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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올해 롯데 사장단회의가 더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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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 오산 인재개발원에서 개최 유통HQ 필두로 한 변화에도 '비전' 의문 그룹 미래 방향 주목…구성원에 '확신' 줘야 [비즈니스워치] 이현석 기자 tryo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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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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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오는 20일 상반기 사장단회의(VCM·Value Creation Meeting)를 개최합니다. 약 2년만의 오프라인 VCM입니다. 장소는 오산의 롯데인재개발원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과거 VCM이 개최되던 곳이 잠실 롯데월드타워임을 고려하면 이례적입니다. 특히 오산 롯데인재개발원은 아직 개원도 하지 않은 곳입니다. 때문에 신동빈 회장의 '인재'에 대한 관심이 담긴 결정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이번 VCM은 과거에 비해 더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롯데가 연초 가장 분주한 기업이어서입니다. 특히 지난해 이커머스에게 '한 방'을 얻어맞은 유통 헤드쿼터(HQ)의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백화점의 조직을 개편했고, 롯데온에는 IT기업식 ‘커리어 레벨제’를 도입했습니다. 직급을 없애고 업무 중심 체계로 전환합니다. 대신 성과에 따른 보상을 확대했습니다. 신입사원이 수석급 대우를 받을 때까지 필요한 기간을 기존 대비 절반가량 줄였죠.

롯데백화점과 롯데온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현재 이 조직들의 수장은 '비롯데인'입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신세계백화점에서 커리어를 쌓은 인물입니다. 나영호 롯데온 대표는 롯데를 거치긴 했지만, 이베이코리아에서 오랫동안 일했고요. 외부인이 들어와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이 '프로세스'인 셈입니다. 바꿔 말하면, 이들은 롯데의 가장 큰 문제점이 '내부'에 있다고 보고 있다는 이야기죠.

변화의 물결은 유통HQ의 타 계열사들로 번지고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미니스톱 인수전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초 롯데는 세븐일레븐 인수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이었습니다. 예비입찰에도 참여치 않았죠. 하지만 본입찰에 갑자기 뛰어들며 이마트24와 '정면승부'에 나섰죠.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의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렇게 롯데는 까르푸·하이마트·이베이코리아 등의 인수합병전에서 신세계와 악연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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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은 지난 연말 임원인사에서 '순혈주의'를 화끈하게 깼습니다. (왼쪽부터)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 김상현 부회장, 식품군 총괄대표 겸 롯데제과 대표 이영구 사장, 호텔군 총괄대표 겸 호텔롯데 대표 안세진 사장, 화학군 총괄대표 김교현 부회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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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다른 HQ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눈에 띄는 HQ가 식품인데요. 롯데푸드는 기존의 비즈니스유닛(BU) 체제를 HQ로 개편한 그룹인사에 앞서 비슷한 방식의 인사개편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사업부별 조직을 영업·생산·마케팅으로 통합하고, 마케팅본부에 힘을 실어줬죠. 롯데GRS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롯데리아가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엔제리너스의 브랜드를 리뉴얼하기 시작했죠.

변화에 대한 HQ간의 '온도차'는 시장 환경 때문에 나타납니다. 롯데의 유통 사업은 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와의 대결에서 밀리며 위기를 맞았습니다. 경쟁사는 빠르게 전략·진용을 짰지만 롯데는 그러지 못했죠. 느린 의사결정 시스템이 한 원인이었습니다. 주력 사업인 백화점에서도 신세계·현대가 약진하며 위기를 맞았습니다. '총체적 난국'에 처했죠. 반면 식품·건설·화학 등 분야는 시장 구조가 안정적이고, 사업 현황도 괜찮죠. 유통HQ가 유독 '부산'한 이유입니다.

다만 타 HQ도 언제 변화를 맞게 될지 모른다는 긴장감만은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롯데 임원인사에서 신 회장의 선택이 '파격'임은 부정할 수 없으니까요. 당시 신 회장은 유통·호텔 등 그룹의 뿌리인 사업 분야에서 순혈주의를 완전히 깨버렸습니다. 이어 롯데마트 등 계열사에서 수차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였죠. 게다가 계열사별 이동을 허용하는 '인커리어' 제도를 도입하는 등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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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상반기 VCM이 열리는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 전경. /사진=롯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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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일단 유통HQ 구성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타 HQ에서는 롯데의 '성공 노하우'를 버리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물론 실패를 인정하고 변화하는 것은 경영의 필수요소입니다. 다만 이것이 모든 것을 다 '엎는' 형태로 나타나면 안 된다는 의견이죠. 인커리어 제도에 대한 지적도 나옵니다. HQ별 급여 등 인사체계가 모두 다른데, 단순히 ‘새 일’을 하고 싶어서 옮기는 구성원이 몇이나 되겠냐는 비판입니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개혁의 '목표'를 모르겠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롯데가 그룹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는 신성장동력은 석유화학·도심항공교통(UAM)·메타버스 등입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분야 스타트업 투자도 이어가고 있죠. 다만 이들은 이미 선두주자가 있거나, 그 실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분야입니다. 롯데가 지금까지 주력으로 해 왔던 사업과의 연관성도 뚜렷하지 않습니다.

반면 롯데와 재계서열이 비슷한 그룹들은 대부분 '본업'을 기반으로 신성장동력을 육성중입니다. 삼성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에 집중하고 있고요. SK·LG는 2차전지에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이들 모두 신사업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초격차 확보'를 위한 시도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롯데는 '너무 먼 미래'의 신사업을 외칠 뿐, 당장 본업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전략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구심이 드는 것이 당연한 일이죠.

때문에 이번 VCM은 꽤 중요합니다. 롯데는 이미 주사위를 던졌습니다. '둔한 공룡'은 이제 없다고 선언했죠. 이제 비전을 제시할 차례입니다. 연초부터 이어진 파괴적 혁신의 의미가 무엇인지, 목표가 무엇인지 구성원에게 '확신'을 줘야 합니다. 신 회장이 그토록 강조하는 '젊은 우수 인재'는 확실치 않은 목표에 열정을 쏟지 않기 때문입니다. 롯데는 구성원에게 어떤 '큰 그림'을 보여줄까요. 표어 이상의 실질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한 번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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