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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불평등 가속…상위 10% 자산, 하위 50%의 19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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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불평등 보고서 2022

평균 7.3억 보유…전보다 0.4%p↑

전세계 자산 75.5% 차지해

한국 상위 10% 평균자산 14억

소득은 하위 50%의 14배 달해

프랑스 7배·영국 9배와 큰 차이

“전세계 불평등 악화 필연 아닌

정치적 선택의 결과…누진세 필요”


한겨레

지난해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전 세계 불평등은 더욱 악화됐다. 상위 10%는 전 세계 자산의 75.5%를 차지한 반면 하위 50%의 몫은 2%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상위 10%가 차지한 자산 비중은 0.4%포인트 가까이 늘었지만 하위 50%는 제자리 걸음이었다.

8일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학교 교수 등이 참여하는 세계불평등연구소(World Inequality Lab)가 펴낸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를 보면, 올해 전 세계 불평등 수준은 더 나빠졌다. 소득보다 자산 불평등이 더욱 크게 악화됐다.

구체적으로 상위 1%는 전 세계 자산의 37.8%를, 상위 10%는 75.5%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견줘 각각 0.7%포인트와 0.4%포인트 늘어났다. 반면 하위 50%의 자산 점유율은 2%로 정체됐다. 상위 10%는 평균 55만900유로(약 7억3천만원)의 자산을 가진 반면 하위 50%는 평균 2900유로(약 386만원)에 불과해 약 190배 차이를 보였다. 특히 막대한 부를 소유한 세계적 부호들은 이 기간 자산이 더욱 크게 늘었다. 2019∼2021년에 전 세계 자산이 연평균 1% 늘어나는데 그칠 때 상위 0.01%의 자산은 연평균 5% 이상 증가했다. 상위 0.1%는 전 세계 자산의 11.2%를 차지하고 있고, 평균 8170만유로(약 1085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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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자산불평등은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의 증가율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며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상·하위 증가율 격차가 더욱 악화됐다”며 “2020년은 억만장자들의 자산 점유율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한 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옥스팜을 비롯한 세계 시민단체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불평등 바이러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는 자산의 25.4%, 상위 10%는 58.5%를 차지했다. 2년 전인 2019년에 비해 나란히 0.1%포인트씩 상승했다. 하위 50%는 5.6%로 제자리걸음이었다. 올해 상위 1%는 평균 자산 규모가 457만1400유로(약 61억원), 10%는 평균 105만1300유로(약 14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하위 50%는 평균 2만200유로(약 2700만원)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지난 30년 동안 자산 불평등이 계속 악화해 격차가 매우 커진 상태”라며 “상위 10%의 몫이 늘면서 중산층과 노동자들이 소유한 자산은 줄었다”고 밝혔다.

소득 불평등도 전 세계적으로 나빠졌다. 올해 전 세계 소득을 상위 1%가 19.3%, 상위 10%는 52.2% 차지했다. 반면 하위 50%의 소득은 8.4%에 불과했다. 2019년에 비하면 상위 1%와 10%는 소득 점유율에서 변화가 없었지만, 하위 50%만 0.1%포인트 낮아졌다. 부유한 10%는 8만7200유로(약 1억2000만원)를 벌 때 가난한 50%는 2800유로(약 373만원)만 벌었다. 올해 구매력평가(PPP) 기준 성인 평균 소득은 1만6700유로(약 2200만원)였다. 보고서는 “2020년 상위 10%의 평균 소득은 하위 50%보다 38배가 높았다”며 “이는 1910년 제국주의 전성기 시절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한국은 세계 평균보다는 나은 상태지만 상위 계층에 쏠림 현상은 두드러졌다. 상위 1%는 소득의 14.7%를 차지하며 평균 48만5200유로(약 6억4천만원)를, 상위 10%는 46.5%를 차지하며 15만3200유로(약 2억원)를 벌었다. 상위 10%의 소득이 하위 50% 소득의 14배에 달해, 프랑스(7배), 이탈리아(8배), 영국(9배), 독일(10배) 보다 큰 격차를 보였다. 보고서는 “한국이 1960∼1990년대에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이루면서, 사회적 안전망이 약한 상황에서 탈규제와 자유화가 이뤄졌다”며 “그 결과 1990년 이후 상위 10%의 점유율이 35%에서 45%로 증가했지만 하위 50%는 21%에서 16%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젠더와 탄소배출 불평등에 대해서도 측정했다. 전 세계 노동소득에서 여성이 벌어들인 몫은 1990년 31%에서 올해 35%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한국도 전체 노동소득에서 여성 몫은 1990년 27.3%에서 2010년 30.9%, 2020년 32.4%로 서서히 늘었지만 세계 평균에는 미치지 못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여성 몫이 일본(28%), 인도(18%) 등에 비해서는 높지만, 여전히 서유럽(38%), 동유럽(41%)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탄소 배출에서도 불균형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에서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상위 10%가 전체 탄소 배출량의 48%를 차지했고, 하위 50%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불평등이 악화된 상황에 대해 “필연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의 결과”라며 누진적인 조세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부호들의 막대한 부를 고려할 때 누진율을 강화하면 상당한 세수를 얻을 수 있다”며 “자산 100만달러 이상을 소유한 이들에게 실효세율 1%포인트를 올릴 경우 세계 소득의 1.6%를 세수로 확보할 수 있고, 이를 교육과 보건, 환경 등에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21세기 불평등 해결은 상당한 소득 재분배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20세기 복지국가가 부상한데는 증세와 부의 사회화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처럼, 21세기에도 비슷한 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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