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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25 동란 때의 ‘1월 추경’까지 등장, 투표일 직전 돈 살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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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오후 인천 중구 꿈베이커리에서 인천시 관련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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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조원에 달하는 올해 본예산 집행이 시작된 지 보름도 안 돼 정부가 14조원 규모 추경안을 이달 마지막 주에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1월 추경’은 6·25 전쟁 중이던 1951년 이후 71년 만이다. 외환 위기 당시인 1998년에 편성됐던 ‘2월 추경’보다도 빠르다. 지금 코로나로 많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전쟁이나 국가 부도 위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작년 12월 초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 자체가 코로나 대처를 위한 초대형 규모였다. 한 달여 만에 무슨 새로운 사태가 발생했다고 거기에 더해 또 추경인가. 민주당과 정부는 대통령 선거운동 개시일인 2월 15일 이전에 추경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한다. 3월 대선 직전에 대대적으로 돈 풀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번 추경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인당 최소 50만원씩 전 국민 재난 지원금을 주는 ‘설 전 30조원 추경’을 주장하면서 불을 댕겼다. 그 후 문재인 대통령이 세수 오차 추가분을 거론하며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여력을 갖게 됐다”고 말하자 정부가 하루 만에 추경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결국 이 후보가 요구한 대선용 추경을 청와대와 정부가 받아준 것이다. 2020년 총선과 작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대규모 추경을 편성한 데 이어 또다시 대선을 앞두고 현금을 뿌리겠다는 것이다.

추경 14조원은 대부분 빚을 내 조달해야 한다. 당정은 이 중 12조원을 소상공인·자영업자 320만명에게 1인당 300만원씩 선(先)지원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본예산에 잡힌 소상공인 지원 예산 10조원이 있는데 이것은 놔두고 빚까지 내 추경부터 편성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소상공인 선지원이 시급하다면 기존 예산의 불요불급한 세출을 구조 조정해 재원을 마련하는 게 원칙이다. 당정은 정부가 작년 세금 수입을 잘못 예상한 바람에 더 걷힌 세수 오차분인 60조원을 쓰면 된다고 하지만, 지난해 국가 부채 증가액은 이를 크게 웃도는 100조원이 넘는다. 추가 세수 오차분은 국가재정법상 나랏빚 갚는 데 먼저 쓰도록 돼있다. 전 세계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위해 풀린 유동성 회수에 나서고,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려 돈줄을 조이는데 정부만 거꾸로 돈 풀기에 나선 것이다.

문 정부의 추경 편성은 중독 수준이다. 집권 첫해부터 마지막 해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았다. 이번까지 합하면 총 10차례에 달한다. 역대 정부 중 압도적인 최다 횟수다. 총 추경액도 150조원에 육박해 외환위기를 맞은 김대중 정부의 28조원이나 이명박 정부의 33조원, 박근혜 정부 51조원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규모다. 추경 재원도 대부분 빚 내서 조달했다. 그 결과 국가부채는 1100조원에 육박하고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올해 50%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 된다. 문 정부 출범 당시 36%였던 국가부채 비율이 불과 5년만에 50%대로 치솟았다.

나랏빚은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경고한 신용등급 강등 위험선으로 다가갔는데 여당 대선 후보는 14조원 추경도 너무 적다고 한다. 나라 형편은 뒷전이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돈을 뿌려 표를 얻겠다는 계산 뿐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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