는 민간으로 확대해도 시원찮을 판인데 기존의 예산도 확보하지 않은 것이다. 다행히 국회 복지위에서 300억원으로 증액해줬는데 다시 예결위에서 101억여원으로 감액됐다.”

- 9·2 노·정 합의 때 마지막까지 쟁점이 된 것은 무엇인가.

“합의 전 마지막에 남은 것 중 하나가 간호사 1인당 환자수다. 흔히 레이쇼(ratios)라고 한다. 미국에는 이를 정한 레이쇼법이 있다. 그래서 이 환자수를 연구해 비율로 정하자고 했다.”

- 코로나19 방역이 위기를 맞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입장에서 봤을 때 어떤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의료 시스템이 붕괴 일보 직전이다. 환자가 대기 중인 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계속 확진자가 늘어날 텐데 병상을 늘리고 인력을 빨리 충원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는 강력한 행정명령으로 민간병원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보건의료인력들도 많이 힘들 것 같다.

“위드 코로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다만 ‘계속 이렇게 가야 하나’라는 이야기가 있다. 복지부가 확진자 급증에 대해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 위드 코로나로 위중증 환자 치료에 집중한다고 했으면 병상과 인력을 준비해놨어야 한다. 1만명 확진자도 괜찮다며 오랫동안 준비한다고 했는데, 현재 부족한 점이 많다.”

- 신규 확진자에 대한 재택치료 방침을 철회하라고 시민단체가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도 그 주장에 참여하고 있다. 재택치료로 한다면 위중증의 경우 빨리 이송하고 입원시키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아직까지는 그것이 부족하다.”

- 의료인력 지원에 임시방편식 대응을 해왔다. 장기적으로 제도 보완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백신과 경구용 치료제가 충분히 확보되면 거리 두기 강화로 되돌아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역량을 총동원해 병상과 인력을 최대한 준비해야 한다. 위드 코로나 시기에는 방역인력을 더 늘려야 한다. 또 하나 문제는 취약계층과 일반 환자 치료다. 코로나 환자 때문에 이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 이것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다. 이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 간호협회에서 간호법 제정에 나섰다. 보건의료노조의 입장은.

“곧 초고령사회에 접어든다. 숙련된 간호사가 더 필요하게 된다. 그런데 근무환경이 열악해 이직률이 높다. 지역 간 간호사 수급 차이도 크다. 비수도권에는 간호사가 적다. 이것을 시장에만 맡겨놓으면 안 된다. 간호사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재 의료법만으로 부족하다. 체계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외국 사례에서처럼 별도의 법률이 필요하다.”

- 대선 후보들에게 공약으로 요구하고 싶은 것은.

“공공의료 확충, 보건의료인력 확충,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이 세 가지를 요구하고 싶다.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 문제가 담론이 됐다. 경찰청·소방청 운영에 대해서는 치안과 안전 개념에서 사회적으로 재정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 것처럼 공공의료와 방역도 재난 극복의 개념으로 보고 국가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 70개 중진료권 공공병원 설립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이슈가 될 것 같다.

“지난번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한 분이 안산에 공공병원을 지어달라고 이야기했다. 코로나19에서 가장 힘든 이들이 취약계층이다. 그래서 공공병원은 지역마다 꼭 필요하다. 노·정 합의 이후 공공병원 설립 움직임이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공약을 내건다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본다.”

- 간호사 생활을 했는데, 처음 일할 때 힘들지 않았나.

“대학을 졸업하고 모교 병원 산부인과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요즘과 달리 당시엔 학생 때 이대병원에서 실습을 많이 했다. 그래도 병원에 처음 들어가면 힘들었다. 고생 많이 했다. 병원이 있는 동대문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울었다.”

- 요즘 졸업생과 비교하면 어떻나.

“간호학과 입학정원이 많이 늘면서 실습병원을 확보하지 못해 실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환자들도 실습생이 실습하며 치료하는 것을 싫어한다. 실습을 제대로 못하고 병원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간호사가 하는 일이 옛날보다 더 많아졌다. 의사가 부족해 간호사가 대신 해야 할 일이 많고 병원 평가인증제 때문에 간호사들이 부담해야 할 일이 많다. 학교나 집에서 공부만 한 졸업생들이 일하기에는 힘든 환경이다. 야간근무에다 휴일근무까지 있어 열악하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정신적 스트레스도 많다. 중증 환자가 많은 병원에서는 70%가 3년 이하 간호사라고 한다. 그만큼 간호사 이직률이 높다.”

-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을 세번째 맡고 있다.

“처음 할 때(2009년)는 위원장으로서는 능력이 부족했다. 두번째(2018년)는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를 경험했고, 작년 의사 파업, 공공의료 확충 문제, 간호사 이직률 증가 등 문제가 불거졌다. 이를 실질적으로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맡을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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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우 논설위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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